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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억의 나라에서 만난 진실

코로나 19 팬데믹의 교훈

by 류인하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Covid 19)의 대유행(Pandemic)을 선언했다. 그리고 2023년 5월 5일 팬데믹 해지까지 걸린 시간, 3년 1개월 26일.

그 시간 동안 대다수 국가들은 대규모 사회통제(Lockdown)에 돌입했다. 모두가 얼굴을 가리고 마스크를 써야 했고, 백신 접종은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했다, 하늘길은 끊어졌으며, 소소하게는 마트에 장 보러 가고 외식하는 일상까지 무너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끔찍했던 것은, 수많은 이름 모를 생명들이 스러져갔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많은 이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망자의 가족과 친지들은 슬퍼했고 절망했다. 예상치 못했던 이별의 고통을 제대로 추스르기 전에 더 잔인한 현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장장에 넘쳐나는 시신들, 장례조차 제때 제대로 치를 수 없었던 잔인한 현실. 끝 모르는 절망의 늪에서 전 세계가 신음했다. 2022년 5월 영국 BBC의 보도에 따르면 비공식 사망자가 1500만 명을 넘을 거라고 했으니까.






아주 오랜만에 집어든 파랑새 동화 속에서, 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장면 하나를 마주했다. 틸틸과 미틸이 떠난 첫 번째 환상의 공간, ‘추억의 나라’. 틸틸과 미틸은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먼저 조우한다. 그들은 틸틸과 미틸이 부르기 전까지 눈을 감고 생전의 모습대로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호명과 동시에 눈을 뜨고 남매를 맞아줬다. 추억의 나라에선 시간이 흐르지 않았기에, 그 차원에 속해 있는 존재들은 과거의 모습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틸틸이 먼저 세상을 떠난 형제자매에 대해 조부모에게 물어보자, 세 명의 형제와 네 명의 자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모두 세상을 떠난 순간에 고정된 채, 나이가 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남매의 할머니는 양배추 수프와 자두파이를 꺼내 아이들에게 저녁식사를 차려주었고, 틸틸과 미틸은 조부모와 형제자매가 살아있을 때처럼 즐거운 저녁식사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어느덧 시간이 흘러 틸틸과 미틸은 사랑했던 가족들 곁을 떠나야만 했다. 틸틸은 할아버지가 건넨 ‘파랗고 늙은 티티새’를 새장에 넣어 손에 쥐고 미틸과 함께 발길을 재촉했다. 틸틸의 손에 쥐어 있던 새장 속 푸른 티티새는 추억의 나라를 떠나자마자 검게 변했고, 남매는 다시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


‘추억의 나라’ 세계관에서 보여주는 것은 ‘죽음’. 죽음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나는 전염병, 왜 하필 코로나19를 떠올렸을까? 가장 최근에 대유행한 감염병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항생제가 발명된 이후 최초이자 최악의 사망률을 기록했고, 압도적인 비율로 고령층의 치사율이 높았기 때문이리라. 틸틸과 미틸의 조부모처럼 말이다. 한국의 경우, 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79.8세이며, 60세 이상 연령대가 전체 사망자의 93.9%**를 차지한다. 나의 친외가 양가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셨고, 두 분 다 백신 접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 3차 감염까지 되셨다. 그 이후 급격히 위중해져 돌아가셨기에, 이 ‘추억의 나라’ 부분에서 코로나19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워킹맘이던 엄마를 대신해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를 얼마 전 2025년 4월 28일에 하느님 품으로 보내드렸다. 아직 보름도 안 지난 이야기...)


** 관련자료 : 질병관리청_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전수감시 기간 사망자 분석 결과 (2020.1.20.–2023.8.30.) https://www.phwr.org/journal/view.html?pn=vol&uid=696 )






문제는 코로나19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현실이다.
대유행 감염병이 나타날 것은 예언이 아닌 역사가 증명하는 자명한 사실이니까.


1. 유스티니아누스 페스트 (541–542년)

병원체: 페스트균 Yersinia pestis

영향: 동로마 제국 전역, 유럽과 중동

사망자: 2,500만 명 추정 : “문명의 수축”이라는 결과를 낳음.


2. 흑사병 (Black Death) (1347–1351년)

병원체: 페스트균

영향: 유럽 전체 인구의 30~60% 사망

사망자: 7,500만~2억 명 : 사회 구조 붕괴, 근대 초입의 촉매.


3. 천연두 (Smallpox)

병원체: Variola virus

영향: 전 세계, 특히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인구를 90% 이상 감소시킴 (콜럼버스 대탐험 이후)

사망자: 총합 수억 명 : 1980년 WHO 공식 선언으로 근절된 유일한 감염병


4. 스페인 독감 (1918–1920)

병원체: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영향: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전 세계

사망자: 5천만 명 이상 : 젊은 층 중심 사망률 높음, 의료체계 붕괴


5. 아시아 독감 (1957–1958)

병원체: H2N2 인플루엔자

영향: 동아시아 → 전 세계

사망자: 100만 명 : 백신 개발로 조기 수습


6. 홍콩 독감 (1968–1970)

병원체: H3N2 인플루엔자

사망자: 약 100만 명 : 지속성 낮음, 의료기술로 대응 성공


7. HIV/AIDS (1981년~현재 진행 중)

병원체: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사망자: 누적 3천만 명 이상 : ‘느린 팬데믹’, 낙인과 정치의 역사


8. 코로나19 (2019~현재진행형)

병원체: SARS-CoV-2

영향: 세계 전역

사망자: 7백만 명 이상 공식 집계 :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 백신, 정치 갈등까지 동반한 인류사 전환기


게다가 콜레라와 사스, 메르스, 조류독감, 구제역 등 동물 전염병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 동물 전염병이 인수(인간과 짐승) 교차감염되지 말란 법도 없다. 또다시 신냉전체제로 향하는 2025년의 오늘, 생화학 무기로써 누군가 의도적으로 동물 전염병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을 거란 보장 또한 없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영구동토에서 수천 년 전의 고대바이러스가 발견된 사건 또한, 또 다른 팬데믹이 멀지 않은 미래에 인류에게 예정되어 있다는 경고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전 인류적 종말이 드리워졌을 때, 사분오열하는 인류의 모습이다. 봉쇄와 격리, 통제를 겪으며 생긴 불안은 타인에 대한 혐오 같은 감정의 응집체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혐오를 올라타고 국가 우선주의 · 민족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인류를 또 다른 재앙으로 몰아가는 이들이 세상에 등장한다. 이를테면 아돌프 히틀러, 베니토 무솔리니, 이오시프 스탈린 같은 자들 말이다.


2025년 현재도 신냉전주의를 표방하며 포스트 코로나라는 특수성을 이용, 온갖 혐오를 양산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자들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와 KKK, 시진핑, 블라디미르 푸틴, 자위대로 대표되는 일본 극우세력, 시아 · 수니파로 대표되는 이슬람 과격세력과 테러집단들, 다시금 유럽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네오나치와 네오파시스트들... 그들은 또 다른 팬데믹의 문에서 문을 닫기보다 활짝 열어젖힐 이들이다. 백신과 치료약을 볼모 삼아 타국과 타민족을 억압하고 정복하려 들 것이고, 그 끝에는 새로운 제국주의로의 발걸음을 세차게 내디딜 자들이다.


그래서... 나는 답을 찾기 시작했다. 눈에 뻔히 보이는 공멸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또다시 나는 대한민국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보다는 약화되었다고 하지만 현재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국가와 민족들 중 가장 높은 공동체 의식을 가진 이들. 내 나라 · 내 조국 · 내 민족이라서가 아니라, 전 세계에 만연해 있는 집단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주제라서.


프롤로그에서도 밝혔듯 내란의 밤 깨어있는 조직된 민주시민의 힘으로, 군사독재로 회귀하려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멈춰 세운 후 다시 앞으로 굴러가게 한 사회공동체.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타국에 모범이 되어 인류가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이들. 국가와 정부의 능력도 한몫했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공공선의 자세로 서로 조심하던 이들이었기에...

나는 확신한다. 우리가 다시 이 위기를 맞는다면, 더 나은 방식으로 해낼 것이다. 우리는 이미 해냈으니까.




#1. 추억의 나라에서 만난 진실 - 코로나 19 팬데믹의 교훈

기억의 문 – 잊힌 존재들과의 단절


파랑새 프로젝트 - 인류가 놓친 다섯 개의 문, 그리고 하나의 귀환

Prologue. 우리가 문을 닫은 날 - 종식되지 않은 2024년 12월 3일 내란의 밤

#1. 추억의 나라에서 만난 진실 - 코로나19 팬데믹의 교훈
#2. 밤의 나라에서 만난 진실 - 인류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계속된 전쟁들
#3. 숲의 나라에서 만난 진실 - 인류가 지구를 착취하여 마주한 멸망의 시나리오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4. 사물의 나라에서 만난 진실 - 금권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허상
#5. 미래의 나라에서 만난 희망 -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절호의 기회

Epilogue : 우리는 다시, 사람이어야 한다 - 네오-르네상스의 시대


#파랑새프로젝트 #사회문제 #민주주의 #인류공생 #새로운패러다임 #희망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COVID19 #팬데믹 #Pandemic #네오파시즘 #혐오 #극복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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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2023년 소천하신 나의 외할머니 정은숙 마리아,

그리고 2025년 4월 28일 소천하신 내 할머니 신석련 여사께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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