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클 고기런을 기획하며
예전 회사 선배님들(이 클럽에서는 선배들을 형, 동생들을 아우라고 호칭한다.) 중심으로 결성되어 있는 e런 클럽에서는 매달 1번 우리들 나름대로의 전지훈련을 계획해서 재미있는 달리기 모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5월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역에서 출발하여 합정역을 지나 이촌한강공원, 반포대교(잠수교)를 건너 원효대교 앞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가서 맛있는 회를 먹는 '노량 회전'을 만들어서 달렸습니다. 제 처가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가게를 하기 때문에 맛있는 회를 준비할 수 있었고, 그날 회를 드신 분은 자기 인생의 최고의 회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번 6월은 '5월에 회를 먹었으니, 6월에는 고기를 먹자'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고기 하면 마장동 축산시장이 생각나, 6.25 고기런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코스 및 전체 진행을 맡게 되어 달리기 코스를 짜 보는데, 하프(21km) 정도를 뛰고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고기를 먹는 것을 기획하다 보니 출발지가 지난번 5월과 동일한 '서울월드컵경기장역'이 되었습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 역을 가려면 저희 집(길음 뉴타운)에서는 길음역에서 4호선을 타고 삼각지역으로 가서 6호선을 타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리는 것이었는데, 시간을 보니 대략 1시간 정도 걸려서 약속된 아침 7시에 만나려면 집에서 6시에는 출발해야 했습니다. 차로 가면 20분이면 도착하는데, 대중교통으로는 약간 돌아가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오늘 모이는 분은 저를 포함해서 총 4분, 인천지역에서 2분이 오시고, 저와 다른 한분은 길음, 정릉 지역에서 오십니다. 모두 직장 생활을 하시는 분들인데,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7시부터 달리기를 할 만큼 달리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카톡을 보니 다들 7시 이전에 도착하시는 것 같아, 거의 정각에 도착할 것 같은 저로서는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장 막내였거든요.
도착하니 정각 7시 1분 전이었습니다. (6시 59분) 늦지는 않았지만, 좀 더 부지런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을 못 드셔서 그런지 편의점에서 물 보충과 간단한 싫어 얼 바를 드시고 계셨습니다. 7시 10분쯤 달리기 출발.. 오늘 코스는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망원 한강공원으로 나오면서부터는 계속 한강을 따라 뛰는 코스라서 높낮이가 거의 없고, 길이 복잡하지 않는 코스입니다. 이번 주 장마이지만 다행히 폭우나 폭염 없이 흐린 날씨라서 달리기에도 제격인 날씨라 좋았습니다.
달리기 속도는 1km 당 6분 정도 페이스로 달리기로 했습니다. 저도 요즘 달리기 양이 많지 않아서 이 정도 페이스가 좋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역에서 출발하여 망원 한강공원을 지나 합정 나들목, 상수나들목쯤 가니 5km입니다. 거기서 마포대교를 지나고 원효대교를 지나 한강철교, 한강대교를 지나 동작대교, 반포대교쯤 오니 13km입니다. 반포대교를 지나기 전에 멀리서 달리기 그룹이 달려오는데, 맨 선두에 계신 분이 그 유명한 '마라닉 tv'의 해피 러너 '올레'님이셨습니다. '올레님을 여기에서 볼 줄이야' 너무 반가웠지만 서로 가는 방향이 달라서 서로 아는 체만 하고(제가 개인적으로 해피 러너 올레님을 만난 사이라, 서로 아는 관계입니다.) 지나갔습니다.
달리면서 저희는 4명이 그룹을 지어서 달리지만, 상당히 많은 분들이 혼자 또는 둘이서 달리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혼자 뛰시는 분들은 거의 무선 이어폰을 꽂고 달리기를 하고 계셔서 저희 그룹에서 외치는 파이팅을 못 들으시기도 했습니다. 서로 달릴 때 '파이팅'을 외쳐주는 문화가 보편화되어 서로의 달리기를 더욱 응원하면 좋겠습니다.
반포대교 이후로는 저도 자주 안 달라본 코스인데, 응봉역 부근의 용비 매점에 도착했을 때 17.5km 지점이었는데, 거기에만 매점이 있어서 수분 공급이 절실히 필요한 저희들에게는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용비 매점에는 라이딩을 하시는 분들이 잠시 쉬시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고,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보니 한번 쉬었다 가는 포인트로 다들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수분 공급 및 물 보충을 하고, 남은 4.5km를 뛰러 나갑니다. 중랑천을 따라 오른쪽에는 뚝섬역과 성수역 부근의 여러 건물들이 보이고, 왼쪽에는 한양대학교의 여러 건물들이 보입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성동구 체육공원들이 중랑천을 따라 있었는데 운동하는 분들의 모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근 2년 넘게 코로나 펜데믹으로 이런 모임을 할 수 없어서 모임 만으로도 참 감사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살곶이 다리를 지나 이제 마장동 한우촌이 멀리 보입니다. 그곳에 도착하니 처음 계획했던 22km가 스마트워치에 찍힙니다.
오늘 함께 달리진 못했지만, 마장동에는 미국에서 이번에 신학석사를 이수한 유망주가 나와 있어서 참 반가웠습니다. 그 친구가 있는 미국 달라스는 지금 기온이 43~44도 된다고 하네요. 3년 공부를 마치고 잠시 한국에 왔다가 다시 7월 4일에 미국으로 들어간다고 하는데, 좋은 시간 보내고, 잘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마장동에 도착하니 오전 10시쯤이 되었습니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니, 22km를 뛰고도 그 시간밖에 되지 않음에 놀랍고,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만 원래 계획한 식당이 있었는데 저희가 너무 일찍 가서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아서, 다른 곳을 찾게 되었고, 결국 한우 고기를 골라서 한우 식당으로 가 1등급 투뿔 한우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같은 시간이지만 어떻게 계획하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다르게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라는 책을 예전에 부모님께 선물했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 제가 그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도서관에 상호대차로 신청을 하였습니다. e런 클럽도 저에게는 그런 모임입니다. 다음번 모임도 달리기도 잘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게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