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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Mar 02. 2024

우리 진짜 강릉에서 살게 되나 보다.

생각지도 못한 기도응답


나에게 강릉은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 같은 곳.

언제든 찾아가면 기대 이상으로 안식을 주는 곳이다.


올해 강릉에서 살고 싶다는 우리 부부의 바람이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바로 1월이 시작되고 얼마 후 가게 3개 모두 인수자가 나타난 것이다. 꿈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너무 가고 싶었고, 그래서 기뻤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뭔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올라와 나를 파도처럼 덮치곤 했다. 그건 예상에 없던 감정이었다.


'과연 전혀 연고도 없는 강릉에서 살 수 있을까?

엄마가 강릉으로 간다고 하면 딸들 반응은 어떨까?

과연 이 결정이 잘 한 결정일까?'

수시로 올라오는 불안감에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


평생 살아온 서울을 떠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익숙함을 벗어던진다는 건 어마어마한 불안을 내포하고 있기에. 모든 관계가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것이어서 선뜻 떠나기에 아쉬움도 남았다. 하지만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다.


강원도 바다는 나에게 치유의 공간이었다. 이혼하고 혼자 살 때 가슴이 답답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 KTX를 타고 혼자 강릉 안목해변으로 갔다. 바닷가에 앉아 파도를 바라보면 "괜찮아, 괜찮아" 말해주는 듯했다. 마음을 쓰담쓰담해 주는 느낌. ㆍㆍ


두 번째로 혼자서 갔던 바다가 사천해변이었다. 바다색이 좀 더 짙은 푸른색이었고 남성적인 느낌의 바다였다. 자연의 커다란 품에 아무 말 없이 안겨있는 느낌이었다. 난 강릉의 바다를 사랑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의 첫 여행지도 강원도였다. 수시로 강원도로 여행을 갈 때마다 "여기서 살까?"병이 도졌다. 막연히 미래에 언젠가는 강원도에 가서 살게 될 거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살고 싶다'와 '진짜 가서 산다' 사이엔 엄청난 간극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막상 정착지를 강릉으로 정하고 나자 그때부터 더 불안이 엄습했다.




그런 마음이 오락가락하던 어느 날 밤, 인스타 메시지가 왔다.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누구지?' 하며 생각해 보았다. 최근에 상담하고 있는 내담자의 친구였다. 내담자가 힘들어하는 시기에 내담자를 전도해서 같이 교회를 다닌다는 그 친구였다.


"선생님 너무 늦은 시간에 메시지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금요기도회에서 선생님 기도했는데 평균대위에서 한걸음 한걸음 하나님을 바라보며 조심히 걸으시는 선생님을 보여주셔서..^^ 가끔은 토하고 가는 환자들의 힘듬도.. 그러나 날마다 힘주시는 하나님 바라보며 모든 게 은혜였다고 고백하시는 선생님을 하나님이 많이 사랑하시는 것을 ㅎㅎ 선생님이 물론 저보다 믿음의 선배이시겠지만 저도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아 봅니다 "


그러면서 내 기도를 하며 받은 말씀이 여호수아 1장 9절 말씀이라고 했다.


내가 네게 명령한 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 (수 1:9)


그 말씀을 읽는 순간 말할 수 없는 감동과 기쁨과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내가 어디를 가든지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라는 기도 응답이었다. 하나님은 내 마음을 다 들여다보고 계셨구나. 그래서 내담자의 친구를 통해 두려워하지 말고 강하고 담대하라고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는구나.


그 말씀을 가슴으로 받았다. 하나님의 응답이라면 무조건 순종하겠다는 강한 확신이 생겼다. 주님의 뜻이라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시니까.

지금까지 나를 누르던 두려움과 불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이후엔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삶에 대한 기대감에 마음이 기쁘다. 


쿵작이 맞는 남편과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다. 일단은 여행을 더 많이 하리라. 강원도의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유튜브도 할 수 있고 글쓰기도 여유 있게 더 많이 할 거다.


생각해 보니 작년 가을 브런치를 통해 대학원 후배 상담샘을 만났다. 나와 공통점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던.. 그 샘은 20년 이상 강릉에 살고 있었다. 하나님은 강릉으로 가기 전에 친구를 만나게 해 주신 거다. 모든 게 다 주님의 섭리 안에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2월 초  강릉에 가서 담대히 아파트 계약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천해변 앞에 있는 신축아파트. 분리형이어서 작은 방 하나는 상담실로 사용할 수 있는 곳.


이제 남은 건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세입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도 주님이 다 알아서 해주실 거라 믿는다. 세입자가 들어오는 날에 맞춰 이사 날짜가 정해질 것이다. 빠르면 4월 중순, 늦으면 5월엔 이사할 수 있으리라.


우리 진짜 강릉에서 살게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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