시댁에서 양손 가득 먹을 것을 잔뜩 받아 차에 싣고, 집으로 향했다. 제사 술을 살짝 마신 남편이 "운전은 네가 해"라고 근 반년만에 운전대를 넘겨줬다. '반년이나 안 했는데...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걱정은 감춘 채 호기롭게 운전대를 잡았다. 사이드미러를 내가 보기 좋게 맞추고, 엑셀과 브레이크를 확인하면서 의자를 당기는데 이게 지금 제대로 맞추고 있는 건가...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오늘은 차도 막히고 하니까 그렇게 안 어려울 거야. 기억은 나지?" 남편이 묻는다. "뭐 해보는 거죠 모" 그렇게 집까지의 운전이 시작되었다.
사실 나는 근 20여 년간, '장롱면허'였다.
운전면허를 딴 것은 20대 초반, 조감독은 면허가 꼭 있어야 한다고 해서 1톤 트럭으로 시험을 쳤고, 실기도 필기도 큰 무리 없이 통과, 1종 보통의 면허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감독님의 스틱이 아닌 '오토' 자가용을 주차장에서 빼다가 감이 없어서 충돌할 뻔 한 뒤로는 차에 손도 대지 않고 있었었다. 그렇게 장롱면허이자 무사고 면허로 1회 갱신까지 한 터였으니, 그냥 '운전면허'가 있는 '무면허 사람'이라고 누가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랬던 내가 운전을 다시 할 생각을 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친정엄마와 아이를 데리고 좋은 데를 가보고 싶은데, 그게 대중교통, 택시를 동원해도 일정 수준의 한계가 있다는 점, 그리고 서울에서 신도시로 이사 오면서 혹시 출퇴근을 자차로 해야 할지도 모를 것 같아 대비가 필요한 점, 마지막으로 겨울에 업무의 비수기인 남편이 '내가 연수를 시켜주마'라고 이야기했던 점이 가장 컸다.
처음에는 다들 많이 간다는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기본 주행과 주차를 연습했고, 관리하시는 분 한테 걸린 뒤로는 아직 사람들이 많이 입주하지 않은 한적한 신도시의 도로에서 다시 꽤 많은 횟수를 연습했다. 생각보다 운전은 어려웠고, 제대로 '규칙'을 지키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도, 상대방의 실수로도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굉장한 일이었다. 세상의 모든 운전인들에게 경외감이 생기면서도 그런데 이런 걸 '술을 마시고 한다고?' 세상의 모든 음주운전자들이 의아해졌다.
그 당시 취준생이었으니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전 10시 정도부터 11시 반? 12시? 이 정도까지 진행되었던 것 같다. 배우는 게 다 그렇겠지만, 중간에 마음 상할 때도 종종 있었고,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내 뇌-몸의 연결고리와 왜 말해준 대로 안 하느냐~ 의 구박에 서러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운전을 한 적도 있었는데, 점점 더 오기가 생겨서 중간에 '포기는 하지 말자'라는 다짐으로 어찌어찌 도로에는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주차는 아직도 미지수...
그러고 나서 이사다 출근이다 해서 다시 '편하게' 남편이 운전하는 시스템으로 회귀된 지 반년 만이었다.
내가 운전대를 잡으면 남편은 조수석에 앉아서 이것저것을 설명해준다. 원래 누군가 가르치는 것보다 내가 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편한 것이 진리이지만 그렇게 되면 그 누군가의 실력은 전혀 늘지 않겠지... 속이 터지더라도 혼자서 하게 두고 그다음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비단 회사에서만 통용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초보 운전하는 나보다 더 힘들겠냐만은, 남편도 나름 수고하고 있다.
그래도 다시 배운 지 6개월밖에 흐르지 않아서 그런가 큰 사고 없이 집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넓은 편이라 그냥 편하게 차만 넣으면 완료. 아이는 뒷좌석에서 쿨쿨 자고 있다. 시댁에서 주신 음식들을 냉장고에 차곡차곡 쟁겨두고 다시 친정으로 향한다. 시댁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1시간이라면 집에서 친정까지의 거리는 차로 30분!
"어머님 댁 갈 때도 네가 해" "응? 또?"
다시 운전석에 앉는다. 긴장된 어깨를 한번 돌린다. 아.. 언제쯤 익숙해질까 운전은...
빨리 잘하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