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loe Jul 16. 2018

타인의 취미를 비웃지 마라

딱 한번 저녁식사를 같이 한 남자가 있었다.

딱히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오로지 나로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흘러갔고, 그러다가 내 취미에 대해 말하게 되었다.

그와 나는 거의 비슷한 일을 하고 있기에 이러한 내 취미를 갖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그래도 그가 내 취미를 좋아하는 것 까지는 바라진 않더라도

'그 취미를 가진 이유, 듣고 보니 그럴 만하네'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싶어서 말하게 된 것이다.


“저는 요새 스티커 컬러링이라는 것을 하고 있어요.”

“그게 뭔데요?” 

“유명한 그림이나 특정 풍경 또는 사물의 그림이 있는데

거기에는 폴리곤 아트처럼 조각조각 경계가 되어 있어요. 

칸 마다 번호가 써져 있고요. 저는 그 번호에 맞는 스티커만 붙이면 돼요. 그러면 그림이 완성되죠.” 

“그런데 그걸 왜 하시는 건데요?” 

“우리가 하는 일에는 따지고 보면 정답이 없잖아요. 

오늘 했던 나의 일이 내일이 되면 대세가 아니게 되고,

우리가 그 플랫폼에 올린 광고가 어느 날에는 많은 클릭이 일어났다가

그 다음 날에 클릭수가 낮아지면 딱히 ‘이것 때문이야’라고 말해주지 않고

‘왜 그럴까’ 머리를 굴리면서 인사이트를 찾잖아요.

정답이 없는, 나름 복잡한 일을 우리가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누군가 저에게 ‘이건 이렇게 하면 돼’라고 정답을 말해주길 원해요.

스티커 컬러링은 그래요. 스티커에도 번호가 위에 써져 있고,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 그 자리에도 번호가 있으니까, 전 거기에 스티커만 붙이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저는 거기에서 안정감을 얻는 거죠.”


대답을 들은 남자는 ‘프스-' 하면서

‘난 그 취미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 없군.’이라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이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한 마디로 당신의 취미를 인정하지 않겠으며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당신보다는 더 무언가 있어 보이겠다는 우위의 공기가 느껴졌다.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바로 파악한 듯한 나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단 한 번의 저녁식사로 어떤 사람의 모든 것을 알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불편한 건 불편한 것이다.

취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타인의 취미 그 자체가 나의 입맛과

다를 수 있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 취미 또는 어떤 취향을 이야기할 때
보이는 상대방의 태도였던 것이다.

‘프스-‘라고 혀를 차고, 팔짱을 끼며 가슴을 부풀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상대방의 모습은

기분 나쁘게 또렷이 기억되어, 순간적으로 ‘이걸 말하지 말았어야 했나, 그렇게 한심한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 것이다.


어떤 것에 대한 불호를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솔직함이라는 무례함으로 상대방을 묘하게 ‘내가 이걸 말한 게 잘못인 건가’라고 느끼면서도

어디다가 이게 정말 잘못된 건지 묻기에도 애매하게 만드는 못된 사람이 종종 있다.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불호를 표현하는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방법이.


“그렇군요.” 


‘그렇군요’는 ‘사실 너 취미 관심 없어.’ 혹은 ‘너 취향 나랑 안 맞네’라고

느끼게 할 수 있는 네 음절의 단어이다.

차라리 그 사람이 내게 ‘그렇군요’라고 말을 했다면

나도 단순하게 ‘이 소재는 이 사람에게 관심 없구나.’라고 생각하고 다른 화제를 바꿨을 수도 있다.

다른 화제를 바꿨을 때는 그 보다 더욱 흥미로워 그 사람의 관심을 더욱 끌었을 수도 있다.

때론 그 화제에서 뻗어 난 또 다른 관련된 화제로 내가 기분 좋게 소리 내어 웃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상대방과 나는 더욱 친밀해졌을지도 모른다.


불호에 대한 표현을 확실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해야 할 순간이 온다.

내 취향이 아닌 무언가를 계속 권한다던가, 상대방의 그 취미가 아무리 봐도 상식적으로 이상할 때 등등.

이렇게 애매하게 마음의 스크래치가 났다면, 앞으로 그렇게 표현하는 사람과는 가까이하지 않으면 된다.

굳이 우위에 들지 않아도 좋게 지낼 수 있는 사이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다면 멀어지는 것이 좋다.


나는, 내 취미를 당신이 좋아할지 안 할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만약, 내 취미와 취향을 싫어한다면 그 때의 당신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