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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미 Jul 02. 2024

쓸 만한 배움

앎의 끝은 어디?

난 당신의 죽음을 알고 있다


고 누군가 속닥인다면 털마다 가시처럼 곤두서지 않을까요? 그 누군가의 정체가 바로 텔로미어랍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에서 반복되는 염기 서열로 노화와 수명좌우해요. 텔로미어가 길면 길수록 오래 산다는데 그 연장법으로는 지구력 운동(예:마라톤)이 최고래요. 체력이 젬병인 저 같은 사람에겐 쉽게 덤빌 만한 운동은 아니잖아요. 대신 지구력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마사지라니 마라톤에 비하면 일도 아니죠. 특히 귀마사지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회춘양생비법이에요. 귀 곳곳을 주무르고 누르고 잡아당기면 텔로미어 손실을 막아 노화를 방지할 수 있어요. 자주 자극을 주어 건강한 수명 연장에 합류해 보세요.


이혈 테라피(귀마사지)를 배우며 간간이 음식 섭취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요. 그중 바나나 라테는 바나나 한 개, 아몬드 알, 두유 (190ml)넣고 갈아 마시는 건강 음료예요. 바나나에는 베타카로틴, 셀레늄, 루테인 등이 포함되어 있죠. 베타카로틴은 인체에 들어오면 비타민A로 전환돼 시력 유지에 탁월하고 항산화 작용이 높아 면역력 증진을 꾀할 수 있대요. 위벽을 싸고 있는 상피 세포를 보호한다니 위장도 안심이 되겠죠? 무엇보다 신경을 안정시켜 양질의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대목에선 탐욕이 생기더라고요. 문제는 제가 견과류를 기피한다는 점이죠. 소화력이 후줄근해서 먹고 난 후엔  속이 개운하지 못하거든. 갈아 마시니 괜찮겠지 하다가도 이미 각인된 경험이 거절 의사를 밝혀 바나나 라테를 덥석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선뜻 실천하지 못하던 그때 아몬드가 꺼려지는 사람은 아몬드 브리즈사용해 보라는 거예요.


아몬드 브리즈? 그건 또 뭐라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로 직진했죠. 우유 매대에 떡하니 진열돼 있는 거예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이런 건가?


생각에 싸여 190ml 하나를 집었어요. 애걔, 업신여기고 싶겠지만 궁합이 맞는지 지켜봐야잖아요. 우유나 두유처럼 매끈하지만 본질은 견과류니까 흡수되지 못해 거북하 소용없는 일 아니겠어요.


아몬드 브리즈는 아몬드를 물과 혼합하여 갈아 짠 식물성 음료로 비타민E와 칼슘이 풍부하대요. 맛은 수더분하겠죠? 맞아요. 반짝이는 맛은 아니었지만 영양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데다 소화도 괜찮다조심스레 시도해 봤어요. 뭣보다 질 좋은 수면으로 인도한다는  말의 기세가 강렬했거든요. 납작하게 눌린 입면과 들쭉날쭉 숙면이 바나나 라테로부터 힘을 얻는다면 불면 따윈 하얗게 지워지겠죠?


아몬드 브리즈를 알게 된  바나나 라테를 어렵잖게 따라가게 됐어요. 아침 대용으로 추천했지만 전 맞지 않더라고요. 오랜 공복 후보다는 식간이 오히려  편했죠. 알려준 양 역시 벅차서 바나나 한 개, 아몬드 브리즈와 두유 혼합하여 120ml 정도로 합의를 봤어요. 모든 삶의 영역이 과하다 싶으면 오히려 위험 상황으로 돌변하니까요. 갈아 마시라고 했지만 양도 적고 설거지도 귀찮아 얇게 썬 바나나에 두유와 아몬드 브리즈를 섞어 숟가락으로 떠먹어요. 노랗게 익은 건 항산화 작용이 높고, 거뭇거뭇 반점이 생겼을 때 먹으면 소화 촉진 및 심혈관 질환 예방에 뛰어나며, 덜 익어 푸릇한 건 당뇨와 장 건강에 유익하다니 바나나는 어느 단계에서 섭취해도 이로운 과일이란 점은 덤이에요. 


CCA주스도 처음 들었어요. 일명 까주스라고 하는양배추 Cabbage, 당근 Carrot, 사과 Apple를 같은 양 넣어 갈아 마시는 주스예요. 비타민C 손실은 있지만 생야채가 부담스러우면 양배추와 당근은 쪄서 사용해도 나머지 영양소는 충분히 흡수된다더군요. 까주 역시 비타민A와 C,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식품이죠. 장 개선, 독소 배출, 내장 지방 제거 등 한 혜택이 즐비했어요. 자연 식물식이니 오래된 김처럼 눅지눅진한 몸이 바삭한 쿠키처럼 가뿐해지겠죠?


이혈을 배우네 텔로미어를 연장하네 바나나 라테를 먹네 까주스도 있네, 건강을 찾겠다고 떠들어대는 중에폭신한 감자가 듬뿍 들어간 뜨끈하고 얼큰한 수제비가 떠오르제 소화는 어쩌면 좋죠? 몸에선 해롭다는데 입에선 맛있다는 게 모순 중에서도 가장 얄궂은 모순이지 싶어요. 그동안은 입 우선주의로 살았다면 지금부터라도 몸 우선주의로 갈아타야 제 수명의 비밀이 탄로 나도 당당하겠? 입안을 간지럽히며 현혹시키지만 식도를 타고 가면 뱃속을 압박하여 굴복시키음식들. 담백한 빵이나 매콤한 물비빔국수 따위만 생각하면 침이 먼저 꼴깍 넘어가는 걸 냉정하 무시하려고 요.


짧은 인생 먹고 싶은 것도 못 먹으면 서글프지


했던 오류야멸차게 집어치우려고요. 유혹에 넘어가면 안간힘을 써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걸 알면서도 매 순간 입의 향연을 수락하며 살았어요. 무반응으로 응수하면 자연히 삶 밖으로 밀려날 것들까지 허용한 셈이죠. 더 좋은 날들을 위해 해고해야 마땅한 것들과 결여되어 채워야 할 것들에 집중하여 지금부터라도  몸을 재정비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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