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나는 지금 이혼 중이다
누군가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결혼은 평생의 반려자 (내 편)를 만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너무도 결이 다른 두 주장이 공존하는 탓에
'도대체 뭐가 정답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 역시도 그랬고, 지금은 그 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아무리 하고 싶다 해도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결혼'
운이 좋았다고 표현해야 하는지 운이 나빴다고 해야 하는지
나는 여자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숫자 3으로 바뀌기 전 결혼을 진행했다.
그때 당시의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생각보다 많이 행복하고 우쭐했다.
왠지 모르게 주변에 있던 사람들보다 내가 조금 더 나아 보이는(?) 것 같고
어쩌면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남들보다 더 일찍 만난 덕에
함께 할 시간이 길어진 것에 대한 기쁨의 충만이 가득했다
여느 예비부부와 같이 나 역시도 결혼을 준비하면서 사소한 다툼이 많이 일어났다
그 탓에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나에겐 마법과도 같은 주문이 있었다
'혹시 내가 선택한 것이 정답이 아니라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답으로 만들면 되니까'
돌이켜 보면 참 많이 싸웠다.
사실 그 어떤 연인들보다도 많이 싸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참 행복하고 따스했던 기억이었다
무언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가 서툴지만
우리만의 추억들이 쌓여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사랑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첫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기 60일 전 우리는 결혼 날짜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연기는 코로나라는 세계적 재난으로 인해 결국 세 번의 식을 연기하게 됐다.
그래도 '혼인신고'를 했고 이미 부부라는 법적 관계 아래 있었기 때문에 두려울 건 없었다
어쩌면 식도 올리지 않은 채 우리만의 신혼생활도 즐겼다.
함께 있으면서 투닥거리기도 하고 신랑 신부 라며 어릴 적 하던 소꿉놀이도 흉내 냈다
모든 게 내가 그리고 꿈꾸던 행복한 부부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만하면 괜찮다고 위안했다
하지만, 내 결혼생활은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결혼식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결국, 이혼이라는 결과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글은 사실
이혼소장을 받은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내가 쓰는 나의 2년간의 이야기들이다
한 달간의 불화 두 달간의 별거 그리고 이혼소송까지
30년을 살면서 이처럼 아팠던 적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고 모든 건 변하고 있다
나도 이제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20살 때 누군가의 말이 참 와닿았던 적이 있다
세상에 필요 없는 경험은 없다
누구나 어떠한 경험을 하면 그 경험은 결국 나에게 돌아와 무언가를 남긴다는 이야기였다
이 글이 끝날 때면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그리고 얼마큼 성장했는지
과거에 어떤 후회를 남겼는지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지금 성장의 단계에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