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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고슬아 Apr 21. 2016

할머니와 밤 비행기

효도여행과 자본주의

자카르타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 안입니다.

열대여섯 명의 한국인 어르신들이 근처에 자리 잡고 앉아계십니다. 육십 대 후반에서 칠십 대 중반 정도의 나이 때로 보입니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싶지 않지만 옷차림으로 도시에서 온 분들을 아니라는 것을 알아챕니다.


이 비행기는 밤 비행기입니다. 이곳 인도네시아에서 며칠 여행을 하셨는지 이미 다 들 피곤해 보입니다. 불과 예닐곱 시간의 비행이지만 어찌 이 밤을 견디실지 마음이 칠 않아 어떻게들 계시는지 자꾸 뒤돌아 보게 됩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계신 할머니, 좌석을 뒤로 젖히지도 않으셨길래 허리를 쭈욱 빼고 여쭤봅니다.

"어머님, 이거 뒤로 할 수 있는데 해드릴까요?"

"응, 좀 해줘요. 고마워. 좀 낫네.."


할머니 옆에 또 그 뒤에 앉은 분들도 불편하게 앉아 계시기는 모두 매한가지. 그러나 눈을 감고 계시니 친절을 베푼다고 괜히 깨우는 게 될까 봐 가만히 있습니다.


나는 저분들의 딸도 아니고 며느리도 아닙니다. 그래도 이렇게 마음이 짠합니다. 저 어른들의 자식들이 지금 저 안색, 저 피곤함을 예상했더라면 이렇게 밤 비행이 여정에 들어있는 여행을 보내드렸을까요. 이 여행을 기획한 사람, 그리고 권하고 판매한 사람들은 어른들의 노곤함을 취해 돈을 벌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정말이지 효도여행이라는 명목이 자본주위와 참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비행기에서 새우잠을 주무실지, 씁쓸한 생각에 안대를 써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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