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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금술사 Sep 01. 2018

반려견의 임종

지키지 못한 두 번째 순간

반려견 데니가 조금 전 숨을 거두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예외 없이 맞이한 죽음.


거친 숨소리와

애처로운 몸의 떨림은 멈춰 있었다.


순백색의 털로도 감추지 못한

육신의 창백함이 주위를 얼렸다.



물과 음식을 건네도 

고개를 돌린지는 일주일.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여기저기 머리를 부딪히며

집안을 헤맨지는 반년.


이 순간이 곧 올 것이라는 걸 

알고도 부정하던 시간들.


이제 그를 놓아주어야만 했다.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한

데니와 나의 엄마는

입에서 젖내 나던 때부터 키워온 

18살짜리 늙은 막내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친정 엄마를 보내드린지 꼭 열 달 만에

그녀는 또다시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냈다.


마치 이제는 그녀 곁에 당신들이 없어도

안심하고 떠날 수 있겠다는 듯.


할머니도 데니도 

엄마가 온전한 일상을 되찾을 때까지

함께 있어주었다.



나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장 사랑하는 이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먼 길 배웅을 용기 있게 나서 준 

엄마의 젖은 손을 잡고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뿐.



데니야.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

말없이 들어준 너, 정말 고마워.


모두가 잠든 밤

혼자 깨어 반겨준 너, 정말 고마워.


내가 먼 곳에 가 있을 때

겁 많은 엄마 곁을 지켜준 너, 정말 고마워.


일곱 번 함께 이사 다니며

새 환경에 적응했어야 할 너, 너무 미안해.


더 많이 산책시켜주고 

더 많이 안아줬어야 할 너, 너무 미안해.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 

보지 말아야 할 장면을 보게 해서 너무 미안해.


넌 최고의 가족이고 친구였어.

당분간 할머니가 널 돌봐주실 거야.

외로우셨을 텐데 재롱 많이 피워드리렴.



형이 많이 사랑했단다.

안녕.


스마일, 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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