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며칠 전 카페에 앉아 있는데 배경 음악으로 뉴진스의 하입보이가 나왔다. 불현듯 드는 궁금증이 있다.
'부점 리듬과 셋잇단음표가 인상적인 그 음악'을 우리는 왜 '뉴진스'의 하입보이라고 부르는 걸까?
250의 하입보이라고 말할 수도, 버니즈의 하입보이라고 부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진스'의 하입보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언급하는 서로 다른 영역을 분류할 필요가 있고 개별 영역마다 강조하는 음악행위자가 무엇인지 다뤄야 한다.
이때 영역을 분류하는 단위는 음악의 장르로서 클래식 음악과 대중 음악, 그것을 다루는 분야 단위론 학문적인 측면과 공연 실제이다.
음악행위자는 음악작품을 창작하는 '작곡가', 공연을 실제로 행위하는 '연주자', 음악을 감상하고 이에 대해 영향을 받는 사람으로서의 '수용자'로 본다.
음악을 다루는 다양한 영역과 개별 영역이 강조하는 음악행위자
II. 음악을 다루는 다양한 영역과 각 영역이 강조하는 행위자
1. '대중음악' -' 공연실제'
하입보이라는 악곡을 '뉴진스'의 하입보이라고 하지 250의 하입보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대중 음악'의 '공연 문화'에 있어서 연주자를 높이 평가한다.
2-1. '클래식음악'- '학문'
이는 '학문적인 층위'에서 다루는 클래식 음악과 대조적인데, (여기서 말하는 학문이란 음악사 서술과 음악 이론, 음악분석에 한정해서 얘기한다)
클래식 음악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슈만'의 어린이 정경과 같은 식으로 작곡가와 작품명을 통해서 악곡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즉 클래삭 음악의 학문적 층위에선 '작곡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2-2. '클래식 음악' - '학문'의 독특함
작곡가를 중심으로 악곡을 지칭하는 클래식 음악의 학문적 측면은 매우 독특한데, '클래식'의 '공연 문화'에 있어서도, '대중가요'의 '학문적 측면'에 있어서도 실제 공연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악곡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3. '클래식음악'-'공연실제''
조성진이 연주하는 쇼팽 콘체르토를 관람할 땐 이는 쇼팽의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조성진의 해석을 접하길 기대한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 공연에 있어서 그 사람 연주하는 악곡 레퍼토리에도 관심을 가지지만 누가 연주하는지도 중요하게 본다.
즉 클래식 음악의 공연실제에서는 '작곡가'와 동시에 '연주자'도 중요시 여긴다.
4. '대중음악'- '학문'
대중 음악의 학문적 층위에 있어서도 연주자에 대한 중요성은 강조되는데 특별히 대중 음악의 학문적인 층위는 공연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와 동시에 그 음악을 감상하는 사회적인 집단이 누구인지, 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중심으로 기술을 한다.
결과적으로 대중 음악의 학문적인 측면은 작곡가 보다는 '연주자' 및 '수용자'를 중심으로 기술한다.
5. 소결론: 작곡가 중심의 '클래식 음악' -'학문'의 특이성
결과적으로 대중 음악은 공연 실제와 학문적인 층위 모두 연주자를 중요시 여긴다.
덧붙이자면 학문적인 측면의 대중 음악에선 수용자도 중요시 본다.
클래식 음악의 경우 공연 실제와 학문적 층위 모두 작곡가를 중요시 여긴다.
추가적으로 공연 실제의 클래식 음악은 연주자 또한 중요시 여긴다.
학문적인 측면에 있어서의 클래식 음악은 작곡가를 수용자, 연주자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높게 평가한다.
작곡가를 단독적으로 중요하게 평가하는 학문적 층위의 클래식 음악은 연주자를 중심으로 중요시 여기거나, 연주자와 동시에 수용자, 작곡가 등을 중요시 보는 여타 영역과는 구분되는 매우 독특한 관점이다.
II. 클래식은 작품으로 접근해야하는 특수한 음악인가?
1. 반론: 클래식 음악의 '특수성'이 존재
혹자는 '클래식 음악'의 '학문적인 층위'가 '대중 음악'의 '공연 실제' 및 '학문적인 층위'와 달리 작곡가에 대해서 중요시 여기는 것을 클래식 음악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대중음악의 경우 말 그대로 대중 즉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기를 지향하는 음악이기에 사회문화적인 측면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클래식 음악은 예술성, 심미성, 작품성 등을 중요시 여기는 분야이기 때문에 작품과 작곡가를 중심으로 논의하기에 이러한 차이점이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 재반론: 그것이 정말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의 차이점인가?
2-1. 클래식 음악 역시 많은 사람에게 들려지길 지향한다.
물론 오늘날 클래식 음악은 소수의 매니아층을 겨냥하는 음악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약 17세기까지 클래식 음악은 특권층만 향유할 수 있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18세기 시민혁명 이후 계급이 철폐되면서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클래식 음악은 일반 시민들에게 보급되기 시작
계층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 향유하는 음악이 되었다.
이런 차원에서 대중 음악과 대조적으로 클래식 음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지기를 지향하지 않다 라고 말하는 것은
역사적인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2-2. 클래식 음악 역시 공연의 형태로 사람들이 접한다.
또한 클래식 음악 역시 다른 장르 음악과 마찬가지로 공연의 형태로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그렇기에 클래식 음악 역시 순수한 감상의 대상인 동시에 사람들에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집단 정체성의 발현 당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일종의 사회적 리추얼이 되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2-3. 소결론: 작품중심주의 서술의 문제점
결과적으로 작곡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기술하는 현재 클래식 음악 서술은 클래식 음악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지기를 지향하고 공연의 형태로 사회적 리추얼로서 기능을 한다는 점을 도외시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3-1. 예상되는 반론: 클래식 음악의 작품의 아름다움은 짜임새에서 온다.
물론 적지 않은 클래식 음악이 작품은 완결된 짜임새, 형식미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작곡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기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3-2. 재반론: 그렇다고 해도 현재의 클래식 음악사는 지나칠 정도로 작품과 작곡가에 편향된 서술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재의 클래식 음악사 서술은 지나칠 정도로 작곡가와 작품에 편중되어서 기술된 것이 문제 현재의 클래식 음악사 서술은 유명한 작곡가 이름은 대부분 써져 있고, 연주자나 실제로 공연을 수행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일절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지나칠 정도로 작곡가에 편중되어 있어 서술되어 있다.
이러한 음악사 서술은 현재의 공연 현실에 대해서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며, 또 이러한 음악사 서술은 클래식 음악이 여타 문화권의 음악 다르게 특수한 음악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이러한 사관은 결과적으로 클래식 음악 역시 한 사회나 문화권 내에서 기능이나 목적을 가지고 수행될 수 있는 행위라는 측면을 은폐하고, 이는 결국 클래식 음악이 여타 다른 음악과 다른 특권적인 텍스트라고 오해할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클래식 음악사 역시 작곡가 뿐 아니라 연주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영해 서술할 필요가 있다.
4. 결론: 연주자까지 고려하는 다양한 사관의 필요성
또 클래식 음악사가 연주자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서술하는 것은 "작곡가 중심주의"라는 단일한 사관에 의해서 역사가 기술했을 때의 편향된 음악 접근법, 그에 따라서 좁은 시야를 가질 위험을 없앨 수 있다.
연주자 역시 음악 참여하는 주요 행위자라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연주자와 작곡가를 동시에 중요시 다루는 클래식 음악사 서술은 보다 풍성한 음악사 이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5. 덧붙이며: 페미니즘 음악사
추가적으로 여성주의 음악사가는 "왜 위대한 음악가는 전부 남성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서 과거 유럽 사회는 "남성 중심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라는 고전적인 대답도 있다.
하지만 당대에도 여성 음악가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데, 이들은 물론 그 수는 적지만 대부분 연주자의 역할을 하였다.
즉 당대의 연주자에는 적지 않은 여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음악사 서술이 지나치게 작곡가를 중심으로 한 기술이었기에 연주를 수행하던 여성 음악가에 대해서 도외시했고, 이것이 결국 남성 작곡가가 중심이 된 음악사 서술로 이어지며 음악사에서 '위대한 음악가들이 전부 남성'으로 기록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본다면 작곡가뿐만 아니라 연주자에 대해서도 충실하게 기술하는 서양 음악사 서술은 남성 중심의 음악사 서술을 넘어서 남녀를 동등하게 반영하는 균형 잡힌 음악사 서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