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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우 Oct 11. 2024

바닐라 스카이 (3)

초자아

데이빗은 왜 교도소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소피아를 살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데이빗에게 맥케이브 박사는 끝까지 다뜻한 조언을 건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외의 진실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이 모두 조작된 꿈이라는 겁니다. 


꿈을 조작한 회사의 직원은 현재의 악몽에 무의식이 간섭했기 때문에 행복해야했을 꿈이 악몽이 되었다고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원한다면 다시 처음부터 꿈을 시작할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여기서 어느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우선 꿈에 대해 조금 생각해봅시다. 프로이트는 수천개의 꿈을 분석하면서 그 형성 매커니즘을 밝혀냈습니다. 내용은 다양할 수 있지만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형성이 되었다는 겁니다. 정신분석은 의학 처럼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법칙을 찾습니다. 이것이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을 과학으로 만들고자 한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 정신장치에서 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꿈을 검열하는 것에 동원되는 것은 초자아입니다. 꿈은 무의식의 찌꺼기들을 환상 작용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의식에서 퇴출된 내용들은 검열의 대상이거든요. 그것들이 변장해서 다시 의식에 들어온 것이죠. 


가까운 예시를 한번 생각해봅시다. 여러분들이 꿈을 꾸고 나면 그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꿈을 꾼 직후에는 그 기억이 나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꿈을 꿨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꿈에 대한 기억은 거의 나지 않을 것 입니다. 이런 현상이 등장하는 이유는 초자아가 그 꿈 기억들을 청소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복적으로 꾸는 꿈들은 그 기억 이미지가 남아있게 되죠. 이런 꿈에는 조금 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그럼 어떤 과정을 통해서 꿈이 가공되는지 한번 살펴봅시다. 일차 정신과정으로 불리는 이동과 압축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동(전위)은 하나의 단서를 다른 모습으로 재빠르게 변장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우리가 자유 연상을 할 때도 이 이동 작업을 활용합니다. 


그리고 압축(환유)라는 작동도 중요 합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 내용을 '생략없이' 하나로 만드는 것 입니다. 컴퓨터에서 압축 파일을 만드는 것을 상상해보시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그리고 이런 작용을 통해서 꿈 재료는 다양하게 가공될 수 있습니다. 


꿈 재료는 낮 잔재라고도 불립니다. 이 것들을 욕망,생각,경험,관찰 등의 다양한 내용을 포함합니다. 게다가 그 출처도 다양합니다. 유년 시절의 기억도 출처로 작동합니다. 그리고 형상화 작업이 일어나면서 꿈을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꿈이 왜 이미지로 변환이 되는걸까요? 꿈은 원래 문장의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문장 그대로 꿈에 들어가면 초자아에게 즉각 발견될 수 있습니다. 이미지로 들어오게 된다면 일시적으로라도 검열을 피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초자아는 잠들었을 때 조차도 결코 완전히 잠드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장방식이 어떤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캐치마인드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들어보셨을 겁니다.제시 단어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려서 다른 사람이 알아맞추지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 부분은 제가 굳이 설명하기보다는 아래 이미지로 대신하는게 좋겠네요. 

이렇게 단어의 유사성을 따라서 이미지로 표현을 한다던가


또는 단어를 이미지화해서 전혀 엉뚱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겁니다. 무의식 단서들은 이렇게 모습을 위장해서 들어옵니다. 물론 신경증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런 것들을 초자아가 잡아내는 겁니다. 검열 시스템이 정말 어마어마 합니다. 우리 상상을 뛰어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거죠. 그것도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서 흥미로운 것을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꿈을 마음대로 꿀 수 있다는 루시드 드림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꿈을 꾸는 신경증자들이 종종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꿈에서 마음껏 뭔가를 하는 거죠. 예전에 이러한 루시드 드림을 특별한 수련을 통해 그렇게 꿈을 꾸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음대로 꿈을 꾼다는 것은 원래 꿈의 속성입니다. 문명의 발전에 따라서 인간의 정신작용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면서 그 기능이 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루시드 드림이라는 것을 몰라도 자기 마음대로 꿈을 꿀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루시드 드림 하는 사람들끼리는 내추럴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그런 명칭이 따로 필요는 없죠. 


루시드 드림을 특정한 수련을 통해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초기에 수면마비(가위눌림)을 경험하게 된다고 합니다. 가위에 눌린다는 것은 욕망이 뜨면서 즉각적으로 자아를 처벌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꿈에 억지로 접근하려는 시도를 초자아가 검열하는 것이죠. 그 과정을 지나고 나면 조금씩 자기 뜻대로 꿈꾸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꿈을 선택하는 독특한 방식을 스스로 개발하는 것은 초자아의 검열을 회피하는 것과 관련이 됩니다. 자연스럽게 원하는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해보이지만 많이 다릅니다. 이 부분은 신중하게 생각해보아야 하는 점이 여럿 있을 겁니다. 자아의 확장 혹은 변태성과 같은 문제들을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각하면 신경증 문제와도 연결이 된다고 여겨집니다. 


이것은 또한 휴식에 대한 이슈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면의 질문제가 고려되는 것입니다. 꿈을 자주 꾸는 사람들은 피곤함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루시드 드림을 꾸는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된다고 그래서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하죠. 꿈이 멈추지 않아서 문제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선 꿈을 꾸면 피곤해진다는 말은 대뇌생리학으로부터 출발한 내용입니다. 꿈을 꾸면서 정신활동을 계속했으니까 에너지를 계속 써서 피곤해진 것이라는 결론을 낸 겁니다. 자연스럽기도 하고요. 정신분석은 입장이 조금 다릅니다. 꿈을 소원성취로 보는 정신분석에서는 꿈을 꾸니까 잠을 잘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곤해질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꿈을 꾸고 피곤해지는 경우를 설명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꿈에서 주체의 욕망이 밀련마올 땝니다. 이때 에너지가 과잉 투자되면서 심각한 피로도를 느끼게 되는 경우는 있습니다. 대뇌생리학과 다른점은 이것을 리비도 활동으로 보고 있는 것이 정신분석이죠. 

그럼 영화 속 데이빗의 꿈은 어떨까요? 그는 악몽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꿈 조작 회사의 직원은 꿈에 무의식이 끼어들어서 악몽이 되었다고 설명하죠. 그런데 이 설명은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꿈은 무의식 단서들로 형성되고 그것들이 변장되어서 소원을 성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악몽이 무의식 때문이라는 말은 조금 억지스럽습니다. 


 라캉은 세미나 11에서 우리가 무의식이라는 말을 언제 사용하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무의식이라는 말의 용법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쓰이는 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영화의 설명을 차치하고 다시 이론적 내용을 수정하는 작업을 해봅시다. 


무엇이 데이빗의 꿈을 악몽으로 만들었을까요? 저도 분석현장에서 악몽을 분석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꿈을 신비주의와 연결시키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악몽을 꾸고 나면 감정적으로 불편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정신 기능의 작동이 잘 되고 있다는 단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악몽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초자아의 처벌입니다. 무의식의 찌꺼기들은 초자아로부터 검열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잠깐 느슨해진 사이에 무의식 찌꺼기들이 들어와서 설치고 있는데 초자아가 그걸 가만 놔둘리는 없습니다. 제 과거 내담자는 이런 장면을 꿈에서 직접적인 이미지로 보았는데. 아주 스펙타클한 액션 영화한편 같았다고 합니다. 고속도로에서 차량의 한계까지 엑셀레이터를 밟는데 그 옆의 차량들도 서로 경주하듯이 속도를 높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앞에 질주하던 차량들이 연쇄적으로 폴발하게 되는데 하늘을 보니 거대한 눈동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겁니다. 꿈을 살펴보는 초자아의 이미지에 잘 설명해주는 꿈 아닌가 합니다.


꿈에서 데이빗은 자기 마음대로 많은 것들을 변형시킬 수 있었습니다. 자기만 만족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자기 사랑은 신경증의 특징과도 일치하고요. 그렇게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을 변형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 것을 두고 자기 성형이라는 말로 묘사합니다. 어떤 세계관에 자신을 밀어넣고 그대로 현실을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 만족이 최우선이 됩니다. 이것은 신경증적인 내용과 직결이 될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자기만 변하는 것을 진정한 변화로 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변화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이물 성형이 가능할때 진정한 변화라고 합니다. 타인에게 본이 되어주는 것도 포함이 된다고 합시다. 


영화 내용을 조금 더 생각해보면 초자아의 처벌은 데이빗에게 괴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신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야 악몽도 꿀 수가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정신을 차렸다는 말도 쓸 수가 있겠네요. 그리고 그 괴로움을 통해 현실로 복귀해서 자기 성형에서 만족하는 것이 아닌 이물 성형을 이끌어내는, 진정한 변화를 이끌라는 명령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꿈만 꾸고 살지 말라는 겁니다. 


악몽이 된 루시드 드림에서 깨어나기 위해서 데이빗은 어린 시절 극복하지 못한 고소공포증을 이겨내야 합니다. 꿈 속에서 아버지가 유일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무거운 현실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데이빗은 고층 건물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리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꿈에서 고소공포증을 극복하게 된다는 것은 현실에서 어떤 의미로 작용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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