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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cElephant Mar 14. 2019

일단 쓸게요!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김중혁 <무엇이든 쓰게 된다>

친구가 나를 인터뷰하러 왔다. 주제는 퇴사 이후의 삶. 7년 가까이 일했던 업계를 떠나 이곳저곳 기웃거린 지 이제 또 3년이 돼간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은 한결같지만 서브 직업은 포기를 못한다. 정말 서브일까? 돈을 벌지 않으면 불안해서 글을 쓸 수 없다는 핑계를 댄다. 일할 때는 일로 인정받으려고 매달리다 글을 놓치고, 그러다 마음이 황폐해지면 '난 작가가 될 거야. 이 일은 절대 나의 메인이 아니야.' 읊조리며 한 발자국 물러나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회사 다닐 때도 그랬고, 학원 일을 잠깐 할 때도, 그 외 잡다한 돈벌이를 하면서 늘 그랬다. 돈을 벌 거야? 글을 쓸 거야? 두 개의 물음표 사이에서 나는 계속 왔다갔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기분. 


한참 묵혔다 요즘 꺼내 읽게 된 두 책이 있다. 살 때 이유도 비슷했다. 역시나 '글'. 읽고 나면 뚝딱 뭐라도 될 것 같은 간절함에, 마치 계획만 세우면 그 일이 완성될 것 같은 착각처럼, 홀리듯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던 시기였다. 몰라서 못 쓰는 게 아니면서 돈으로 잠깐이나마 희망의 시간을 샀다. 하지만 그 시간도 중반이 지나면서 약효가 다하고, 의지할 걸 찾아 책을 구입한 것이다. 그걸 또 이제 읽었다는 건, 지금 또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는 뜻이려나.


은유 작가는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인터뷰는 사려 깊은 대화'라고 말했다. 인터뷰와 인터뷰이가 만나 솔직하고 진지한 자세로 나누는 대화. 더불어 인터뷰이는 자신과도 대화를 한다. 흘러가는 대로 감지만 해왔던 삶을 언어로 옮겨본다. 그 과정에서 내 삶의 고민, 의문, 치부 등이 드러난다. 글을 쓰면서 나도 몰랐던 내 생각이 튀어나오듯이 말이다. 일기랑도 언뜻 비슷한 효과 같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들어주는 이가 있다는 거? 질문해주는 이가 있다는 거? 친구의 인터뷰 질문이 정곡을 찌를 때가 있었다. '작가가 되고 나면 안 불안할 것 같아?'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도 곰곰이 생각해봤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불안하더라도 지금과는 다른 불안일 테니까,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김중혁 작가는 <무엇이든 쓰게 된다>에서 '대화 상상하기는 모든 글쓰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내면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언어들을 대화로 정리해보는 것. 그 과정에서 다른 목소리를 가진 인물들이 계속 튀어나오고, 대화는 촘촘해진다. 한 가지 목소리만 나온다면 주관이 뚜렷한 걸까? 편협한 걸까? 마음속 목소리들이 빈약해지지 않으려면 계속 말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두 책에서 느낀 다른 듯 비슷한 이야기. 글은 삶에서 나오고 대화는 삶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친구가 인터뷰를 해 준 덕분에 나도 나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나도 내 삶을 알아가고 있을까? 그걸 글로 쓸 수 있을까? 지울까 말까 싶은 질문을 쓰고 있자니 역시 또 다른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언제까지 질문만 할 거니! 일단 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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