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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이 Mar 26. 2020

[엄마편] 핸디캡?

난청 아기와 함께하는 일상




보청기 거부기가 무사히 지나갔다. 이제는 보청기를 끼우던지 빼던지 아예 신경을 안 쓴다. 덕분에 청능사 선생님이 권장하는 하루 착용시간(8시간 이상)을 무난히 넘기고 있다. 준이는 더듬더듬 걷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유모차도 거부하고 무조건 걸으려고만 한다. 강아지처럼 온통 주변을 참견하고 탐색하느라 1미터를 가는데도 한참 걸린다. 체력도 부쩍 늘어서 어느 정도 체력을 쓰지 않으면 저녁에 잘 생각을 안 한다. 그래서 집 근처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산책을 나가면 어르신들이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다. 칭찬을 좋아하는 준이는 인사도 해주고 웃어도 주니 덩달아 신나서 난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청기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없다. 물론 물어보지는 않지만 시선이 귀 옆으로 향하는 것을 종종 보곤 한다. 하지만 처음 보는 것을 두 번 세 번 보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보청기를 시작한 초반에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녔다. 숨기고 싶은 건 전혀 아니었지만 질문이 들어오면 적절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짧은 9개월의 시간이지만) 정말 아무도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제는 완전히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산책을 하고 있는데 외국인 일행이 우리 옆을 지나갔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 준이를 향한 시선과 핸디캡이라는 단어가 들렸다. 사실 나는 그 당시에 앞서 걸어가느라 듣지 못했지만 뒤에 오던 남편의 귀에 딱 들린 모양이다. 난청을 처음 진단받을 때 담당 교수님은 경중도 난청을 설명하며, 일상 대화는 대부분 다 들을 수 있다고 하셨다. 보청기를 끼우면 소리 반응도 아주 좋은 편이다. 그래서 이대로 언어를 잘 습득하면 성인이 돼서는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혹은 본인이 필요에 의해 선택적으로 착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상황이 제법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타인의 눈에는 결국 핸디캡, 우리말로 하면 장애를 가진 아이인 것이다. 순간 슬픈 건 아닌데 미묘한 기분이었다.


예상치 못한 펀치였다. 하지만 그동안 마음이 많이 단단해진 모양인지 금방 털어내 버린다.

요즘 세상에 결점 없는 사람이 있나. 원래 모습 그대로 잘 클 수 있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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