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별 Mar 08. 2020

기생충

일상의 기록#50



최근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4관왕을 수상하는 일이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는다는 의미는 영화인으로서 가지게 될 최고의 명예이자 영광이고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만큼 파급력이 엄청난 영화인들의 축제에서 그것도 한국 최초로 4관왕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말 그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뉴스와 인터넷 기사에서는 매일같이 기사를 쏟아냈고, 기생충에 등장했던 짜파구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뉴스를 접하고는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기생충을 제작했던 회사에 주식을 다음 날 바로 구입을 했다. 어떠한 기대감이나 생각 없이 막연한 호기심에 요즘 핫하다는 이유 그 하나만으로 좋게 말해서 투자를 하게 되었고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는 연일 상한가를 갱신하게 되었다. 2000원에 구매했던 주식이 다음날 3000원이 되어있고 그다음 날 4000원이 되어있었다.


무심코 했었던 결정의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휴대폰으로 했던 몇 번의 터치로 지금 부수적으로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의 1년 치 급여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그 수익을 통해서 그즈음에 있었던 누나의 생일날 무모님을 모시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드리고 필요했던 물건들을 조금은 망설임 없이 구매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기분이 마냥 좋을 수 없었다. 삶을 살아가는 건 각자의 절대적인 가치와 기준이 있고, 다른 누군가와 비교해서는 안 되겠지만 내가 1년 동안 고생해서 마련하는 그 금액을 누군가는 3일 만에, 어쩌면 30분 만에 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에 내 노력과 시간이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이어온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금전적인 부분에서 조금 더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가장 비중이 컸다. 금전적인 여유가 있으면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더 사줄 수 있고, 소중한 시간들을 함께할 수 있기에 휴식보다는 조금 더 일하기를 선택했다. 그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던 내 삶에 균열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값진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이는 값어치가 아닌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랐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희망했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잔인했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이 3년 동안 주말에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들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세상은 정말 불공평하고 어떤 일에 결과가 반드시 노력에 비례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적어도 옳은 방향이 맞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이번에 겪은 경험들은 영화 기생충의 결말만큼 충격적이고 당황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동안 주말까지 일했던 내 모습들이 후회되진 않는다. 이따금씩 친절하다고 말씀해주고 고맙다고 해주시는 손님들의 그 마음과 함께 일하는 친구들과 만들었던 수많은 추억들 덕분에 끊어지지 않고 이어올 수 있었다.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고 그 경험을 통해서 앞으로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확신이 생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목표가 아닌 누군가에게 더 좋은 영향과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