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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Apr 22. 2024

수제도시락 창업 클래스 해볼까?

페북에서 알림이 떴다.

3년 전 오늘!

상가를 덜컥 계약해 놓고 김치말이 국수를 시작하기로 했던 시점이다.


" 여보 수제도시락 창업 클래스가  있는데 해볼까?"

내가 직장인을 위해 도시락을 서브 메뉴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 뭐든 배우는 건 얼마든지 찬성이야"

남편은 무조건 찬성을 했고, 난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남편도 같이 하자고 했다.


수업료가 엄청 비쌌기에 내가 머리를 굴려 강사님께 전화를 했다.

"개인 수업 신청하려고 하는데 남편과 함께 해도 될까요?"

"그럼요. 가능하세요"

거기까진 좋았다.


"그런데요. 그냥 남편은 참관만 하면 안 될까요?"

속이 다 보이는 나의 제안.

" 수업료는 1명만 내신다는 거예요?"

강사님은 기가 막혀하셨다.

" 네. 어차피 개인수업이니까 해주시면 안 될까요..?"

" 음... 원칙상은 안 되는 거지만 알겠어요. 그렇게 해드릴게요."


야호!! 일단은 두드리고 보자는 내 신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해서 화창한 4월 말 우리는 요리 스튜디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신혼부부의 냄새를 폴폴 풍기며..


우리가 등장하자마자 선생님은 장난기가 가득한 중년의 부부에게 충격을 받으신 듯했다.

참관만 하기로 했던 남편도 선생님의 넓으신 아량으로 함께 참여하게 해 주셨다.




첫날은 참치, 계란, 볶음김치, 시금치등으로 토핑을 한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앞치마를 하고 요리용 장갑을 끼고 서로 더 예쁘게 만들겠다며 경쟁을 했다.


우선 밥에 양념을 해서 조물조물했다. 그리고 유부의 물기를 짜야하는데,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짜야했다. 그리고 유부 사이를 벌려서 양념한 밥을 넣는데 빵빵하게 넣기가 쉽지가 않았다.


배가 고파진 난 만들다가 못생기게 만든 유부초밥을 나도 모르게 입으로 쏙 넣었다. 그걸 보고 기회를 놓칠세라 남편이 " 지금 뭐 먹는 거야?"라며 큰소리로 말했고

선생님께 우물거리던 입을 들키고야 말았다.


뭔 초딩들도 아니고, 50대 부부의 이 유치한 애정행각에 선생님도 슬슬 적응이 되어가신 듯했다. 할 말을 잃으신 표정의 선생님의 눈치가 보여 이제 장난을 그만 쳐야지 결심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2시간 내내 깔깔대고 놀리고 웃음이 그치지 않는 우리 부부를 보던 선생님이 " 저도 그럴 때가 있었나?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라며 부러워하시는 느낌이었다.



시끌벅적한 시간이 지나자 그럴듯한 도시락이 완성되어 갔다. 예쁘기도 했지만 맛도 기대이상이었다. 포장까지 마치자 지금 당장 판매를 해도 좋을만한 도시락이 눈앞에 나타났다.


"와~~ 너무 예뻐요. 우리가 만들었다니 믿어지지가 않네요" 마지못해 시작했던 남편도 자랑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테이블에 올려놓고 사진 촬영을 했다.

선생님은 테이블 데커레이션 능력도 출중하셨다.

비싼 수업료가 아깝지 않았다.


아침에 페북에서 그 사진을 발견하고 글을 쓰며 신혼 때의 풋풋하고 단내 나는 추억에 잠겼다.

벌써 과거의 한 장면이 되어버린 신혼의 몰랑몰랑한 기억. 비록 수제도시락을 실제로 판매하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 당신이 있어서 감사해요. 사랑해요"라고.

그러자 바로 남편에게 답장이 왔다.

" 나에게 가장 소중한 이는 당신이요"

역시 서윗남 남편이다.

" 우리 이렇게 오손도손 살아갑시다"


이제 남편을 만난 지 5년이 되어온다.

비록 처음처럼 뜨거운 감정은 아닐지라도

시간이 갈수록, 많은 일들을 함께 겪어갈수록 더 사랑이 깊어지는 사이. 이 정도면 아직도 달달한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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