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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별 May 12. 2020

포기하고 싶을 때#2

일상의 기록#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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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회사에서 진행하는 커다란 프로젝트를 앞두고 꽤 오랜 시간 긴장과 공포의 나날들을 보내곤 했다. 처음 맡게 되는 일이 가져오는 부담감과 혹여라도 내 실수로 인해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잔뜩 날카로운 눈빛으로 삶을 마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 복잡한 마음을 퇴근길에 두고 올 수 없었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날카롭고 냉소적인 언어와 행동으로 대하고는 스스로 합리화를 하면서 남을 상처 주는 일에 타당성을 부여하곤 했다.


힘든 일이 있으면 편하게 털어두거나 쉽게 잊어버리는 성격이 되지 못했기에 스스로를 자책하고 원망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곤 했는데 어쩌면 누구라도 붙잡고 펑펑 울고 싶었는지 모른다. 지금 잘하고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투정이라도 부리면서 말이다. 풀리지 않는 앙금을 가지고 프로젝트가 끝나기만을 목 놓아 기다렸다.


정작 프로젝트를 끝내고 돌아보니 내가 걱정했던 커다란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고, 안절부절못하면서 전전긍긍하던 꽤 오래된 나날들이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까 싶었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두려움과 공포가 가득했던 3개월 동안 평소답지 못했던 많은 결정들이 또다시 나를 괴롭히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소원해진 친구관계, 꾸준히 배우던 피아노를 그만두고, 힘들다는 이유로 찾았던 많은 술자리로부터 다시 나의 일상을 되찾아오는데 3개월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편으로는 마음가짐을 좀 달리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어주고 격려해주었다면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쉽지 않다.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비슷한 상황이 또 나에게 다가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아녔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b-boy를 연습하면서 무심코 했던 많은 과정들이 지금에서 크게 다가왔다.


윈드밀이라는 동작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겪었던 수많은 과정과 시간들이 있었기에 10년이 지난 지금도 윈드밀이 되듯이 동작이 완성되려면 같은 상황이 꾸준히 반복돼야 했다. 같은 자세에서 다리를 더 쌔게 차보거나 팔을 더 위쪽으로 민다던지, 골반을 더 들어보는 식으로 계속 수정하고 보완하고 또 반복했다. 그러다가 조금씩 자세가 나오고 그렇게 해서 완성해낸 동작이 주는 성취감은 아마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작년에 있었던 프로젝트로 인해서 겪은 두려움과 공포는 이미 어렸을 때 비보이를 연습하며 느껴봤던 부분에 속할지도 모른다. 춤 동작을 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 중에 하나는 동작을 연습하면서 상처 나고 멍들고, 피부가 바닥이 쓸리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긴장으로 인해서 몸에 힘이 바짝 들어서 발차기를 돌리거나 다칠까 봐 평소보다 약하게 돌리면 더 크게 다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앞으로 또 프로젝트가 있거나 힘든 일이 있어도 예전보다는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저 불가능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던 춤 동작을 오랜 시간 피나는 노력 끝에 완성해냈듯이 절대로 해낼 수 없다고 느껴지는 일들 또한 오랜 시간 연구하고 노력하고 시간의 축적이 쌓이다 보면 결국에 해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말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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