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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ru Jan 06. 2017

진짜 아프리카는 없다

케냐에서 출발한 케이프타운 여행기 - 프롤로그

나이로비에서 케이프타운까지

약 8시간의 비행시간이 걸렸다.

5일의 짧은 휴가에는 사치스러운 비행시간.

아프리카에 살지만 여전히 아프리카에 대해

여전히 감을 못 잡는 것 같다.

왜 남아공이 바로 지척의 나라라고 생각했을까.




택시와 함께 공항을 나서자 테이블 마운틴을 본다며 창문에 얼굴을 붙이고 눈을 굴리며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고고하게 펼쳐진 테이블 마운틴이 눈에 들어오자, 케이프타운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조금 뒤 시내에 들어서자 높은 빌딩, 잘 정돈된 도로 특히 신호등이 매우 반가웠다. 허기진 배를 채우러 숙소 앞 레스토랑 거리를 걸으며 한 손에 와인잔, 맥주잔을 들고 펑키한 노래 속에서 왁자지껄한 젊은이들의 모습도 새로웠다.

케이프타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테이블마운틴


케이프타운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흔하게 찾을 수 있던 말이 '여기는 아프리카가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머릿속에도 같은 생각이 지나갔다. 나는 지금 케냐에 살고 있는데, 남아공과 케냐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그렇지만, 아마 내가 서아프리카를 가게 된다면 그 느낌은 또 많이 다를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작은 반도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나의 생각과 개념, 판단 등에 한계를 깊이 느낀다. 남아공과 케냐가 8시간이 떨어져 있음에도 같은 아프리카라는 이유만으로 가깝가고 판단한 생각의 한계. 정돈됨과 발전함을 보고 여기는 아프리카가 아니라고 말하는 경솔함 등.


케냐에서 떠나 긴 비행시간을 겪고, 짧은 남아공 여행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두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비교가 아니라 여전히 '세상은 넓다는'라는 세계관의 확장이었다. 이 넓은 세상 속에서 티끌만 한 존재로서 감히 우월을 판단하지 말자는 다짐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케이프타운의 아름다움

자유롭고 복잡한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을 어디서나 경험하고 싶다면 케이프타운은 최고의 여행이 될 것이다. 야생의 신비로움을 오감으로 체험해보고 싶다면 케냐를 추천한다. 그리고 어딜 가나 진심을 다해 다가간다면,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운을 따라 사기도 당하고 불미스러운 일도 당할 수도 있다. 이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를 하나로 묶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고, 나의 짧은 생각의 길이를 떠나온 시간과 거리만큼 조금 더 늘릴 수 있었다. 여행은 그 무엇보다 좋은 선생, 교육이 된다는 말을 절실히 느낀 여행이었다. 케이프타운을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들은 나의 모자람을 감싸 안아주었다. 여러모로 보고, 느낀 것들이 모두 소중했던 케이프타운의 여행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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