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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Dec 02. 2021

관성의 법칙

일상의 기록#61


"너 살이 왜 이렇게 많이 쪘어?"


요즘 나에게 가장 상처되는 말. 올해는 꼭 살을 빼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닭가슴살과 샐러드를 주문하고 집이랑 가까운 헬스장에 등록도 해놨다. 첫날은 정말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해냈다. 닭가슴살과 바나나, 샐러드만 먹으면서 하루를 보냈고, 헬스장에 가서 2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금방이라도 살을 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렇게 다이어트가 쉬웠다면 누군가 살을 뺐다는 이유만으로 TV에 나오거나 SNS에서 이슈가 되지 않았을 텐데.


고통은 바로 다음날부터 찾아오기 시작했다. 운동을 2시간이나 무리하게 했던 탓에 온 몸이 근육통으로 움직이는 것이 괴로웠고, 닭가슴살과 샐러드만 먹은 탓에 허기짐이 너무 심해져서 오히려 식욕에 못 이겨 밥을 더 먹을 수밖에 없었으며 설상가상 저녁에 고민이 있다며 만나자는 친구의 말을 거절할 수 없어서 술을 또 한잔 마시게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제는 백신 패스가 없으면 헬스장에 갈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고 아직 2차까지 접종을 완료하지 않아서 헬스장마저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해내지 못했다는 괴로움은 내가 되고 싶은 모습만큼 아프게 다가왔다. 마음은 벌써 다이어트를 성공한 모습을 보며 기뻐해야 하는데 현실은 비참했다. 최근에 주변에서 다들 만나면 살이 왜 이렇게 쪘냐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애써 웃으며 넘어갔지만 어느샌가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면 또 살쪘다는 이야기를 듣겠구나 싶은 마음부터 들기도 했다. 그나마 조금 빠진 건데. 살이 쪘다는 게 꼭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겠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상대방들은 더 나아졌다거나 좋아 보이는 뉘앙스는 아니었기 때문에 마음이 마냥 좋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말았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 살을 빼기 싫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상황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니니까. 주변에서 누가 뭐라고 하던지 먹고 싶은 것들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운동을 해야 하는 시간에 TV를 보거나 편하게 더 쉬는 게 좋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스스로 괜찮다며 위안을 하며 오늘도 저녁에 무슨 치킨을 먹을지 고민한다.


왜 자꾸 실패할까? 근본적인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주변에 실제로 20kg 감량에 성공한 친구에게 물어보고, 유튜브에 다이어트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고, 다이어트 보조제 같은 것들도 찾아보고 동기부여 관련된 책들이나 영상들을 보던 중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그 어떤 지식이나 자료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론을 발견했다. 어쩌면 살을 빼려는 행위를 비롯해서 우리가 살면서 겪는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체에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고, 운동하고 있는 물체는 현재의 속도를 유지한 채 일정한 속도로 운동을 한다"


학창 시절 과학시간에 배웠던 물리법칙 중에 '관성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관성은 실체가 있는 물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나 생각에도 적용할 수 있었다. 변화하거나 바뀔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좋은 말과 자극이 되는 말로 힘껏 뒤에서 밀어줘도 소용이 없는 것처럼, 지금의 내가 변화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의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했고 너무나 익숙해져서 지금의 모습을 지키려는 관성으로 저항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무의식 중에 익숙한 선택을 한다.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기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결과물이 나오기를 원하기 때문에. 뇌에서는 새로운 선택으로 인해서 찾아오는 새로운 자극을 원하지 않는다. 새로운 선택은 뇌의 입장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에. 그래서 멍하니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면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 하루가 좋고 나쁨을 정의할 수 없지만 변화하고 바뀌고 싶다면 더욱 의식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평소보다 조금만 다르게 의식적으로 선택하면 인생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변화를 방해하는 관성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뇌에 주는 부담을 확 줄여야 한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턱걸이를 50개씩 해낼 수 없듯이 하고 싶은 것과 지속 가능한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갑자기 살을 빼려고 하루에 3시간씩 걸어야지 마음을 먹게 되면 몸은 몸대로 지치고 정신적으로 엄청난 부담과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하루에 10분만 산책하거나 공원을 한 바퀴 돈다던지 더디게 흘러갈지언정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을 하는 것이 몸과 뇌에 부담이 적다.


누구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방법을 몰라서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당장 10~20kg 빼는 것은 불가능하니 1~2kg부터 작게 시작하고, 평소에 마시는 주스나 콜라 대신 제로콜라로 바꾼다던지 과도하게 3시간씩 걷기보다는 10분~20분 걷기 같은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행동들을 통해서 시간이 조금은 걸릴지언정 부담 없고 스트레스 없이 내가 원하는 모습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주제가 다이어트가 아니어도 공부, 건강, 인간관계 등등 내가 바뀌고 싶은 모습들에 적용해도 가능하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속도는 느리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간다면 결과적으로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다. 관성에는 한번 움직였던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는 성절이 있기 때문에 익숙한 것을 선택하는 무의식이라는 마음의 저항을 줄인다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빠른 시간에 해내고 싶은 욕심이 우리를 지치고 포기하게 만든다. 현재 꿈을 이룬 반짝이는 그 누군가 역시 앞으로 나아가는 작은 한 걸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 작은 하루하루가 모여 커다란 빛을 내듯이 우리도 빛나는 내일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가벼운 물체는 같은 힘으로 더 멀리 나아가듯 마음의 무게를 줄여서 바뀌고 싶은 모습에 다가갈 수 있도록 천천히 몸을 움직이면 그 이후로는 그게 무엇이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이뤄낼 수 있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모험은 바로 여러분이 꿈꿔오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오프라 윈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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