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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생이 Nov 16. 2023

중국인 친구에게 편지를 쓰다가

시가 씌어져버렸다

중국인 친구는 시험관 아기를 하러 한국에 왔다.

남편과는 매일 밤 전화로만 만난다.


약 1년, 두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좋은 소식이 없었고,

갑작스러운 귀국 소식만이 전해졌다.


홀로

타국에서

배에 멍드는 주사를 맞으며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난자를 과도하게 생성해내는 일이

어떤 느낌인지 나는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며

아무리 우리가 잘해준들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며

같이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을텐데


그럼에도 버티는

생명에의 의지란

무엇일까


헤아릴 수 없는 그 마음에 오히려

시는 쉽게 씌어졌다




<사막>


오로지 홀로 선 듯한


메마른 땅에


잉태의 기쁨을


위해 제 발로 걸어들어온 그대



아무리 밝은 빛과 나무 있다하더라도


그대 선 땅은 죽죽 갈라져 물이 없다



작열하는 태양은 땅을 튀기고


그늘 없는 길은 모래로 가득한데


그대 어째서 발자욱 하나 남지 않는 길 가려하나



어깨 위 개미 있어


밤마다 벗 되지만


날 밝자 패이는 자국은 하나요


보이는 그림자도 하나



떨어지는 물은 오직 그대서만 나오니


이 곳 하늘은 누구인가


눈물이야 땀이야 적시는 걸음만이


이 땅의 물과 생명되리



태양은 뜨고 지고


썩지 않는 나무 자리 지켜


달리는 모래 언덕 쓰다듬는 바람



퍽 얄미운 자태


한 통속 물 기다리는 것들


야속타가도



그대가


무성할 때나 형편없을 때나


가리지 않고


볼 수 있으리



태양과 나무와 언덕과 바람을


그대와 같이 갈망하는 마음을



-2023.11.15. 에이미 떠난 날, 부치지 못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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