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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나 Feb 17. 2023

새벽, 푸른빛, 그리고 희망

사진이야기





겨울의 끝자락에 섰다. 여전히 태양은 게으르다. 

일곱 시가 넘었는데도 어둑한 기운이 남아 있다. 

새벽이라 부르기 민망한 시간이지만, 풍경의 기운은 새벽이다. 

갓 깨어난 태양이 저만큼에서 기지개를 펴는 동안, 

사람들도 하나둘 일상을 향해 문을 연다. 

옷깃을 여미고 어딘가를 향해 집을 나서는 사람들 뒤로

현관문 불빛이 여운처럼 남아 그들을 배웅한다.  


어느 집에선가 새어나오는 연기가 따스함을 전해준다. 

화려하지 않아도, 풍족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한 가지는 빌어본다. 


우리들의 가난한 일상을 지켜주기를. 

우리들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슬픔만 하사하기를. 


동트기 전의 풍경을 사진에 담으면

어디선가 숨어 있던 푸른빛이 도드라진다. 

그 푸른 빛을 희망이라 우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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