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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May 11. 2016

퇴사의 변 (辯)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은 올해 2월 햇수로 5년간 근무했던 회사를 퇴직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즈음 끄적였던 글입니다.

이 글을 읽고 '나는 그렇게 퇴사하지는 않았는데?'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고, 또 저와 비슷한 심정으로 퇴사를, 이직을 고려하는 분도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격한 마음에 퇴사를 하기로 다짐했던 지라, 글 내용과 문체도 약간은 날이 서있네요.

브런치를 사용하는 '작가'로서 제가 얼마나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3월에 퇴사를 하고 현재는 잠시 휴식 중에 있습니다. :)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시간 중에 가장 긴 시간의 휴식을 가질 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퇴사를 하는 이 순간. (졸업 전부터 지금까지 세 개의 회사를 거쳐오며 지난 7년간나는 한달 넘게 쉬어 본 적이 없다.) 대학교 시절을 생각해본다. 취업을 위한 필수 특강을 들었다. 모 대기업 인사팀장이 나와서 취업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과 면접 애티튜드에 대해 강의를 했다.한 가지 말이 기억에 남았다.


‘회사라는곳은 원래 즐거운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고용하고 일을 시키는 대신 돈을 주는 거죠.’


명백히 맞는 말이다. 사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정확히 일치하여 즐겁게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고, 눈짓 하나와 말 한 마디로 자기 뜻대로 되는 삶을 사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거의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슈퍼히어로 거나 볼드모트 경이겠지)


‘왜 그만 두려고 하는 거지? 지금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데, 너 나이가 이젠 어린 나이도 아닌데, 결혼하기 전까지 돈을 모아 놓아야할 텐데 왜 그만두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평범한 사람의 인생은 그리 드라마틱하지 않다. 현실에서는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이 엄청나게 큰 사건을 만나게 되어서 퇴사를 하거나 이직을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자, 당신이 이직을 하려고 했던 그 이유를 되돌아보자. 그게 정말 한꺼번에 터진 ‘드라마틱한 해프닝’ 이었는지를 생각해보자.


그래서 당신도, 누군가가 그러한 결정을 내릴 때 “ ‘그런 이유’ 로 그만두다니 나약하다.”라고 말하지 말 것. 당신은 타인의 인생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평할 자격이 없다. 나도 당신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 당신 눈에는 그게 사소해 보여도 누군가에게는 퇴사를 결심한 이상 그건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퇴사한 모든 사람들이 생각 없이 뒹굴 거리고 있는 건 아니다. 이직해서 회사 잘 다니는 사람도있으며, 유학을 갔다거나, 자기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그들은 낙오자가 아닌 또 다른 생존자라고 누가 그랬다. 그러니 제발 남의 인생에 함부로 평을 내리지 말자. 자기 인생을 일부러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기 위해 (이런 걸 전문 용어로‘셀프 인생 트위스트’라고 한다) 퇴사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굳이 그러고 싶다면 상대방이 다이아몬드가 어쩌고저쩌고 네트워크 마케팅이 어쩌고 저쩌고 이런 걸 말할 때 당신이 뭐라고 해주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내가 ‘회사를 다닌 다는 것 = 용기 없는 사람들이 마지못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라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뻔한 이야기지만 사회 생활을 하면서 업무 스킬과 능력이 높아진다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소한 팁에서부터 깨달음을 주는 아주 좋은 경험을 얻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나는 거의 대부분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동갑 친구들을 만나 좋은 연을 만들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좋아하는 것들에 말을 해도  (이른바 '덕밍 아웃')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일을 한다는 것,내 자리가 있다는 것이라는 소중함도 절실히 깨달았다.


나는 곧 실업자가 된다. 될 대로 되겠지 라는 대책 없는 낙천적인 생각은 없다. 당장 월급을 받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이직이 과연 성공할지에 대한 두려움, 이직을 했을 때 더 엿 같은 상황이 오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 등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그것에 대한 것은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내가 중요했다. 그래서 이기적일 수밖에 없었다. 나의 무언가가 부족해 나 자신마저 나를 내팽개치고 싶지는 않았다.


또한 나는 나의 역마살을 탓하고 싶다. 하필이면 내가 거주하는 이 곳에서 출근을 할 때에는 지하철 텀이 최소 10분 이상인 중앙선을 타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매일 뛰어야 한다는것을 탓하고 싶었다. 갈아타는 역의 어느 플랫폼에 묘하게 느끼한 냄새를 풍기는 빵집도 싫었다. 지하철 안의 젊은 여자들에게만 시선 강간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는 아저씨 할아버지들도 싫었다. 굳이 이 글에는 말하지 않을 여러 가지 것들도 싫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런것들이 당신에게는 사소한 것 일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만둔다라며 선언했을때 당신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던 '하필 지금 그만두냐'의 바로 지금이다. 하필 바로 이 때, 지금이 나는 내가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고 한 바로 이 타이밍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이 세상은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살기엔 이미 튼 세상이다.

난 그저 나를 위해서 퇴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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