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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돈의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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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섭 Dec 07. 2022

좋은 부채와 나쁜 부채

신규 원고 #1 

‘부채’하면 연상되는 키워드는 다소 부정적인 면이 있다. 빚쟁이, 빚더미, 이자 폭탄, 신용 불량 등등. 부채는 꼭 나쁜 것일까? 아니다. 부채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부채를 적절히 다루지 못하면 돈과 친구가 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신용 창조에 기반한 현재의 자본주의와 금융 시스템이 부채와 긴밀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부채는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부채의 정의

부채란 무엇인가. 부채는 빌린 돈이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채권자, 돈을 빌린 사람은 채무자이다. 채권자는 빌려준 돈을 못 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채무자를 깐깐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 이때, 채무자가 담보를 제공하면 담보 대출이 되고, 담보 없이 채무자의 신용만으로 대출이 발생하면 신용 대출이 된다. 일반적으로 담보 대출이 신용 대출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편이다. 또한, 채무자의 신용 등급이 높을수록 채무 불이행 위험이 낮다고 간주되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편이다.


부채는 우리 일상 어디에나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이 시중에 돈을 더 풀거나 기업이 사업 확장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부채와 연관이 있다. 개인이 주식 레버리지 투자를 하거나 집을 마련할 때 은행으로부터 주택 담보 대출을 받는 것 역시 부채와 관련이 있다. 또한,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신용카드도 부채이다. 우리는 거대한 돈의 실타래에 얽혀 서로가 서로에게 채권자와 채무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부채를 현명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산과 자본의 개념을 구분하고 이자와 금리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복잡한 회계학 용어를 배제하고 쉽게 설명하자면, 자산은 내 돈과 (자본) 남의 돈을 (부채) 합친 것이고, 자본은 부채가 아닌 순수한 자기 돈이다. 부채는 이자를 발생시키는데 채권자 입장에서는 수익이지만 채무자 입장에서는 비용이다. 금리에 따라서 이자는 변동하는데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자는 유리하지만 채무자는 불리하다.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자는 불리하지만 채무자는 유리하다. 


만약 누군가 50억대 자산가라 하자. 그는 부자일까? 자산의 규모 만으로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왜냐하면 부채 비율과 (총자산에서 남의 돈이 차지하는 비중) 현금흐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산의 대부분이 건물인데 부채 비율이 90% 가 넘고, 투자 원가 대비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금리가 높아져 현금 흐름이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버거운 상태라면 사실상 그는 부자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부자를 결정짓는 기준은 부채를 포함한 자산이 아니라 자기 돈이 얼마나 있는지가 되어야 마땅하다. 


좋은 부채와 나쁜 부채

좋은 부채와 나쁜 부채를 구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좋은 부채는 채무자가 이자 비용을 여유롭게 통제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현금흐름을 개선시킨다. 즉, 빌린 돈이 생산적인 목적으로 활용되어 돈을 버는데 쓰인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3% 대출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5%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투자한 자산의 가격이 일정하다는 가정하에) 2%의 차익을 얻어 돈을 번 셈이다. 혹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학생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학위를 따는 경우, 학교를 졸업한 후 인생을 보는 그의 시야가 넓어지고 수준 높은 경제 활동을 하는 사회인이 된다면, 학자금 대출 또한 좋은 부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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