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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여유 Jul 31. 2023

우즈벡은 초콜릿보다 수박이 저렴하다?

초콜릿 한 개 보다 수박이 더 싸다고?


예전에 킨더 초콜릿보다 수박 한 통이 더 싸다는 신문 기사를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우즈베키스탄은 과일과 야채가 무척 싸다고 들었다. 이곳도 까르진까, 하바스, 마크로 등 마트가 곳곳에 생기는 추세이다. 우리는 1월 초에 이곳으로 왔고 밖은 너무 추웠기에 시장을 가기가 힘들어 주로 까르진까라는 마트를 이용하며 장을 봤다. 대형슈퍼답게 보기 좋게 과일과 야채들이 진열되어 있었으나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었다.     


보기좋게 진열된 마트 과일들


어느 날, 많은 사람들이 앞 다투어 비닐봉지에 담는 과일이 있었는데 아주 작은 귤이었다. 금귤이라기에는 크고 귤이라기에는 매우 작았으나 커지기 전에 수확한 모양이었다. 1kg에 한국 돈으로 6,000원 정도의 값을 치르고 샀는데 아주 진한 귤향과 맛이 기가 막혔다. 새콤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데 우즈베크에서 산 이 작은 귤은 아주 달콤한 했고 입안에서 귤향이 한동안 느껴지는 진한 맛이었다. 우리는 무척 작은 이 귤 맛에 반해 그 후로 3kg을 더 사서 먹었다.      


다양한 크기의 귤


'우즈베키스탄은 과일이 맛있다더니 진짜였구나.' 연신 감탄하며 먹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귤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철 귤이 10kg에 6만 원이라면 우리나라 귤 값보다도 몇 배 비싸지 않은가. 한국에서도 잘 사 먹지 않는 귤을 어찌 보면 상품성이 없는 자그마한 귤을 그 비싼 값을 주었다는 것이 못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는 우리가 우즈베키스탄에 와서 어학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다음날 우즈베크 언어 선생님께 물었다.     


"요즘 마트에서 귤을 사서 먹는데 귤이 엄청 비싸요."


"맞아요, 귤은 비싸요."


"한국보다도 훨씬 비싸요. 귤이 왜 이렇게 비싸요?"


"귤이 비싼 건 당연하죠. 한국에서 귤을 살 땐 제주에서 온 귤을 사는 거죠? 제주도에서 우즈베키스탄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는 귤인데 비싼 게 당연하죠!"

  

아뿔싸, 내가 감탄하며 먹었던 귤은 바로 제주도 귤이었나 보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물론 우리는 그 후 귤을 더 이상 먹지 않았다. 우즈베크는 과일과 야채가 무척 싸다고 했는데 한국과 거의 비슷한 가격이 당황스러워 이점에 대해서도 선생님께 물어봤다. 지금은 겨울이라 비싼 것이고 5월이 되고 체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무척 싸진다고 해서 우리는 시장을 갈 때마다 호시탐탐 체리가 언제 나오는지 살피기도 했다. 5월이 되고 체리가 시장에 나오자마자 드디어 맛있고 질 좋은 과일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이곳은 저장 시설이나 운반 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에 보관이 용이하지 않아 겨울철에는 야채나 과일값이 비싸고 날이 따뜻해지면서 점차적으로 가격이 내려간다. 5월에 체리가 신호탄이 되는 듯 과일과 야채값이 하루가 다르게 조금씩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장은 매일 가격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이 재미에 빠져 요즘은 마트를 거의 가지 않고 시장을 놀이 삼아 다닌다. 거의 날마다 시장을 다니다 보니 우리를 알아보는 상인도 한 둘 생기고 단골마저 생겨서 반갑게 인사도 하고 어설픈 우즈베크 말로 간단한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과일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우즈베키스탄은 모든 것을 무게를 달아서 팔기 때문에 몇 그램이라도 덤이라는 것이 없다. 처음에는 참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는데 요즘은 단골 상인이 가끔 덤이라는 것을 주기도 한다. 타슈켄트에서 2년 거주를 계획하고 왔기에 1년 뒤는 다른 동네로 가서 살아볼까 생각하면서도 정든 시장 상인들 때문에 못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즈베크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살아간다.  


우즈베키스탄은 공산품과 수입품이 무척 비싸다. 물론 비싸다는 것은 한국 가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물가 저렴하기로 유명한 나라지만 공산품과 수입품 가격을 보면 물가가 저렴하는 것에 동의하기 힘들다. 대신 농산품은 봄이 되고 날이 더워지기 시작할수록 수확량은 많고 저장시설은 부족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7~8월이면 수박과 메론이 흔한 시장 과일가게


요즘 이곳은 수박이 제철이다. 수박이 1kg에 우리나라 돈으로 250원 정도 한다. 10kg의 수박이라면 2500원이니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가격이다. 그런데 작은 킨더 초콜릿이 3000원이니 과자보다 수박이 싼 나라라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과자와 초콜릿을 좋아하던 내가 이곳에서는 자연스레 과일과 야채를 더 많이 먹게 된다. 조그마한 초콜릿 한 개와 수박 한 통이 같은 가격이라면 무엇을 사는 것이 올바른 소비인가 생각하게 되는 재미있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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