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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이 Nov 22. 2019

[엄마편]보청기를 지켜라

주객이 전도되는 순간

보청기를 착용한 모습

보청기는 소중하다. 물론 아이의 청력을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지만 두 번째는 그 비용이다.

비용이 많이 비싸기 때문이다. 판매처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비용은 (기종, 스펙에 따라 차이 있음) 양쪽 다 하면 400-500만 원 정도다. 물론 더 비싼 제품도 있다. 또한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5년에 한 번은 교체해야 하고, 영유아의 경우에는 첫 보청기는 3년 전후로 바꾸게 된다고 하셨다. 또한 기타 비용들도 꾸준히 들어간다. 배터리라던지 기타 소모품들이다.


보청기는 특히나 물에 약한데 그중에서 염분이 섞인 땀은 가장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아기들은 체온이 높고 땀이 많이 난다. 특히 머리에서. 지금은 겨울이라 그나마 숨통이 틔였지만 여름 내내 준이 머리에 땀이 흐르면 지켜보고 있다가 얼른 닦아주곤 했다. 실제로 여름엔 땀으로 인해 보청기가 일시적으로 고장 나기도 했다.


아이가 커갈수록 땀도 땀이지만, 두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빛나는 구강기를 맞이하고, 자기 손의 존재를 깨달은 준이는 귀에 있는 보청기를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잠시 한눈을 팔면 귀에서 확 뽑아서 입으로 쏙 가져가는 것이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다. 나는 그동안 웬만한 것들은 입으로 가져가게 놔두었다. 더럽기로 손꼽힌다는 리모컨도, 핸드폰도 어느 정도 단념했달까. 또 책으로 배운 육아에서 아이가 이미 탐구하고 있는 걸 뺏으면 아이가 많이 당황한다고 했다. 위험하지 않다면 가급적 탐구할 수 있게 놔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렇지만 보청기를 입으로 가져가는 걸 목격한 순간 안돼!!!!!! 라고 소리치며 소중한 보청기님을 낚아챘다. 보청기님이 다치신 곳이 없는지 살폈다. 그러다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영문도 모르고 빼앗긴 보청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모를 민망함이 들었다. 돈 앞에서 엄마는 한없이 작아졌다.


나는 그날로 그동안 미뤄왔던 아기 적금통장을 만들러 갔다. 티끌모아 보청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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