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신경증에 대하여
우리는 어린아이들에서 심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심리적 문제가 발생한다면 마음의 상처로 인해서 증상이 등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약간의 감성이 첨가되면서 마음의 상처가 있기 때문에 삐뚤어졌다는 식으로 행동을 수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린아이의 경우는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애를 잘못 키워서' 그렇다고 자책도 합니다. 아이에게 발생한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서 부모 입장에서는 자책하는 태도가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어린아이에게서 나타난 투렛 증후군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투렛 증후군은 갑자기 몸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증상을 말합니다. 흔히 '틱’이라고도 합니다. 투렛 증후군에서는 틱이 행동과 음성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조금 심각한 경우에는 음성 틱이 욕설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 입을 벌리지 않게 테이프로 막기도 합니다. 입이 벌어지면 욕한다고요. 그 일로 괴로워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뚜렛 증후군의 원인에 대해서 핸드폰이나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설명하려는 시도는 있습니다만 그게 원인이라면 뚜렛 증후군의 치료 자체는 그냥 멈출 수 있는 내용이 될 겁니다. 그래서 좀 더 섬세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뚜렛이라기보다는 유년 신경증으로 바라보고 접근했습니다. 때마침 유사 사례에 대한 치료도 진행을 했었네요.
정신 분석에서 이러한 증상을 관찰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요? 우선, 정신 분석에서는 이차 성징 전후로 발병하는 신경증이 다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춘기 이전에 나타나는 신경증과 사춘기 이후의 신경증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강박증이나 히스테리는 사춘기 이후에 진단할 수 있지만, 유년기 신경증의 경우는 보다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강박증적인 모습도 보이고 동시에 히스테리적인 특성들도 나타나며, 공포를 호소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들이 종합적으로 등장하는데 각 아동에 따라서 이 현상들이 굉장히 복잡한 구조적 차이를 지니게 됩니다. 그래서 각각의 아동마다 치료적인 차이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제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 봅시다. 피비는 이제 아홉 살 된 소녀입니다. 게다가 그 나이에 비해 머리가 좋아 보입니다. 그리고 피비의 부모님은 모두 작가입니다. 특히 피비의 엄마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우리가 생각할 때 동화 수준에서 받아들여지지만, 학자들에게서는 굉장히 다양한 주제로 연구되었습니다. 특히 루이스 캐럴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불명예스러운 내용도 있죠. 그 내용은 다음 글에서 이야기하게 될 것 같네요.
피비는 학교에서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금을 밟으면 엄마의 등골이 부러진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박수를 치며 보도블록 사이를 걷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금을 밟으면 엄마의 등골이 부러진다’는 말은 미국의 미신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문지방을 밟으면 복이 나간다’는 말과 비슷합니다.
이런 말은 원래 추상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아이에게는 그것이 추상적이기보다는 보다 실제적으로 다가옵니다. 언어를 대하는 태도는 어른과 아이가 조금 다릅니다. 어린아이들은 말을 보다 사물에 가깝게 받아들입니다. 물론 이것은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 추상적인 것을 이야기하면 의외의 반응도 나옵니다. 이것은 논리 체계의 변화도 포함합니다.
피아제라는 학자는 4단계의 논리 발달을 이야기합니다. 감각 운동기(0-2세), 전 조작기(2-6세), 구체적 조작기(7-11세), 형식적 조작기(12세 이후)입니다. 교육학에서도 자주 이야기합니다. 피비의 나이에서는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합니다. 이 애매한 시기에 신경증의 가능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도 지적한 내용입니다. 저는 이 내용이 조금은 수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전 조작기까지는 나이를 그대로 할 수 있는데 사춘기 문제가 들어가면서 이 시기가 좀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프로이트도 사춘기를 좀 빠르게 잡을 때는 10살 정도로 잡기도 했었습니다. 그 시기에 어느 정도 논리적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요.
사춘기가 다가오면 구체적 논리에서 형식적 논리로 변하게 됩니다. 어린아이가 드러내는 신경증과 성인이 드러내는 신경증이 서로 다릅니다. 사실 어린아이가 과대망상을 나타내도 어른들 입장에서는 귀엽다 하고 넘어갑니다. 어린아이에게서는 정상인 것을 사춘기 이후에 드러내 보이고 있다면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죠. 어른들이 초등학교 문제집을 푸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성’ 역시 달라집니다. 10살 전후로 이차 성징이 나타날 때가 되면 유아의 성에서 성인의 성으로 돌입하게 됩니다. 즉, 본격적인 신경증이 나타날 수 있는 시기가 되는 것입니다.
영화 내용으로 돌아가 봅시다. 피비는 아이들과 술래잡기를 합니다. 그런데 이때 행동은 술래에게서 도망칩니다. 평범하게 노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도망치면서 '하지 말라’고 합니다. 어쩌면 이런 행동은 히스테리에서 나타나는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말은 부정적인데 행동은 그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피비는 술래를 하는 아이가 자신을 잡자 침을 뱉어버립니다. 이 문제로 부모님이 학교에 와서 상담을 하게 되는데, 아이들끼리 놀다가 그런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런데 침을 뱉는다는 것은 상대를 비하하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불쾌감을 느낄 만한 일이죠. 선생님 입장에서는 그런 행동을 그냥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피비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훈육이 필요합니다. 이때 선생님의 역할은 '초자아’의 역할을 합니다.
초등학교 교육은 기초 질서 교육입니다. 그 기초 질서 교육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단순하게 바라볼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초자아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엄한 교육을 받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성장해서 불만 요소로 의식에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자아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흔히 말하는 '초자아가 강하다’는 것이 억지로 뭔가를 참고 말 안 하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론 병리적 초자아 문제로 신경증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도 없진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초자아가 없으면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초자아의 기능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교육도 잘 안됩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나타나는 아이들의 잘못된 태도도 이 부분에서부터 비롯될 겁니다. 물론 가정교육의 문제도 동시에 포함하겠지만 선생님이 아이에게 지시하는 역할이 너무 약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나아가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경계선 지능, 느린 학습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 될 겁니다. 물론 뇌 병변 장애나 다운 증후군 같은 염색체 이상과 같은 문제로 촉발되는 지능 문제는 아니고 신경증으로 인해서 등장하는 자아 효율 저하는 경계선 지능으로 오해될 수가 있습니다. 즉,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