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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Jan 10. 2024

바보상자는 인생의 낭비였나?



  TV 많이 보면 바보 돼요. TV는 뭐다? 바보상자다~


  그 시절 수많은 어른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텔레비전은 바보상자이며, 오래 보면 멍청해진다고. 심지어 TV에서조차 TV는 바보상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거의 뭐 '침대는 과학입니다' 수준이었달까? 지금 생각해 보면 가스라이팅도 그런 가스라이팅이 없지 않았나 싶다. 



  요즘엔 그런 얘기가 쑥 들어간 것 같다. 아이가 있는 집이 아니고서야 TV 보는 걸 바보 된다고 경계하는 건 어쩐지 촌스럽다. 이제는 어린아이들도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하는데 그깟 TV가 대수란 말인가.




  TV는 정말로 바보상자였을까? 적어도 주위를 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학창 시절에 TV 열심히 챙겨본 친구라고 해서 바보가 되지도 않았고, TV를 멀리 했다고 똑똑해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TV 열심히 보고도 자기 앞길 알아서 잘 챙긴 이들이 부지기수다.


  오늘도 여러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유튜버, 인플루언서가 인기 직종으로 손꼽힌 지 오래이며, 중장년 세대 또한 스마트 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영상 매체를 접한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누가 고작 TV를 바보상자라며 경계할까?





SNS는 인생의 낭비다.


  SNS에서 실수하거나 손해를 본 사람들을 향해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해외 유명 축구 감독의 발언으로 알려졌는데, 이제는 축구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쓰는 하나의 명언으로 자리 잡았다.


  일견 일리 있는 말이긴 하다. 예부터 말이 많으면 실수가 생기게 마련이라 했으니, 온라인 공간에 쉽게 내뱉어 박제된 말이 뒤탈을 만들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특히 유명인일수록 인기에 힘입어 자기 발언의 영향력에 취한 나머지 실언을 해서 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을 확률이 높은 건 당연하다.





  SNS는 정말로 인생의 낭비일까? 누군가는 SNS를 통해 쫄딱 망하지만 어떤 누군가는 흥하기도 하니까 무조건 낭비라고 규정하는 건 어쩐지 고집스러워 보인다. '낭비'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SNS 활동을 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테고 말이다.


  그래서 내가 바보상자를 떠올린 거다. 그 옛날 바보상자라고 놀림받던 TV가 이제는 모든 사람들의 주머니 속으로 쏙 들어간 시대를 살며, 이 시대 역시 영원하지 않으리란 걸 수시로 깨닫기 때문이다. SNS 몇 개 하는 게 유별난 일도 아니고, 그저 말조심하듯 SNS도 조심해서 사용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SNS가 인생의 낭비란 말도 바보상자에서 쏟아져 나온 가스라이팅인 걸까? 남들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을 무조건 그러려니 하는 바보만은 되지 않도록 TV랑 SNS를 적당히 보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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