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접의 기억-
ㄱ고등학교의 면접은 씁쓸하고 불쾌했다.
"아니, 왜... 이런 분이 임용을 하셨어야지 한국어 강사를 지원하셨는지...
이력서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허허허..."
분명 나쁜 의도는 없었을, 어찌 보면 나의 이력에 대한 칭찬? 정도로 넘길 수도 있을 텐데, 교장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첫마디에 기분이 상했다. (그리고 면접자리에서 이런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런데, 한국어 강사 자격증은 어떻게 취득하는 겁니까? 저도 이제 은퇴를 2년 앞두고 있어서 관심이 갑니다. 은퇴 후에 한국어 강사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아서요."
매우 예의를 갖춘 말투였지만, 듣는 내게는 '한국어 강사나'의 '나'에 방점이 찍혔다. 한국어 강사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마음이 쓰렸다.
한국인이면 당연히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지, 에이~ 그걸 못해요?
한국어강사라는 직업이 있어요?
한국인이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무슨 자격이 필요한가요?
......
초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한다는 것은 이력서를 내고, 서류가 통과되면 면접을 보고 계약서를 쓰는 그런 과정이 매년 반복됨을 의미한다. 이 계약도 짧으면 3개월(120시간)이다. '타 기관과 합친 수업시간이 주 14시간을 초과하면 안 됨'을 게시한 공고도 있다. 주 14시간을 초과하게 되면 보험가입과 퇴직금 지급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불안한 고용, 초단시간 근로자이다.
초중고등학교 한국어 강사는 1시간 기준 2만 2천 원의 시급을 받는다. 몇 년째 동결이며, 매년 새로운 이주배경청소년들을 위한 다문화정책이 계획되고 수립되지만 그 정책 어디에도 그들의 한국어 교육을 책임질 강사 처우에 대한 개선은 없다. '1시간'이라는 기준도 매우 모호해서, 담당 선생님에 따라 40분이 되기도 하고(초등의 경우 40분이 1차시이므로), 60분이 되기도 한다. 공고에 명시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작년에 ㅅ초등학교에서 계약을 6주 연장했을 때, 왜인지 모르게 시급은 2천 원이 깎인 2만 원이었다. 담당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이유는 '월급 집행 담당자와 계약담당자(본인)가 달라서'였다.
이 애매한 시급 개념으로 주 14시간을 일하면 14x2만 2천, 한 달을 4주로 본다면 120만 원 정도의 급여가 계산된다. '한국어 강사'를 오롯이 하나의 생업으로 삼을 수 없는 이유이다. 내가 오전에 수업하는 중국어 프로그램의 시급(초등 40분 기준 3만)이나, 최근 등록되고 있는 지역 교육청의 기초학력 강사(초등 40분 기준 4만)등 초중고에서 수업을 담당하는 다른 외부강사와 비교해 본다면 최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건 조금 나은 현실인가?
각종 수업 외 업무에 시달리면서, 경력 20년 차도 불안한 고용으로 머물러 있는 대학교 어학당 한국어 강사는 더욱 심각한 듯 보인다.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노조 투쟁과 관련된 브런치 글을 덧붙인다.
03화 한국어학당 투쟁 들여다보기 (brunch.co.kr)
학생들이 모두 레벨이 다르면 어떻게 지도하시나요?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는 학생들은 어떻게 지도하시나요?
어떤 교재를 사용하시나요? 등등의 질문은 없었다.
은퇴 후 어떻게 하면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지의 정보를 말하고, 나는 면접에 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