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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Aug 20. 2022

6개월간의 대학을 졸업하고

부처님이 지금 이 땅에 다시 오신다면.

 불교대학을 졸업했다. 마지막 졸업생들의 소감을 듣는데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이 잘 없는데, 졸업생들의 소감 하나하나가 너무나 감동이었다. 6개월간 절하고 수행하고 일상에서 연습하면서 왔던 힘듬과 역경이 내가 겪었던 것과 너무 비슷하여 그대로 가슴에 팍팍 꽂혔다. 우리는 그렇게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삶'의 목표로 공부하고 수행했다.



  6개월 동안 가장 큰 문제였던 '한 생각 내려놓기'. 특히 직장에서의 동료와의 갈등의 문제가 컸는데, 나 자신의 생각 내려놓기가 그렇게 힘들었다. 너무나 꽉 막혀 있는 그 생각이 쉽게 내려놔지지 않아 괴로웠다. 그래도 포기할 수 있나. 매일 5시에 일어나 절하며 기도했다. "그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저의 생각이 문제입니다."



 불교대에 다니면서 가장 큰 배움은 괴로움의 원인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늘 문제를 밖에서 찾아다니던 내가, 나 자신으로 눈을 돌렸다. 나 자신에게 눈을 돌리니 신기한 것이 진정으로 상대를 보게 되었다. 항상 나만 먼저 생각했던 내가,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아 그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구나'이 한 구절이 모든 인간관계의 열쇠가 되었다. 즉,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정말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향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동안 내 고집이 얼마나 쌘지도 알게 되었고,  나의 한 생각에 갇혀 시시비비를 스스로 만들었다. 모든 게 나로부터 나온다는, 그 한순간의 깨달음이 가족, 친구, 직장, 인간관계 등의 아무리 풀어도 풀리지 않던 실타래 같이 엉켜있던 문제들을 서서히 풀어주었다. 



 또한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여 조금은 세상에 이로운 일을 했다. 늘 술을 먹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 등 나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만 누군가를 만났던 내가 처음으로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 평화 통일을 위해 민족 열사들을 기리는 박물관에 방문하였으며, 환경 문제를 위해 주변 하천을 거닐며 플로깅을 하며 쓰레기를 주웠다. 우리 주변에 복지 정책이 무엇이 있는지 도반들과 함께 찾아보기도 했다. 



 돈을 많이 쓴 것도, 어떤 물질적으로 뭔가를 얻은 것도 아닌데 뿌듯했다. 그때 알았다. 내가 조금이라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때 우리의 존재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타인을 돕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법이 더 깊게 받아들여졌다.  



부처님이 돌아가시기 전, 제자 아난다에게 말했다. 


"내가 이 세상에 없어져도 나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과 같은 방법이 있다. 첫째,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어라. 둘째, 병든 자를 치료하여라. 셋째, 힘들고 외로운 자를 위로하라 넷째, 청정하게 수행하는 사람들을 보호하여라. 이것이 내게 공양을 올리는 것과 똑같은 행위다."



 부처님 법을 만난 이후로 나의 가치관은 완전히 변했다. 수행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는 동시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 대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가치관을 정했다. 안락한 삶, 안정적인 삶을 위해 노력하는 나의 삶이, 결국 세상이 정해놓은 것인 것을 알게 되었고, 남들이 가지 않더라도 나는 그 길을 갈 것이라 다짐했다.




 부처님이 지금 이 땅에 오신다면 우리에게 어떤 말을 전하실까 상상해본다. 과잉소비 과잉생산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 등의 환경문제, 빈부격차 문제, 각종 사회 비리, 인간성 상실, 공동체 붕괴 등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마치 예견이나 한 듯 2600년 전의 부처님의 법은 지금 우리 시대의 딱 들어맞는 해결책이 아닐 수 없다.  부처님은 나무 아래에서 자고, 죽은 자의 옷을 입고, 남들이 버린 음식을 먹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을 도우셨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우리는 너무나 풍족한 삶을 살면서도 타인을 돕기는커녕 더 가지지 못해 안달이다.  감사할지는 몰라도 적어도 불만은 없어야 한다.




 졸업식을 마치고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2600년 전 그 혼란스러운 시대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설법과 봉사를 하신 부처님을 떠올려본다. 그분의 설하신 법은 읽으면 읽을수록 놀랍고 감동적이다. 한평생 수행으로 행복을 전하고 늘 겸손하고 검소하게 살면서도 가난한 자를 도우신 부처님.  나도 그분의 뜻에 따라 세상에 조금이라도 좋게 쓰이고 싶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밝은 사회가 되도록,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도록, 남들이 반대하고 함께 하지 않을지 언정, 나부터라도 그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것만으로 내 삶엔 아무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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