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를 끼우고 있는데 입소할 수 있나요?
내년에 복직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여름 즈음 어린이집에 입소대기 신청을 해 놓았다. 입소 희망일은 내년 2월 즈음으로 지정해놓았다. 그리고 나선 까맣게 잊고 있었다.
준이의 난청 가능성을 알게 된 날부터 큰 도움이 되었던 다음 카페가 있다. 흩어진 멘털 잡기부터, 필요한 검사 챙기기, 병원이나 보청기센터 선택하기 등 이 카페에서 얻은 도움을 생각하면 백 번 천 번 감사한 마음이다. 이 카페에 종종 들어가서 글을 읽는데, 어린이집에서 보청기를 쓰는 난청 아이들을 곤란해하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이 간간히 보였다. 복직이 임박해서 어린이집에 입소상담을 갔는데 보청기 착용을 곤란해하거나, 입소가 안된다면 복직이고 뭐고 다 어려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입소대기를 해 놓은 어린이집에 미리 연락을 해서 상황이 어려우면 빨리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아 드디어 첫 번째 위기에 직면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며 파이팅을 하고 약간의 대사를 연습한 뒤 첫 번째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으신 선생님은 조금 곤란해하며 좀 이따 원장님(학부모와 상담 중이셨음)과 통화를 하라고 하셨다. 예상했던 반응이라며 아주 약간 의기소침해졌다.
두 번째 어린이집에서는 마치 보청기라는 말을 듣지 못한 듯이 입소를 위해서는 부모님께서 어린이집이 마음에 드시는지 방문하셔서 상담 후 결정하시면 된다며 아주 명쾌하게 전화를 끊었다. 비록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순 없어도 일단 한 군데는 보낼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다시 첫 번째 어린이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 어린이집은 국공립이고 단지 내에 있어 1순위로 원했던 곳이라 더욱 궁금했다. 이번엔 원장님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원칙적으로 아이를 가려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보청기를 쓴다 해도 문제 될 건 없다. 후에 배정될 담임선생님과 보청기 관리에 대해 잘 의사소통하시면 된다'는 말씀과 함께 역시 부모가 어린이집을 방문해서 마음에 드시는지 상담받아 보길 권하셨다.
어라? 생각보다 일이 쉽게 해결돼버렸다. 심지어 양쪽 어린이집 다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원하는 시기에 입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전화를 하기 위해 용기를 북돋던 시간과 파이팅이 무색했다. 그렇지만 감사했다. 난청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첫 번째 미션이 성공으로 마무리되었다며 스스로를 칭찬해주었다.
보청기를 끼우고 있는데 입소할 수 있나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밝고도 명쾌한 대답들이 한동안 귓가를 떠나지 않고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