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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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를 비롯해서 친구들에게 힘든 일이 많이 있었다. 서로를 위로해주고 달래주는 시간을 보내던 중에 조심스레 바다를 보러 다녀오자고 친구들에게 제안을 했다. 개인적으로 힘들거나 지칠 때 늘 찾아가는 곳이 강릉에 있는 '안목'이라는 곳인데 도착해서 맛있는 것을 먹거나 특별한 것을 하는 게 아니고 그저 바닷가와 가장 가까운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바다를 보면서 하염없이 바라보는 게 안목으로 찾아가는 이유다.
힐링하러 가야겠다는 마음과는 반대로 시작부터 쉽지가 않았다. 집에서 터미널까지 거리가 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늦잠을 자서 출발하기 몇 분을 남겨두고 간신히 버스를 탔고, 비가 온다던 기상청의 말과는 다르게 날씨가 쨍쨍해서 추울 것을 예상했던 옷차림으로 더위에 하루 종일 고생하기도 했다. 숙소는 사진으로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허름했고 예전에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이번에는 그 정도로 맛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가지고 이번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발길이 닿았던 모든 곳에서 베풀어주는 친절에 감동했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며 맛집이 어디냐는 사소한 질문에 정말 열심히 알려주시는 기사님도 계셨고, 우연히 먹으러 갔던 음식점에서 맛은 괜찮았는지 양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여쭤봐 주시고 더우면 자리를 옮겨드린다는 그 사소한 모든 것들 덕분에 여행하는 동안에 마음이 정말 편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만큼 행복에 가까운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친구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면서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헤아려주는 시간들이 참 귀중하고 감사했다. 매일 마시는 커피가 다르게 느껴지고 평소에 나누던 대화마저 더 가깝게 느껴지는 덕분에 많이 힘들었던 일들로 인해 어두웠던 얼굴에 조금이나마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하루가 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된 가장 큰 깨달음이 있다면 내가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깨우침이었다. 처음부터 여행이 쉽지 않았고 힘들었던 것에 내 생각과 초점을 집중한다면 앞으로 다시는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들과 여행 내내 느꼈던 친절함과 바다를 바라보며 느꼈던 편안함에 초점을 뒀기에 앞으로 또 힘들거나 지칠 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오고 싶은 생각이 먼저 떠오를 것 같다.
힘든 일을 겪어서 아프고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여행 덕분에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하는 것을 오늘로서 그만두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내일 걸어야 하는 한 걸음은 무엇일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매 순간 찾아온다는 영화의 대사처럼 어쩌면 여행을 다녀오게 된 지금이 인생이 바뀌게 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특별하게 여기는 이유는 일상에서 치이고 지치는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