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너의 미도리 야. 하지만 네가 보지 못하고 지나친 가엾은 미도리. 그래, 미도리는 네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미도리이고, 그리고 너의 현실 속 미도리가 바로 나야.
너는 내게 나를 만나게 된다면 내 손을 꼭 잡고 놓치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 어디에서 왔냐고, 벅차게 물어봤지. 나는 그 순간 너의 미도리가 되었어. 감추고 있던 사랑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미도리가 되어, 너를 본 순간 말했지. 너를 오래 보고 싶다고. 내 남자 친구가 되어주지 않겠냐고.
너를 오래 보고 싶었던 나는 그때 그 솔직한 감정을 말할 수밖에 없었어. 아마 시간을 다시 되돌린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너를 오래 보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감정이 너무나도 맑을 정도로 잘 보였기 때문에, 너라면 내 깊은 우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생경하고 혈색 돋는 여자로 특별하고 오래 기억되고 싶었어.
사소한 것에서 피어나는 표현하기엔 너무 힘든 감정, 나는 그것을 믿어. 나는 그래서 재채기처럼 참을 수 없는 그 말을 널 보자마자 말할 수밖에 없게 되었어. 빨리 너에게 투정을 부리고 싶었고, 나의 어떤 엉뚱한 모습, 자연스럽게 나오는 내 얼굴의 희노애락 그리고 그 누구보다 활짝 웃는 내 얼굴을 너에게만은 자주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야.
나는 다시 누군가에게 미도리가 될 수 있을까? 아니, 당분간 그러진 못할 것 같아.
나는 아마 오랫동안 그저 표면적이고 모두에게 무례하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겠지.
하지만 너에겐 더 색채 짙은 나를 보여주고 싶어. 너에게만은 그러고 싶어.
나와 결이 같은 너를 잊는건 너무 힘들어. 내 이름을 한 자 한 자 곱씹듯 되내이는 그 늦은 밤 너의 모습을 지우기엔 너무 힘들어. 이만큼의 케미를 가진 또 다른 미도리가 너에게 나타날까? 그렇지 않을 거야.
이 텍스트가 너의 이야기인 것 같다면 빨리 내게 다시 연락해. 내가 잠깐 겁을 먹은 것 같다고, 어딜 가도 너 같은 사람을 만나기 힘들었다고, 더 이상 도망가지 않을 거라고. 나는 그 연락을 며칠 동안 읽기만 하고 널 애태우다가 겨우 만나자는 말을 하겠지, 우리는 어색했다가 다시 부드러워지고, 그 부드러운 시간의 페이지를 넘기다가 너의 입에서 나온 “봄날의 곰만큼 널 좋아해.”라고 말을 듣길 원할 뿐이야.
나는 너의 미도리, 하지만 네가 놓쳐 버린 미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