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트론 단상
2011년 이랜드에서 과장 승진을 하면서 갑작스럽게 스포츠 / 아웃도어 종합 멀티숍 브랜드를 맡게 되었습니다. ’ 스포츠 브랜드 경영자’가 저의 회사 목표 중 하나였기에 나에게도 기회가 오는구나라는 기쁨이 있었는데, 쉽게 맡으면 안 되는 매우 어려운 비즈니스를 맡게 되었습니다. 회사 생활 7년 차에 비즈니스 모델이나 수익구조에 대한 이해도 없는 상황에서 열정과 로열티 하나로 참으로 무식하게 열심히 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도 감사하게도 아웃도어 비즈니스를 경험할 수 있는 ’ 해외출장의 기회’를 주셔서 프랑스 샤모니를 포함해서 독일의 여러 아웃도어 멀티숍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은 곳인 샤모니에서 만난 브랜드가 지금 한국에서도 활발하게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데카트론’입니다.
그 당시 한국은 뒷동산 올라가는데도 ‘히말라야’ 가느냐 할 정도로 과도한 아웃도어 거품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 거품은 2014년부터 꺼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브랜드들이 비즈니스를 정리하게 되죠. 약 10년 전에 유럽에서는 고가 아웃도어 제품부터 데카트론처럼 PB브랜드로 엄청난 매장을 꾸밀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한 제품과 가격대의 브랜드가 각자의 영역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간 해외에서 유명했던 다양한 아웃도어 멀티숍은 한국에서 대부분 실패하고 말았고, 한국의 패션 대기업에서 만들었던 다양한 멀티숍들도 대부분 실패하고, 신발 멀티숍 외에는 성공한 것이 거의 없죠.
해외에서 한국에서 진출했다가 실패한 것은 LF가 가지고 운영했던 인터스포츠, 그리고 일본에서 운영되다가 한국에 진출해서 을지로 입구에 엄청 큰 규모로 운영했었던 슈퍼스타 제비오
한국에서는 LS 네트웍스에서 야심 차게 준비해서 오픈했던 웍앤톡, 이랜드에서 엄청 투자해서 진행했다가 실패한 스포블릭 등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데카트론은 송도 1호 점부터 지금 스타필드 하남, 스타필드 고양, 그리고 최근 잠실 점까지 상당히 보수적으로 그리고 하나씩 검증하면서 오픈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매장에 가서 보게 되면 상당히 고객이 많아졌고, 다양한 제품들을 경험하고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아진 것을 보게 됩니다.
멋진 매장과 다양한 제품들 그리고 자금력까지 갖췄던 곳들에서 운영했던 스포츠/아웃도어 멀티숍들이 다 망하고 사라지고, 오히려 가격도 저렴하고 브랜드도 낯설지만 지금까지 살아서 운영하고 있는 데카트론을 보면서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 비즈니스 수익구조, 고객을 잘 이해하는 능력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고객이 해당 비즈니스를 받아들일 수 있는 타이밍과 이익이 날 수 있는 수익구조, 더불어 하나씩 검증하면서 나아가는 모습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데카트론을 보며 ‘아웃도어 비즈니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