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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Apr 04. 2024

서윗남과 사는 중년 아내

남편표 계란토마토볶음


페북이 알려준 3년 전 오늘


부활절 주일의 점심 메뉴는  계란토마토볶음요리~

남편님이 자신 있게 만들어준 이 요리의 맛은 바로 짜장면 맛이다!!


완전 다른 비주얼이지만 같은 맛일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짜장면 맛인걸.


오늘 설교 말씀처럼 "따뜻하고 친절하고 명랑한"

남자와 살고 있는 일상이 참 좋다~♡

단, 삐지지만 않으면..

쉿!!ㅋㅋㅋ




그러니까 저 때는 신혼 5개월 차였다. 글에서도 행복이 퐁퐁 솟아나네. 50대에 한, 중년의 결혼이지만 어느 신혼 못지않게 풋풋하고 오글거렸다.


다정하고 섬세하기로는 최고상감인. 요즘말로 '서윗남' 남편과 사는 일상은 내가 생각했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운동화를 신을 때면 손가락으로 구둣주걱을 해준다든지. 외출하려면 달려 나와 코털을 점검하고 깎아준다든지. 밥 먹을 때 "이게 제일 맛있는 부분이야. 이거 먼저 먹어" 한다든지..

치킨의 닭다리 2개는 결국 내가 다 먹어야 한다.


남편의 서윗행동들은 셀 수 없이 많아서 다 쓰기도 힘들 정도다. 그리고 매일 밤 발을 주물러준다.

무릎 아파 잘 걷지도 못하고, 허리 아파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하고, 위가 안 좋아 소화도 안되고 매운 음식도 못 먹는 아내. 그런 아내를 보며 대신 아프고 싶다는 남편.


나이 든 아내와 사는 남편이 측은하기도 하고 안쓰럽다. 괜히 나 만나 고생하는 것 같아 "맨날 아파서 미안해.."라는 내게 "난 당신 없으면 못 산다. 난 당신보다 딱 하루만 더 살 거다."라며 헤벌쭉 웃는다.


그리고 내가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거나 에너지가 다운되어 있으면 옆에 와서 말도 안 되는 말과 행동으로 기어이 날 웃게 만들어준다.


지금은 결혼하지 3년 5개월 되었다. 처음 만난 지는 5년이 되어온다.

대부분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신혼이니 그랬지.

결국은 똑같을 거야'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아니었다. 그야말로 반전이다.


남편의 배려심 있고 다정한 행동들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엔 성격이 똑같아 티격태격 다투던 부분들이 줄어들고 웬만해서는 다투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다르던 입맛도 이젠 남편의 건강한 입맛으로 내가 변했다. 단 빵, 과자와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덜 먹으니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청국장, 두부전골. 황탯국, 나물과 야채반찬등 이 나이가 되어서야 건강한 음식의 맛을 알게 되었다.

육식녀였던 내 고집스러운 입맛이 바뀌다니!!


인생 뭐 있나?

이 정도면 천생연분, 운명의 인연이지.

매일 깔깔 웃으며 맛있는 거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족한 거지.

얼마나 이런 삶이 지속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하루의 행복은 하루에 족하다'란 마음으로 이 순간을 감사하며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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