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대관 문의가 들어온다. 내부 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넓은 테이블이 있어 10인 내외의 소모임을 계획하는 분들이 찾기 좋은 모양이다. 감성적이되 과하지 않은(?) 실내 분위기 덕분인지 촬영용으로 공간을 빌리고 싶다는 분들도 제법 있다.
솔직히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웬만한 대관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건물주가 아닌 이상, 이렇게 공간 임대 소득을 얻을 기회가 흔한 것도 아니다. 영업 초반엔 대관 문의가 들어오기만 해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몇 번 해보니, 이게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공간 사용자가 몸만 왔다 가는 건 아니고, 대관 시각 전후로 카페를 말끔히 정돈하려면 챙길 게 은근히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영업시간 내 대관이다. 공간을 원하는 분들이 굳이 휴무일이나 이른 아침, 늦은 밤만 골라줄 리 없다. 한창 영업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카페 전체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묻는 분들께 나는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요금을 조심스레 설명한다.
사실 대관료에는 뚜렷한 기준이나 시장가라는 게 없다. 공간 규모에 맞는 '대략의 선' 정도가 사장님들 사이에서 회자될 뿐, 고객이 예상하는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나 역시 처음엔 적절한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인수 이전에 진행됐던 사례를 참고하거나 비슷한 규모 카페들의 임대 사이트 정보를 참고해 우리 카페의 대관 요금을 책정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영업시간 내 대관을 신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카페 영업'이라는 공간 본연의 역할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러 들어왔다가 대관 중임을 확인하고 돌아서는 손님을 몇 차례 마주하고 나니, 묘한 죄송함이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대관이라는 일 자체를 조금 다른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
산술적으로 같은 금액을 벌 수 있다 해도, 나는 카페 영업이 대관보다 훨씬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령 대관 수입이 더 크더라도, 카페는 결국 카페다워야 한다. 이벤트성 일정 때문에 문을 자주 닫는 건 공간의 본질에도 어긋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인 수입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고, 대관을 희망하는 분 또한 한 사람의 고객이니 무작정 거절할 수도 없다.
그래서 결론을 이렇게 냈다. 영업시간 내 대관은 가능하되, 가격은 높게 책정하기. 그럼에도 꼭 그 시간에 공간을 쓰고 싶은 분이라면 그 값어치를 지불하고 이용할 것이고, 나는 나대로 영업 손실에 대한 비용을 보전받는다. 물론 이렇게 한 이후로 영업시간 내 대관을 이용하는 분의 수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나는 나름의 정신 승리로 받아들인다. "그래, 당장 조금 못 벌더라도 카페 사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했지."
결국 내 기준은 거창한 게 아니다. 카페가 카페답게 기능할 수 있는 흐름을 지키는 일, 그 정도다. 그래서 영업시간 외나 휴무일 대관이라면 언제든 반갑게 받아들이고, 가격도 충분히 합리적으로 맞춘다. 반면 영업 시간대 대관은 그 시간의 가치를 지불할 수 있는 분께만 열어두기로 했다. 손님이 커피를 마시러 들어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순간은 짧지만, 사장으로서 내 마음은 내내 개운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이게 손익에 밝은 이에게는 비효율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결국 이렇게 생각한다. 조금 덜 벌어도, 지켜야 할 선은 스스로 정하는 게 사장의 태도다. 그리고 그 선을 지키는 날이면, 매출과 상관없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하다. 이 정도면 오늘 장사도 잘한 셈이라고, 나는 또 조용히 스스로를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