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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밤의 나라에서 만난 진실

인류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계속된 전쟁들

by 류인하

<파랑새 프로젝트>의 두 번째 글인 이 글을 준비하고 있던 어느 아침, 내 휴대전화에 설치된 뉴스 애플리케이션에서 속보 팝업 알림이 날아왔다.


[속보] 파키스탄, 인도 상대 대규모 군사작전 개시‥"공군기지 공격"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촌의 화약고가 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긴장 관계뿐 아니라, 2022년부터 3년째 지속되어 오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모자라, 인도-파키스탄 전쟁까지 터졌다는 소식에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가장 오랜 기간 평화로웠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상은 이대로 무너져버리고 말 것인가?






파랑새 동화 속에서, 나는 인류의 끝없는 전쟁들과 같은 장면 하나를 마주했다. 바로 ‘밤의 나라’. 틸틸과 미틸은 추억의 나라를 떠나, ‘밤의 나라’에 당도했다. 그곳의 문지기인 밤 여왕은 파랑새를 찾고 있는 틸틸에게 파랑새는 이곳에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러면서 이 시공간에 있는 것들을 절대 깨워서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틸틸은 이곳에 파랑새가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그녀를 설득했다. 밤 여왕은 마지못해 그녀가 지키고 있던 청동 문의 열쇠를 틸틸에게 건넸다. 밤 여왕이 지키고 있던 청동 문 뒤 현무암 동굴에는 자연의 비밀들이 갇혀 있었다. 모든 악과 재앙과 질병, 모든 무시무시한 것들과 모든 재난, 태초부터 삶을 슬프게 하는 신비한 것들. 그녀는 운명의 도움을 받아 그것들을 가두는 데 아주 힘들었다며, 그들 중 하나가 빠져나가서 땅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큰 재앙이 될 것이라 얘기했다. 하지만 틸틸은 밤 여왕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쇠를 문에 꽂아 돌려 그 안에 있는 존재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틸틸이 다섯 개의 문 뒤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들은 질병, 전쟁, 어둠과 공포, 침묵, 그림자, 다섯 존재였다. 그리고 틸틸이 마지막 여섯 번째 문을 열자 나타난 것은 꿈과 야광의 정원. 그곳에서 틸틸과 미틸은 수백수천 수만의 파랑새들을 발견했고, 파닥거리는 새들을 손에 가득 쥐고 밤의 나라를 떠났다. 하지만 그 시공간을 벗어나자마자 파랑새들은 죽어있는 상태로 변했다. 그 사실을 알아챈 틸틸은 자신이 불행하다며 불평했다.


‘밤의 나라’ 세계관에서 보여주는 것은 역사 속에서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온 다섯 가지 재앙을 드러낸다. 질병, 전쟁, 어둠과 공포, 침묵, 그림자. 그중에서 나는 ‘전쟁’에 주목했다. ‘전쟁’은 나머지 네 개의 키워드 모두를 내포할 수 있는 사회 현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3차 세계대전의 발발 가능성과 그 전쟁이 생화학 전쟁이 될까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2025년의 현실, 그보다 더 명징한 키워드가 있을 수 있을까. 생화학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질병, 공포, 어둠, 침묵은 저절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인류 문명이 발생한 후, 역사에 최초로 기록된 이집트 - 히타이트 제국 간에 벌어진 카데쉬(현 시리아 중부 Kadesh 지역) 전투 이후 수많은 전쟁이 계속 반복되어 왔다. 셀 수 없이 많지만 (주로 20세기 이후를 중심으로) 대표적인 전쟁을 추려봤다.


1. 십자군 전쟁 (1096–1291, 약 200년)

형태 - 종교 성전 / 문명 충돌 주요국 : 유럽 기독교 세력 vs 이슬람 국가들

주요국 - 유럽 기독교 세력 vs 이슬람 국가들

결과 - 성지 탈환 실패, 유럽-이슬람 불신 고착

특징 - 민중·귀족·기사단이 뒤섞인 최초의 ‘국제적 종교전’

테마 - “신의 이름으로 문명이 찢겼다. 성지는 피로 물들고, 믿음은 무기가 되었다.”


2. 미국 남북전쟁 (1861–1865, 4년)

형태 - 내전 / 인권 vs 경제

주요국 - 북부 연방 vs 남부 동맹

결과 - 북부 승리, 노예제 폐지, 산업화 가속

특징 - 철도, 언론, 자동화 병참 등 근대전의 초입

테마 - “자유는 총칼로 쟁취되었고, 국가의 이름은 통일되었지만, 마음은 두 개로 쪼개졌다.”


3. 제1차 세계대전 (1914–1918, 4년)

형태 - 제국주의 총력전

주요국 - 독일·오스트리아 vs 영국·프랑스·러시아 등

결과 - 제국 붕괴, 베르사유 체제 출범

특징 - 참호전, 독가스, 신기술 → 참혹한 ‘근대 전쟁’

테마 - “구시대의 마지막 전쟁. 명예는 사라지고, 산업이 죽음을 대량생산했다.”


4. 제2차 세계대전 (1939–1945, 6년)

형태 - 전체주의 vs 연합국 / 문명 내부 붕괴

주요국 - 독일·일본·이탈리아 vs 미국·영국·소련 등

결과 - 주축국 패망, UN 출범, 냉전 체제 형성

특징 - 대량학살, 공중폭격, 핵무기 → 기술 문명의 파멸

테마 - “신시대의 첫 전쟁. 인간은 신의 권능을 훔쳤고, 서로를 신처럼 심판했다.”


5. 한국전쟁 (1950–1953, 3년) ; 6·25 전쟁

형태 - 내전 + 대리전 / 냉전 전초전

주요국 - 남한·UN vs 북한·중국·소련

결과 - 정전 협정, 분단 고착화

특징 - 민간인 피해 극심, ‘잊힌 전쟁’으로 불리며 지속적 긴장

테마 - “전선은 허리를 가르지 않았다. 심장을 갈랐다. 하나의 민족, 두 개의 미래.”


6. 베트남 전쟁 (1955–1975, 20년)

형태 - 대리전 / 해방전쟁 vs 제국주의

주요국 - 미국·남베트남 vs 북베트남·중국·소련

결과 - 북베트남 승리, 미국 철수, 베트남 통일

특징 - 게릴라전, 미디어 전면 개입, 반전운동 격화

테마 - “전쟁은 더 이상 전장에서만 벌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TV를 통해 거실에 침투했다.”


7.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1948~ / 현재 진행형)

형태 - 민족·종교·탈식민 분쟁

주요국 - 이스라엘 vs 팔레스타인 (하마스·파타), 주변 아랍국, 미국·이란

결과 - 국경 미정, 가자 지구 분리, 지속적 충돌

특징 - 반복되는 무력 충돌, 유엔 무력화, 2023년 대규모 전면전

테마 - “서구가 그은 선 위에서, 신의 이름을 빌린 살육이 계속된다. 끝나지 않는 전쟁, 끝내지 않는 세계.”


8.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 (2001–2021, 20년)

형태 - 대테러 전쟁 / 패권의 소진

주요국 - 미국·나토 vs 탈레반·알카에다

결과 - 미군 철수, 탈레반 재집권

특징 - 21세기 최장기 전쟁, 민간 피해·비전 승리 모두 부재

테마 - “20년 전쟁이 남긴 것은 깃발도, 신념도 아닌 침묵과 허무였다.”


9. 우크라이나 전쟁 (2014~ / 전면전: 2022~)

형태 - 침공 전쟁 / 신냉전 질서의 실체

주요국 - 러시아 vs 우크라이나, NATO·EU 간접 개입

결과 - 진행 중, 지정학 전면 재편 중

특징 - 드론·사이버·정보전 동시다발적 전개

테마 - “포스트냉전은 환상이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다시 무너지는 시기다.”


앞서 나열한 전쟁뿐 아니라, 서구권에서는 백년전쟁, 30년 전쟁, 나폴레옹 전쟁 등의 역사가 존재한다. 한국 역사에서는 고구려 vs 수·당 전쟁, 나당전쟁, 거란·여진·몽고의 침입, 임진왜란, 병자호란, 청일전쟁 등이 있다. 동화 <파랑새> ‘밤의 나라’ 파트에서 언급된, 밤 여왕이 지키던 ‘인간의 삶을 슬프게 하는 것들’. 그중 대표 격인 전쟁.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전쟁이 발발할 때마다 모든 인류는 또다시 지구 전체가 전쟁의 화마에 휩싸이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게 됐다. 전쟁 지역 거주민들은 사망과 부상의 공포 속에 침묵하게 되고, 도시는 어둠에 휩싸인다. 그리고 종전이 된 이후에도 전쟁의 그림자는 수십 년간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에, 나아가 그들의 영혼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인류가 직면한 현대 전쟁 최악의 시나리오는 생화학전이다. 하버드의 생물학자 매튜 메셀슨, 킹스 칼리지 런던의 생명안보 전문가인 필리파 렌츠로스, 메릴랜드 대학교 국제 안보 연구원 밀턴 레이텐버그, 구소련 생물무기 프로그램 Biopreparat 부국장을 지낸 후 미국으로 망명한 생물학자 켄 알리벡, 그리고 AI를 활용한 생물무기 개발 가능성을 경고했던 미국 부통령 카밀라 해리스. 이미 많은 이들이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공포를 이용해 사익과 권력을 챙기는 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이었던 아돌프 히틀러, 베니토 무솔리니는 물론, 종전 이후 냉전체제를 악용했던 이오시프 스탈린, 중국의 마오쩌둥과 북한의 김일성 · 김정일 · 김정은 3대 세습, 스페인의 프랑시스코 프랑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와 마두로,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데까지. 모두가 공포를 권력으로 바꾼 자들이다.


2025년에도 이런 금수 같은 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중국의 시진핑, 그리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많은 이들이 공포를 악용한 독재자 목록에 트럼프의 이름이 왜 포함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푸틴과 시진핑은 누가 봐도 공포를 이념으로 포장해 자기 권력을 유지하는 독재자다. 그렇다면 민주적 선출을 통해 집권한 트럼프는 왜 여기에 있는가? 그 역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으로 대중을 선동하며 혐오를 정당화하고, 공포를 수단으로 삼아 세계 질서를 교란했기 때문이다. 1기 집권 초, 멕시코 장벽을 세워 이민자 혐오를 확산시켰고, 2기 집권과 동시에 강제 추방 정책을 시행했다. 그는 비이성적인 관세정책으로 국내외를 불안정하게 만들었으며, 그와 동시에 트럼프 가족들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와 시진핑의 관계는 겉보기엔 적대적 관계로 보일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공포를 이용해 서로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독재 파트너라는 점에서 이익공동체라 볼 수 있다. 마치 구 냉전체제의 스탈린과 트루먼 같이.


그렇다면 2025년 현재 진행형인 신 냉전체제의 실마리는 어디서 풀어야 할까? 나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또다시 한반도를 떠올렸다. 구 냉전체제가 남긴 분단의 아픔이 어느덧 80년이나 흐른 이 땅. 이곳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것은 단순히 내 나라 내 조국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구 냉전체제의 피해국이지만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된 대한민국과 잠재적 핵보유국 북한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에 놓여있다. 언제든 동북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는 땅. 구 냉전과 신냉전이 동시에 교차하는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동북아의 화약고인 한반도에 전운이 감돈다면 바로 제3차 세계대전이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긴장은 어떻게 풀 것인가. 김정은이 순순히 권력을 내려놓을 인물은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몇 차례 희망을 맛봤다. 그중 현재와 가장 가까운 것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있었던 제1차 남북 정상회담. 곧 종전 선언이 이뤄지고 남북 철도 복원이 이뤄지면 서울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었던 시기. 2019년 2월 28일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어그러지기 전까지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는 희망을 맛봤고, 단꿈에 젖어 있었다.


2025년 5월 현재, 대한민국의 행정 권력은 진공상태. 조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별 이변이 없는 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될 것이다. 역대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봉합하고 한민족의 공생을 꿈꿨기에, 새로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될 이재명의 대북 정책은 쉬이 예상가능하다.


그리고 이 글을 남기는 2025년 5월 18일 즉위한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 2027년 8월 서울에서 열릴 WYD (World Youth Day: 가톨릭 세계 청년 대회) 참석차 방한할 그가,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사하지 못한 방북 프로젝트를 완성한다면... 한반도의 평화 또한 이른 시일 안에 앞당겨질 것이다.




#2. 밤의 나라에서 만난 진실 - 인류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계속된 전쟁들

어둠의 문 – 인간이 만든 심연


파랑새 프로젝트 - 인류가 놓친 다섯 개의 문, 그리고 하나의 귀환

Prologue. 우리가 문을 닫은 날 - 종식되지 않은 2024년 12월 3일 내란의 밤

#1. 추억의 나라에서 만난 진실 - 코로나19 팬데믹의 교훈
#2. 밤의 나라에서 만난 진실 - 인류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계속된 전쟁들
#3. 숲의 나라에서 만난 진실 - 인류가 지구를 착취하여 마주한 멸망의 시나리오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4. 사물의 나라에서 만난 진실 - 금권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허상
#5. 미래의 나라에서 만난 희망 -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절호의 기회

Epilogue : 우리는 다시, 사람이어야 한다 - 네오-르네상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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