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우 Jul 17. 2024

이상한 나라의 피비(2)

무엇이 의미를 결정하는걸까?


  우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를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를 읽으면서 재밌어하고 토끼굴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곧잘 듣곤 했죠. 이러한 내용에서 우리는 의미와 무의미라는 차원을 검토하게 됩니다. 이런 내용은 생각보다 재미는 없을 수 있습니다.



   우선 우리가 생각하는 심리 성적 발달단계를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구강기 - 항문기- 남근기 - 잠복기 - 생식기의 다섯 단계로 프로이트의 심리 성적 발달단계를 배웠을 겁니다. 그리고 후대 학자들은 이걸 더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지만 프로이트의 의의하고는 차이가 좀 있었습니다. 에릭 에릭슨 같은 학자들은 상식선에서 이해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했죠. 그래서 각각 연령에 따르는 발달단계에 성취해야 할 과업 같은 것들을 연구하는 수준에서 멈췄습니다. 프로이트의 연구의 의의에서 좀 벗어난 거죠.


  우리는 피아제의 인지발달단계를 프로이트의 심리 성적 발달단계와 같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각운동기-전 조작기-구체적 조작기 - 상징적 조작기의 네 단계죠. 여기서 구체적 조작기에서 상징적 조작기로 넘어갈 때가 심리 성적 발달단계에서 '잠복기'에 해당합니다. 이때, 유아의 성에서 벗어나면서 성인의 성 발달이 시작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어린아이들의 말을 듣게 되면 이해를 잘 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봐도 되겠네요. 기하학에는 유클리드 기하학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있습니다. 평면 기하학과 곡면 기하학으로 나뉘죠. 어른의 논리와 아이의 논리가 이 정도의 차이를 지니게 됩니다. 어른이 되어서 초등학생 문제가 어려워지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여기서 잠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작가인 루이스 캐럴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그의 본명은 찰스 럿위지 도지슨이라고 합니다. 영국의 작가이고 수학자이며 목사였습니다. 가정이 종교적으로 항상 엄격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다고 하죠. 그는 나중에 예쁜 여자아이에 대한 집착을 지닙니다. 그래서 소아성애자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사람이 처음에 좋아했던 여자아이 이름이 앨리스 리델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여자애의 어머니가 극구 반대하면서 이루어지진 않았죠. 그때도 앨리스 리델이 좀 어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좀 신기한 게 루이스 캐럴의 동생이 또 연애를 하는데 그 여자애 이름은 앨리스 던킨이었어요. 그 둘은 나중에 결혼까지 합니다. 


 루이스 캐럴은 엘리스 리델의 추억에서 좀 벗어나긴 어려웠었던 거 같긴 합니다. 그 내용이 어린 여자애들에 대한 집착을 구성하는 한 가지 요소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당시 보육원에 있던 여자아이들을 108명 정도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벗은 사진을요. 이런 변태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에 지적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미셸 푸코도 그랬죠. 철학적으로 대단한 연구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소아성애자로 성매매한 기록도 있었고요. 이러한 변태증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보면 앨리스에게 조언을 해주는 두 캐릭터가 있습니다. 이 중 하나는 그리핀이고 다른 하나는 붉은 여왕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좀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그리핀은 설명은 필요 없고 모험이 우선이라고 합니다. 설명은 시간 낭비라고 하고요. 붉은 여왕은 좀 다릅니다. 붉은 여왕은 하다못해 농담에도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글을 쓰는 두 가지 파가 나뉩니다. 


 하나는 그리피니즘이라고 합니다. 이건 특정한 이야기나 아이디어를 근거 없이 만들어 내는 겁니다. 관심이나 오락 목적으로 이야기를 과장하거나 꾸미죠. 삼국지를 봐도 정사와 연의가 다른 것처럼요. 연의는 재미를 위해서 과장하고 그렇죠. 

  붉은 여왕 파도 있습니다. 이쪽에 있는 사람들은 의미를 좀 많이 따집니다. 프로이트적인 시도는 모두 붉은 여왕 파에서 이루어집니다. 유명인들 중에 마틴 가드너라는 수학자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이쪽에 속한다고 그럽니다. 



 여기서 영화 장면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봅시다. 피비 엄마는 정신과 의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름에 어떤 뜻이 있는 것처럼요.
 모든 해답은 병안에 들어있어요. 
전 주위에서 해법을 찾아요. 물론 부작용이 있기는 하죠. 


 피비 엄마의 대사를 보면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던 붉은 여왕 파라는 것이요. 의미를 따지는 것은 설명을 하는 것이기도 하죠. 그리고 흥미롭게도 피비 엄마는 피비가 그렇게 된 것이 자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말을 합니다. 


 앨리스의 사소한 것에 대해서 연구하고 그 대사를 따라 하고 하는 것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직감적으로 느끼는 겁니다. 아이는 부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인정하긴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죠. 


"선생님 일은 애들을 애들답게 만들어주는 것 아닌가요?" 

  치료자 뜻대로 애들을 조율할 수 있을까요? 애들을 애들답게 만든다는 것은 어른의 일이 아니죠. 그 점에서 보면 앨리스 동생도 그냥 애들 같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핼러윈 데이 코스프레를 하면서 피비는 앨리스 분장을 하지만 동생은 칼 막스를 합니다. 재밌는 장면이죠. 


  칼 막스를 왜 선택했을까요? 아버지도 인문학 쪽 연구를 해서 그럴 겁니다. 그런데 칼 막스 코스프레를 보면 조금 재밌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칼 막스는 자본론을 쓰면서 자본의 분배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이야기했죠. 그것도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그런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게 사실상 불가능한 거죠. 


 막스는 이런 불가능한 움직임을 전제하면서 투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샐리의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의 관심을 독점하고 있는 언니로부터 투쟁하겠다는 겁니다. 동시에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는 겁니다. 저는 이 장면이 꽤 재밌었습니다. 


 조금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신분석이라는 학문 전체에서 다른 학자들과 비교를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의 마르크스로 불리기도 합니다. 아마도 리비도를 처리하기 위해서 투쟁해야 하는 인간 삶의 모습을 다루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피비에게 연극을 가르치는 다저 선생님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연극은 예술이죠. 그리고 예술은 그 스스로를 드러내야 하는 작업입니다. 이것은 노출 충동의 승화라는 측면에서 기능을 합니다. 증상에 시달리는 피비 입장에서는 노출 충동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데 이게 평소에는 승화가 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연극이 효과가 있었다. 이것은 노출 충동의 문제가 승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내용이 승화로 이어지고 있다면 증상에 들어가고 있는 에너지가 어느 정도 연극에 활용이 되면서 증상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꼭 연극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아이의 리비도가 어디에 투자되느냐에 따라서 결정이 됩니다. 


그리고 그 충동 작용들의 승화가 일어나게 된다면 증상은 당연히 좋아집니다. 우리 자아와 증상은 활용하는 에너지가 같습니다. 즉, 연극 활동을 통해서 노출 충동의 승화가 일어난다면 증상에 들어갈 에너지는 당연히 적어집니다. 이런 내용이 예술치료가 신경증 회복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