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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cElephant Mar 01. 2019

필연적인 것은 없었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인간의 역사를 뒤흔든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우주의 역사에서 인간은 티끌 같은 존재였으나 이 세 가지 혁명을 거치면서 인간뿐 아니라 이웃 생명체에게까지 엄청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자연 생태계에서 종과 종이 영향을 주고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인간은 속도가 너무 빨라서 다른 종이 진화의 과정을 거칠 새도 없이 극단의 상태로 몰아갔다. 몰살시켜버리거나 개체수를 말도 안 되게 늘려버리거나. 이제 인간은 단순히 개량이 아닌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인간이 완전히 다른 존재로 대체되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는 현재인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될까? 역사의 흥미로운 점은 모든 일이 예측 불가라는 것이다. 당장 가능할 것 같은 일도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로 불가능해지고, 상상도 못 한 일이 하루아침에 벌어지기도 한다. 인간의 세 가지 혁명도 마찬가지였다. 미리 예고된 일이 아니었다. 왜 사피엔스 뇌에 인지혁명이 일어날 만큼의 돌연변이가 생긴 걸까? 밀은 진화적 이익을 위해 왜 하필 인간을 길들였을까? 인간은 왜 무지를 인정하게 됐을까? 어떤 것도 '왜'를 설명할 수 없다.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방향이 비껴갔다면 인간의 자리에 전혀 다른 생명체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저 우연일 뿐이라면 많은 것들이 흔들린다. 인간으로서 느끼는 우월감도,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리라고 여기는 개념들도,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 또는 기대도. 작가는 우리가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흔들림은 다음을 위한 과정이다. 인간이 잘나서 여기에 서 있는 것이 아님을, 한없이 거시적인 관점으로 끌어당겨져 겸손함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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