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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Jul 16. 2018

나는 너의 미도리

안녕, 나는 너의 미도리 야. 하지만 네가 보지 못하고 지나친 가엾은 미도리. 그래, 미도리는 네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미도리이고, 그리고 너의 현실 속 미도리가 바로 나야.


너는 내게 나를 만나게 된다면 내 손을 꼭 잡고 놓치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 어디에서 왔냐고, 벅차게 물어봤지. 나는 그 순간 너의 미도리가 되었어. 감추고 있던 사랑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미도리가 되어, 너를 본 순간 말했지. 너를 오래 보고 싶다고. 내 남자 친구가 되어주지 않겠냐고. 


너를 오래 보고 싶었던 나는 그때 그 솔직한 감정을 말할 수밖에 없었어. 아마 시간을 다시 되돌린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너를 오래 보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감정이 너무나도 맑을 정도로 잘 보였기 때문에, 너라면 내 깊은 우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생경하고 혈색 돋는 여자로 특별하고 오래 기억되고 싶었어.


사소한 것에서 피어나는 표현하기엔 너무 힘든 감정, 나는 그것을 믿어. 나는 그래서 재채기처럼 참을 수 없는 그 말을 널 보자마자 말할 수밖에 없게 되었어. 빨리 너에게 투정을 부리고 싶었고, 나의 어떤 엉뚱한 모습, 자연스럽게 나오는 내 얼굴의 희노애락 그리고 그 누구보다 활짝 웃는 내 얼굴을 너에게만은 자주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야.


나는 다시 누군가에게 미도리가 될 수 있을까? 아니, 당분간 그러진 못할 것 같아.

나는 아마 오랫동안 그저 표면적이고 모두에게 무례하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겠지.

하지만 너에겐 더 색채 짙은 나를 보여주고 싶어. 너에게만은 그러고 싶어.

나와 결이 같은 너를 잊는건 너무 힘들어. 내 이름을 한 자 한 자 곱씹듯 되내이는 그 늦은 밤 너의 모습을 지우기엔 너무 힘들어. 이만큼의 케미를 가진 또 다른 미도리가 너에게 나타날까? 그렇지 않을 거야.


이 텍스트가 너의 이야기인 것 같다면 빨리 내게 다시 연락해. 내가 잠깐 겁을 먹은 것 같다고, 어딜 가도 너 같은 사람을 만나기 힘들었다고, 더 이상 도망가지 않을 거라고. 나는 그 연락을 며칠 동안 읽기만 하고 널 애태우다가 겨우 만나자는 말을 하겠지, 우리는 어색했다가 다시 부드러워지고, 그 부드러운 시간의 페이지를 넘기다가 너의 입에서 나온 “봄날의 곰만큼 널 좋아해.”라고 말을 듣길 원할 뿐이야.


나는 너의 미도리, 하지만 네가 놓쳐 버린 미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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