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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Mar 01. 2024

강릉에 가면 어떤 삶이 기다릴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2021년 6월에 가게 3개를 오픈했다.

국숫집, 코인빨래방, 상담실을 동시에. 2019년 말에 오픈했던 심리상담카페는 1년 7개월 운영하고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게 되었다. 같은 건물, 작은 공간에  새롭게 상담실을 오픈하기로 했다.


그즈음 포천에 유명한 김치말이국수를 먹으려 갔다가 충동적으로 같은 건물 지하에 국숫집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사한 오피스텔에 빨래방이 없어서 그것도 국숫집과 같은 층에 해보기로 한 거다.


1달 내 3개 매장을 인테리어 하고 거의 비슷하게 개업을 했다. 충동적이고 무모하게 시작한 도전.

그게 가능했던 건 그때쯤 황혼이혼을 하며 받았던 빌라가 팔렸기 때문이다.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뭔가를 시작할 때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는 내 추진력이 이런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처음엔 신나서 운영을 했다. 하지만 국숫집과 빨래방 운영을 맡은 남편은 물 안 준 화초처럼 서서히 지쳐갔다.


아침 일찍 나갔다가 9시 넘어 집에 돌아오는 생활이 반복되자 남편은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다. 1년 반이 지나면서 우리는 무모한 도전을 후회하게 되었다. 2년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쯤 가게를 넘기려고 부동산에 내놓아도 인수할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가게를 폐업할 생각도 했으나 천만 원이 넘는 원상복구 비용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1년 재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인수할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편은 날카로워지고 생명력을 잃어갔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가슴이 미어졌다.

마냥 천진난만하던 우리의 모습은 사라지는 듯했다.




우리의 유일한 낙은 1달에 1번 강원도로 여행을 가는 거였다. 동해, 양양, 주문진, 강릉에 가면 그동안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며 숨이 쉬어졌다.

바다와 산이 공존하는 그곳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언제부턴가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10년 이상 심리상담을 한 난 작년부터 쉬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왔다.


"우리 진짜 강원도에 살자. 굳이 서울에 살 필요 없잖아." 내가 말하면 남편은

" 그래 가게 3개 다 정리되면 진짜 강원도에 살자"

" 큰 병원이 있는 강릉이 좋겠다." 우린 서로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3개나 되는 가게의 인수자가 나타난다는 건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였다. 기도만 하며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시길 기다렸다. 주님이 허락하시면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걸 익히 알고 있기에.


그러던 중 작년 말 "내년에 우리 강릉 가서 살려고요."라는 내 말에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상담샘이 "선생님 강릉 가시면 제가 상담실 인수할게요."라고 했다.

난 믿어지지가 않았다. "진짜요?"라는 내게

" 너무 예쁜 곳이라 없어지는 게 너무 아쉬워서요"라고 하시는 거다.


그리고 올해 1월 초에 국숫집과 빨래방도 인수할 분이 나타났다. 국숫집은 남편 지인이 인수해서 벌써 김치찌개 전문점으로 운영 중이고 빨래방은 오늘 새로운 사장님이 운영을 맡았다.

상담실은 5월에 새로운 상담샘이 운영할 예정이다.




기적 같은 일이다. 1달 안에 가게 3개의 인수자가 나타나다니!!ㆍ

하나님께서 해주셨다고 말할 수밖에..

오랜 시간 하나님을 떠나 살았던 남편도 "모든 게 다 하나님이 이루어주셨다."라고 고백했다. 그 말을 들으니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스르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 감사합니다. 주님" 내 입에선 감사와 기쁨이 흘러나왔다.


우리 부부는 4년 넘는 기간 동안 4개의 사업체를 운영했다. 비록 나중엔 숨 막히게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우리 둘을 단련시킨 경험이었다. 시도하지 않으면 뭐든 배울 기회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꿈이었던 강릉살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달에 사천해변에 있는 신축아파트를 월세로  계약했다. 33평 아파트가 1000에 90이라니!! 오션뷰가 아닌 대관령뷰로 선택했다. 아마 5월엔 강릉으로 이사하게 될 것이다.


나이 60에 강릉살기 도전이다. 새로운 곳에서의 삶이 두렵기도 하지만 강릉에서의 삶을 주님께서 어떻게 이끌어 가실지 기대가 된다. 그분의 계획하심을 우린 알 수 없기에, 하지만 이젠 절대 주님보다 앞서 가지 않을 거다.


강릉에 가선 덜 무모하고 덜 충동적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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