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다른 발렌시아, 바르셀로나
우린 종종걸음으로 바삐 구엘공원으로 걸어갔다. 12시 반에 맞춰서 티켓을 사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약간은 시간이 빠듯했다. 그렇게 우왕좌왕할 겨룰 도 없이 열심히 걸음을 옮겼다. 처음 입구에 들어섰을 때, 들리는 바이올린과 노랫소리는 상당히 감미로웠던 걸로 기억된다. 그렇게 잠시 넋을 놓고 보다가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우리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구엘공원의 꽃이라고도 볼 수 있는 도마뱀을 보러 갔다.
아무래도 줄을 서면서 느꼈던 점은 바르셀로나의 관광명소여서인지 확실히 관광객이 많았고, 자국 내에서도 관광지로 핫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수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안에서도 음식 및 아이스크림과 같은 주전부리를 팔지만 상당히 비싸다는 점. 또한, 화장실은 별로 많지 않아서 사람이 미어터지다는 점도 유의하기를 바란다. 가족 및 관광으로 온 단체가 많기 때문에 인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최대한 관광객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여유롭고 남는 게 시간이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다. 그래서 곧바로 도마뱀을 보러 가기보다는 천천히 광경 하나하나를 다 눈에 담고자 노력했다. 과학적으로 만들었다는 의자 같지 않은 의자에도 앉아보고, 햇빛을 쬐면서 비타민 D도 합성했다. 그렇게 여유롭게 지내다 보니 드디어 스페인에 온 느낌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그 날 만큼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낸 적도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스페인과 한 몸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앉아 있다 보니 패키지 투어로 오신 한국인 관광객들을 피해 도마뱀을 보러 자리를 옮겼다.
보는 내내 역시 가우디!라는 생각뿐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타일을 이용한 모자이크 아트가 되게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도마뱀 위에 있는 용 비스므레 한 아이와 찍고, 다음으로 도마뱀을 찍으려고 하는 도중에 인파는 상당했고, 단독샷이라는 게 불가할 정도였다. 그래서 결국, 나를 포기하고 도마뱀 위주로 사진을 찍었는데 이마저도 힘들었다.
도마뱀은 기대와는 달리 정말 별 거 없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군중이 나를 짜증으로 내몰았는지 생각보다 큰 인상을 심어주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고 싶다면, 난 그 옆에 타일을 추천한다.
도마뱀 앞에서 사진 찍는 것이 무리라고 여겨진다면, 옆에 나열되어 있는 타일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가우디가 이 정원을 만든 배경에는 아는 지인들끼리? 서로 하나의 공동체 혹은 마을을 만들어서 살자는 뜻이 있었다는 걸로 기억이 되지만, 지금 제가 적는 정보는 이미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에 적는 정보이기 때문에 너무 귀담아듣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나 만일 저 정보가 사실이라면, 가우디의 삶 자체가 상당히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단순히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움을 누려보고자 만들었다면 특히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관광지로 유명해진 지금, 그들의 집은 거주지로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관광지를 벗어나 조금만 더 올라가 보면 누군가가 살고 있는 주거지가 있으나, 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나날들인가. 마치 한옥마을 속 기와집에 사는 것이라면....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외에도 정원이 아름답게 가꿔져 있는데
때마침 날씨가 좋아 사진을 찍는 것 하나하나가 모두 엽서와도 같았다. 특히 파아란 하늘과 대조되게 초록색 빛을 띠고 있었던 정원 속 꽃과 나무들은 마음마저 싱그럽게 만들었다.
도마뱀을 보고 다시 돌아가려고 할 때, 우리의 눈길을 끈 곳은 바로 위에 보이는 사진 속 장소이다. 자세히 보면 여자가 무언가를 머리에 지고 서 있는 듯한 느낌인데 그녀가 무언가를 상징한다고 했다.
아시는 분은 댓글로 좀.. 남겨주세요. 퇴화된 기억력에서 아무리 끄집어내려고 해도 힘들어서 중도 포기.
구엘 공원 정상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좀 더 걸어서 올라가 보면 바르셀로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그 속에서 갑갑했던 가슴도 뻥 뚫리는 것만큼이나 시원한 바람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간질거렸다.
구엘 공원을 보고 다음 장소인 까사 밀라(Casa Mila)로 우리는 발걸음을 향했다.
카사 밀라는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년)의 작품으로 바르셀로나 중심가인 그라시아 거리에 있다. 'La Pedrera'(채석장이라는 뜻)이며 1906년 설계를 시작해 1912년에 완공된 고급 연립주택이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위키피디아 출처)
마치 동물의 뼈 혹은 생선 가시가 생각나는 이 건물은 실제로 안에 들어가도 신비하고 놀라울 정도다. 만일 해리포터가 호그와트를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이 곳에 머물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게끔 한다. 그만큼 신비롭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가우디의 건축물 3 곳 중에서 어디를 다시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까사 밀라다. 그만큼 집이라고 보기에는 정말 이색적이기에 이 곳이 단순히 관광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슬플 따름이다. 한동안 은행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그때 당시 직원들의 자부심이 상당했을 것만 같다.
계단 및 대문부터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 다른 어느 곳과는 다르게 영어로 된 무선 가이드가 공짜다. 그렇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것일 수도 있다. 솔직히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것과 알고 보는 것은 천차만별인 것을 여행 중에 절실히 깨달았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건축물 내지는 미술품은 공부를 좀 하고 가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위로 올라와서 본 광경은 그야말로 '장난 아니다'라는 한 말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라는 의문사에서 그의 마지막 작품을 통해 그저 감탄사로 끝날 수밖에 없다. 너무 무작정 가우디를 찬양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작품을 보지 않고는 내 마음을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웅장하면서 동시에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찬사는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안에 들어가 보면 가우디가 무엇을 통해 영감을 받고, 그걸 어떻게 건축물에 대입했는가 알려준다. 박물관 같이 되어 있는 내부구조 또한 그의 세심함이 느껴진다. 특히 실제로 동물의 뼈와 나뭇가지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점에서 그는 정말 낙엽 한 장 헛되이 떨어트리지 않은 인물이었구나 생각했다.
감탄에 감탄을 더한 채로 끝나지 않은 미로와도 같은 곳을 서성이다 보니 너무 배가 고팠다. 그래서 결국 우린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훈훈한 사람이 많다는 보케리아(La Boqueria) 시장으로 갔다.
그리고 우린 깨달았다.
여행 방송에서 나온 모든 훈남들은 사라지고, 그저 맛있는 음식이 끊임없이 펼쳐진 향연일 뿐.
그렇게 우린 뻔한 상술에 넘어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시키지 않는 음식들에 또다시 감탄했다.
생각 외로 시장이라 그런지 Chorizo라던지 Jamón이 다른 데에 비해 저렴했다. 진공 포장도 해주니 걱정 없이 사올 수 있다. 우린 한국에 들어올 때 걸릴까 봐 걱정했으나 별 무리 없이 들어왔다!
우린 그렇게 다시 마드리드로 떠났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여행은 나의 힘이라고 생각되는 때가 많다. 스페인 여행으로 지금까지 힘든 일들을 이겨내고 있고, 그뿐만 아니라 또 다른 행선지로 갈 수 있는 용기를 더해주었다. 그리고 세월은 빠르게 지나간다는 점도 새삼 깨달았다. 이제 스페인을 갔다 온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비록 2016년도가 가기 전에 스페인 여행기를 완수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다. 그래도 새해에 들어 1년을 채 채우지 않고 완료했다는 데 크게 의미를 두고자 한다.
모두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기를 희망합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