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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hyuk kim Oct 28. 2019

읽고 쓰기, 또는 당신이 세상을 만드는 방식 <上>

대전 삼요소 장강명 작가 북토크 후기(를 빙자한 녹취록)

26일 대전 독립서점 삼요소에서 장강명 작가님의 북토크가 있었다. 작가님의 르포 <당선, 계급, 합격>을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꼭 한번 직접 뵙고 싶었는데 운 좋게 북토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가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된 덕에 작가님의 개인적인 근황부터 요즘 작가님이 꿈꾸시는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 한국 독서 문화를 바꾸기 위한 '독자들의 문예 운동', 심지어 세계의 불평등(!)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대전 독립서점 삼요소에서 장강명 작가님을 기다리며.

많은 얘기들이 나왔지만 이번 북토크를 관통한 주제는 작가님의 화두이기도 한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였다. ‘반응하는 사람’과 ‘읽고 쓰는 사람’의 대립항을 통해 우리 주변에 숙고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신다고.(여기에 대해서는 아래에 자세히 적어놓았다.) 마침 북토크가 있었던 26일부터 같은 주제로 한겨레신문에 격주로 칼럼을 연재하신다고 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또 한국 사회의 독서문화에 대한 고민도 공유해주셨는데 독자의 입소문으로 책이, 특히 한국소설이 성공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를 느끼신다고 한다.      




본인에 대해 자주 인터넷 검색을 해보시냐는 질문에 작가님은 “작가별로 다르지만 저는 안 한지 1년 정도 됐다”며 “에고 서핑을 너무 자주 하면 피해의식이 쌓인다”라고 하셨다. ‘에고 서핑(egosurfing)’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돼 강연이 끝난 뒤에 한번 찾아봤더니 ‘자신의 이름을 검색 엔진에서 검색해보는 행동'을 뜻하는 단어다. 대신 신작을 내면 서평 반응은 좀 찾아보신다고 한다. (참고로 이 북토크 후기도 작가님께 허락받고 쓰는 건데 보실까?)   

   

원래는 현장에서 나온 얘기들에 대해 내가 느낀 점을 쓰려고 했는데 내 생각을 첨부하는 게 오히려 사족이 될 것 같아 우선은 작가님 말씀을 좀 자세히 정리해봤다. 예정돼있던 1시간 반을 훌쩍 넘겨 진행됐기 때문에 텍스트 분량이 상당하다. 결국 작가님이 해주신 말씀을 상편, 중편으로 나누기로 했다. 내 생각은 하편에서 따로 정리해보려 한다.(할 수 있을까?)


아래 질문들은 삼요소 대표님과 청중들로부터 나온 것들이다.(직접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건 정작 못 묻고ㅠ) 대체로 현장에서 나온 질문 순서대로 정리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질문 순서는 임의대로 구성했다. 정리하는 동안 많은 공부가 됐다. 작가님이 말씀해주신 읽고 쓰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해보자.




Q. 언론사를 퇴직하시고 전업 작가로 나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가장 흔하게 받는 질문인데요,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웃음) 소설가의 꿈이 늘 있었고 이미 그전부터 책을 낸 상태였어요. 이전부터 스트레스도 심했고 건강도 안 좋아졌고요. 기자를 그만둔 이유는, 글쎄요, 언론사에서는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데스크로 일하게 됩니다. 언론사 데스크는 사실 현장에서 뛰는 기자는 아니고 중간 관리자인 셈이라, 어차피 기자는 곧 아니게 될 거라서요. (퇴사를 결심한) 그날도 아침에 데스크랑 싸우고, 메일로 사표를 냈어요. 그리고 후회했죠.(웃음)      


Q. ‘말하는 장강명, 쓰는 장강명’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말하는 것과 쓰는 것, 어떻게 다른가요?     


A. 우선 삼요소의 질문지를 읽는데 마음이 녹아내렸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보통 라디오나 언론 인터뷰를 해도 이렇게 질문에 정성을 들이지는 않거든요. 신간이 나오고 나면 다들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책을 안 읽고 질문하는 경우도 있고요.       


아무튼, 읽고 쓰는 일에 대해 말씀드리면 르포 <당선, 합격, 계급>을 쓰면서 ‘읽고 쓰는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읽고 쓴다는 건 반응하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연예기사를 읽는 것, 그 기사에 댓글을 남기는 것, 그런 것들이 반응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쓸 때 오래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쓰고 나서도 기억에 남지 않죠. 저는 그런 ‘반응’이 대화할 때 상대를 보지 않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예의가 아닌 거죠.

     

반면에 쓴다는 건 숙고하는 거예요. 무언가 쓰기 위해서는 생각을 정립해야 하잖아요. 생각을 계속해야 해야 하고 글을 다듬어야 하고. 읽고 쓰는 사람들은 오래도록 남을 기록을 남기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이에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생각이 오래 남기를 바라니까요. 그래서 저는 쓰기 문화가 더 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나의 문제를 쓰는 게 중요해요. 분노할 일이 있으면 댓글로 남기면 안 돼요. 나는 왜 분노하는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해요.     


Q. 작가님께서는 르포 <당선, 합격, 계급>에서 좋은 작품과 독자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지금의 독서문화를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독자들의 문예운동’을 꼽으셨는데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당시에는 조금 막연하게 생각한 걸 썼는데 지금은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더 핵심적인 화두가 됐고 ‘독자들의 문예운동’은 그 세부적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우선, 저는 지금의 독서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없이 쏟아지는 신간을 독자가 전부 읽을 수는 없고 결국 취사선택할 수 없는데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채널은 점점 줄고 있어요. 가령, TV나 라디오에서 신간 도서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점점 줄고 있잖아요. 그리고 소설가인 저도 신간을 많이 못 읽어요. 그중에서 한국 소설은 몇 권 안 되고요. 그런데 연말이 되면 올해의 책 추천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요. 결국 몇 권 안 되는 그 속에서 추천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한편으로는 기존의 책 추천은, 음 돌려 말하기가 좀 어려운데(웃음),  ‘OO대학교 학생이 읽어야 하는 100권’처럼 딱딱하고 엘리트 중심의 추천에 그치고 있고요. 중고등학생 때부터 그런 독서목록을 강요당하면서 사람들이 책에서 점점 멀어져요.      


각도를 좀 달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영화랑 비교하면, 영화평론가의 별점과 상관없이 관객들이 높게 평가하는 영화들이 있고 영화관에 걸릴 당시에는 주목을 못 받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성공하는 영화들이 있잖아요. 저는 독서 문화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반 독자 눈높이에서 책을 추천하는 채널이 필요해요. SNS는 한계가 있어요. 전 국민이 같은 SNS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누가 이런 기능을 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요. 책에 대해 입소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곳이요.


(읽고 쓰기, 또는 당신이 세상을 만드는 방식 <中>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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