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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혜빈 Jan 09. 2017

내 숙소가 사라졌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사람들 ① 로마에서 만난 젊은 부부


내 가방을 더듬던 두 명의 소매치기 일당과 함께 나의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됐다.   


이탈리아를 선택했던 건 순전히 김도한 교수님의 여행 이야기 때문이었다. 통일된 왕국이기에 각 도시별로 가진 매력이 다양하다는 그 한 마디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하마터면 실패작이 될 뻔한 여행이었다. 아름다운 도시였지만 수많은 관광객이 감상을 방해했다. 물론 나도 그 방해꾼 중 한 명이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갔던 여행지 중 단연 최고로 꼽는 이유는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만들어낸 재미난 에피소드 덕분이다.         





      

지금은 이해 못 하겠지만, 이 당시 최우선 목표는 "비용 절감"이었다. 

아마 난 리얼한 배낭 여행을 해보고 싶었나 보다. 


이날 바티칸 미사에는 많은 사람이 몰렸다. 누군가 말하길 교황이 행사를 여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단다.


바티칸에 들러 엄청난 인파와 함께 미사를 구경하고, 피우미 분수 앞에 앉아 젤라또를 먹었다. 따뜻한 느낌의 한 성당에 들어가 잠깐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콜로세움을 지났고, 아직도 유적을 발굴하는 것 같은 포로로마노 유적지를 지났다. 


바티칸을 빠져나와 걷는 중에


포로로마노 유적의 한 부분


10kg이 넘는 배낭이 내 어깨와 허리를 눌러 내린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니 눈 앞에 유적들이 들어올 리 없다. 비용 절감이 최우선 목표였기에 당연히 유심은 사지 않았고, 미리 출력해온 에어비앤비 숙소 지도의 캡처본 한 장만 달랑달랑 들고 찾아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걸은 지 반나절 만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한 그곳엔 작은 공원이 있었다. 



주변은 온통 아파트와 주택으로 둘러싸여 있다. 조금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주변 슈퍼에 들어가 주인에게 길을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충분치 않은 정보의 주소와 위치란다. 


그때 한 손님이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을 하라며 번호를 남겨주고 떠났다. Simon이라는 이름의 남자였다. 그에 대한 의심을 떠나서, 나는 유심이 없었기 때문에 어차피 전화를 걸지 못했다. 


나는 당연히 숙소를 찾을 수 없었고, 종이 위에 숙소의 위치가 찍힌 그 공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갑자기 누가 소리를 지른다. 


돌아보니 아파트 창 밖으로 누군가 나를 부른다. 아까 번호를 준 아저씨와 그의 아내였다. 그리고 아내의 품에는 갓난아이가 안겨있었다.  

나는 그 집으로 올라갔고, 생전 처음 본 그들의 따듯한 환대에 감동을 받아 펑펑 울기 시작했다. 


내가 들어간 아파트는 아니지만


마침 저녁 준비시간이었다. 맛있는 냄새가 집 안에 가득했다. 고기와 야채, 그리고 따뜻한 스프를 먹었다. 맥주 한 잔과 곁들인 식사는 이들 이탈리안의 보통 저녁이었을지 몰라도, 내게는 최고의 만찬이었다.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니 잠이 쏟아졌다. 그 자리에 엎드려 달콤한 잠에 들었다.  




잠에서 깬 후 아내가 빌려준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확인했다. 

메일함을 확인해보니 몇 날 몇 시 어디서 보자는 호스트의 메일이 와 있었다. 숙소 사기를 당한 줄 알았는데, 호스트가 본인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집 주변 공원으로 포인트를 찍어둔 것이었다. 


고작 몇 푼 아끼려 유심을 사지 않았던 내가 한심했지만, 이런 멍청한 짓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이 소중한 인연에 감사함을 느꼈다.    

 

저녁 7시에 호스트를 다시 만나기로 했고, 그전까지 사이먼의 집에 머물기로 했다. 호스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이곳으로 와도 좋다는 그 말 한마디도 정말 따뜻했다. 



이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오늘은 나에게 어떤 하루로 기억됐을까. 최악의 로마 여행이 되진 않았을까?


개선문과 콜로세움. 아쉽게도 이 때 리모델링 중이었어서 사진으로 많이 담아내진 못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탈리아의 정을 느끼게 해 준 사이먼 부부와의 작별 인사와 함께 다시 길을 나섰다.      

그리고 우리는 이틀 뒤 다시 만나게 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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