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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뢰렉신 Jan 05. 2018

그렇게 내려앉은 겨울

시작도 끝도 없었던 미련에 관하여


철갑처럼 옷을 겹겹이 싸 입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 아침나섰다.


피부에 닿는 겨울의 찬 공기는

끈적이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져 청량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하루를 휘적이며 시작한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녀는 내 벅차오름 속에 각인되어 있다. 주변에서 그녀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가운데가 빨갛게 타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기분 하나로 내 몸의 한 곳이 물리적 타격을 받은 것처럼 고통이 생겨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겨울에 만나게 되었던 녀와 나겨울을 좋아하는 공통점 때문에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겨울에 태어났고,

겨울 하늘을 좋아하고,

겨울 공기가 너무 좋다는, 

그 세 가지 공통점.


만나면 신나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매일 만나도 깨알같은 웃음들이 샘솟았다. 하는 일도 완전 다르고, 좋아하는 취미나 관심사도 완전 다른데 그냥 만나면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들이 넘쳐났다.


여기저기 새로운 곳을 돌아다니고, 새로운 것을 먹어보며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와 같이 보았던 주변의 다양한 장면들. 그게 다음날 또 그다음 날의 이야깃거리가 되어 화제가 끊이지를 않았다.


어디까지 우리의 이야깃거리가 떨어지지 않을지 궁금했다.

어디까지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게 있을지 궁금했다.

결국, 어디까지 우리가 친해질 수 있는지 너무 궁금했다.


그렇게 '감정'이란 게 모였다.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이란 감정의 덩어리를 보며 어떻게 이렇게나 모였지? 하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렇게 그 '감정'만 바라보려고만 했을 뿐, 것을 어떻게 지키고 더 키우고려 하는 의지를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게 맞다. 우리는 너무 조심스러웠으니까.


그냥 그 '감정'이 좋았다. 나와 그 사람 사이에 놓여진 그 '감정'이 마냥 신기할 뿐이었고, 언제라도 그 '감정'은 사그라들지 않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만이자 착각이었다. 지속적인 서로의 만남은 '감정'을 발생시켰지만, 그냥 좋아하는 '감정'만 서로 바라보고 신나 했을 뿐, 더 이상 자가발전은 되지 않았다.


부풀대로 부풀어진 호감이란 '감정'은 그 크기의 한계가 있었고 조금씩 부피감이 빠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둘 다  정체되고 김 빠져가는 '감정'을 지켜보기만 할 뿐, 다가가서 어떻게 이 '감정'을 지키고 키워야 할 지대해서서로의 행동과 태도를 지켜보며 소심하게 미루고 말았다.


아.. 여기까지인가 이 사람과의 감정은?


서로의 노력과 의지는 소심하게 감춘 채, 그냥 현상에 실망했을 뿐. 그렇게 흐지부지 서로 빙빙 돌며, 커지지 않는 '감정'을 안타까워할 뿐.

결국 서로가 지키고 키워내는 의지를 보여줘야 유지 또는 발전된다는 것을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관계의 정체됨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얼마나 키우고 싶은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


차가운 겨울이 지나가면서 봄바람에 눈이 녹듯 우리의 감정도 녹아내렸다. 커지지 않는 서로의 감정만 탓하면서.


그렇게 그 해 겨울이 내려앉았다.






미ː련1, (未練)

명사 - 어떤 일이나 사람 등을 단념해야 할 처지에서

깨끗이 잊어버리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마음.



이런게 미련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그 사람에 대해서 나중엔
이미 사귀어봤고 헤어져봤으니까 아무 생각없던가 미련이 없다.

그러나 서로 마음이 있는 걸 서로 잘 알고

그렇게 호감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서로의 '감정'을 지키거나 키우지 못해 사랑하는 연인으로 발전되지 못하고 결국 사귀거나 헤어지지도 못한,

그런 시작과 끝이 없었던 만남.


이런 만남은 뭔가 기억에 좀 더 오래간다.

그 때 그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왜 솔직하지 못했고, 왜 더 다가가지 못했을까.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아련히 후 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또다시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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