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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이 Nov 23. 2019

[엄마편]어디까지 듣고 있는 걸까?

너가 모기소리, 낙엽소리, 공기청정기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꿀잠 자고 있는 중

최근 이사를 하면서 문을 활짝 열어놓아서 그랬는지 한동안 밤마다 모기가 튀어나와 잠을 설쳤다. 그렇지만 돌도 안된 아이가 있다 보니 모기약을 피우기도 어려워, 자려고 누웠다가도 귓가에 모기소리만 나면 벌떡 일어났다. 한 손엔 핸드폰 손전등, 한 손엔 모기약 혹은 휴지를 들고 눈에 불을 켜고 모기를 찾았다. 엄마야 옆에서 무얼 하던 준이는 항상 평온하게 잘 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얼굴 여기저기 모기에 뜯긴 채 웃고 있다. 기분이 좋은 거 보니 밤새 잘 잤는가 보다. 나는 주섬주섬 비판텐(아기용 만능 크림)을 찾으러 나간다.


문득 생각했다. 아기들은 원래 모기소리를 못 듣나? 아니면 준이는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해서 안 일어나나?

진짜 피곤해서 기절한 상태 아니고야 성인들은 귀 옆에서 엥~소리만 나면 눈이 번쩍 떠지지 않는가. 준이가 듣는다 한들 피할 길도 없겠지만 갑자기 짠해졌다. 준이는 꿀잠은 자겠지만 모기에게 이렇게 매번 뜯기겠구나나................ 됐고 그럼 내가 매일 모기를 잡는 수밖에!!!


준이는 45db이다. 즉 45db의 소리부터 들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같은 데시벨이라도 주파수에 따라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는 차이가 있다. 저 정도 수치라면 조용한 곳에서의 일상 대화는 들을 수 있으나 소곤거리는 대화는 잘 듣지 못한다. 또 먼 거리 혹은 시끄러운 공간에서의 대화의 선별이 어려울 수 있다. 


어제 늦은 귀가 중 사람 없는 아파트 단지 내를 걸어 들어오다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쫄보라서 겁을 먹어 더 빨리 걸어가는데 바람에 마른 나뭇잎이 나에게 굴러오는 소리에 또 놀랐다. 이런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라던가 초침 소리라던가 바람소리 같은(태풍 말고) 자연의 소리가 보통 20-30db 정도라니까 준이가 낙엽소리에 쫄보가 될 일은 없겠구나 싶다. 


그런데 조금은 서글프다. 쫄보 겁쟁이어도 되고,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치더라도, 초침 소리에 거슬려서 열두 번씩 나를 깨우는 예민 쟁이가 되더라도 보청기 없이 잘 들었으면 좋겠다. 


너가 예쁜 빗소리도 듣고, 풍경소리도 듣고,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소리도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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