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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쎈쓰 ssence May 19. 2017

나쁜 놈들의 세상

어설픈 죄책감이 만들어낸 또 다른 브로맨스

과연 이 작품이 '나의 P.S. 파트너'를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작품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상당히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솔직히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비록 칸에 초청받았다고 한들, (CJ에서 내보낸 영화 중) 군함도를 제치고 불한당이 되었다는 부분에서 조금은 의문이 들었던 것도 있다. 결국, 영화제도 국제 정치에 묶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고 있던 찰나에 개봉한 불한당이 그래도 조금은 궁금했다. 역시 사람이란 참 간사한 동물이라는 것을 나 자신을 통해 깨달았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야지, 상황을



이 영화를 홍보할 때 강조한 두 가지 제시어가 다면 바로 '칸 영화제 초청작'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스타일리시한 액션 영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논하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다. 일단 예고편을 보고 난 모든 사람들은 설마 또 다른 식상한 액션 누아르일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설마가 맞다. 스토리 상으로는 어느 영화 못지않게 뻔하고 진부하다. 마치 가수가 가사에 충실한 안무를 추는 것 마냥, 영화 속 캐릭터들 모두가 대사에 갇혀서 행동한다. 이런 단순한 구조는 관객이 마음속으로 그려 놓은 결과를 그대로 답습하듯이 행동하고, 또 슬프게도 이들의 행동은 예상에서 빗나가는 적이 없다.



그래서, 왜 'Stylish (스타일리시)'하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얘기했는지 대충 이해는 됐다. 관객이 2시간이라는 긴 러닝 타임 속에서 지루함을 탈피할 수 있었던 유일한 탈출구는 감각적인 색감과 구도다. 빨간 스포츠카, 파란 정장 등 비비드(vivid)한 색깔을 포인트로 색감을 잘 살렸다. 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보기에 편한 구도로 인물 간의 거리를 배치한 점에서 감독이 얼마나 영화에 신경을 썼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정도는 아니더라도 스틸 이미지의 나열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인물 간의 거리와 구도가 주로 평행을 이룬다. 게다가, 단순히 조명만 이용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자연스러운 느낌은 감독이 빛과 그림자를 최대치로 끌어내서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칭찬해 주고 싶다.  



그러나 이렇게 딱 들어맞는 영화 구도도 해결해주지 못한 것이 있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약간의 어지러움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는 아마도 완벽에 가까운 구도를 2시간 동안 봐야 했던 이질감과 가끔 나오는 1인칭 시점으로 촬영된 장면들과 무엇보다도 갑자기 훅 들어오는 인물 클로즈 업(close-up shot)이 큰 몫을 했다고 본다. 특히 클로즈업이 들어왔을 때, 임시완의 피부가 너무 좋아서 얼굴에 피 묻은 장면에서는 심지어 모든 것이 분장일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배우에 대해 언급해보자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 마지막 장점은 주연보다 더 화려한 조연이었다. 찌질한 악당을 맛깔나게 연기해준 배우 김희원과 약간은 영화 '원초적 본능'을 오마쥬한 느낌 나는 배우 전혜진의 조화는 나름 신선하다. 더 자세하게 들어가자면, 이야기를 스포(Spoil)하게 될 것 같아 여기서 그치겠다. 단, 전혜진이라는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부분만 말해두고 싶다.


임시완이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배우로서의 행보를 걷겠다 했을 때 언급한 '연기 변신'에는 불한당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원라인'에서는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서, 만일 이 영화를 통해 '임시완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자 하는 거라면, 그 부분에 있어서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평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미생의 '장그래' 이미지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혁신적인 또라이'로 완벽하게 소화시키지 못했다. 이는 어쩌면, 연기의 문제라기보다는 임시완이라는 배우가 자체적으로 풍기는 아우라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총평을 하자면, 영화는 정말 부제인 '나쁜 놈들의 세상' 그 자체로, 나쁜 놈들이 나와서 자기들이 모든 걸 다 해 먹는 나쁜 세상이다. 만일 감독이 이를 그려내고 싶었던 거라면, 명확하게 잘 보여줬다. 칸이 예전 같지 않아졌다는 데에 있어서 또한 잘 보여준 작품이다.


믿는 놈을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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