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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Apr 20. 2024

당신의 이름을 부를 때

4.16

한국사람의 이름은 어쩌면 결핍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아이를 세상에 내놓은 부모가 아이에게 가장 먼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얼까. 지구별에 도착한 아이가 필연적으로 겪을 평생 동안의 고난을 가늠해 본다. 다른 이의 입으로 수만 번 불리는 동안 그 공허가 단단히 채워지길, 부디 덜 고단한 삶을 살길 바라며 가장 귀한 의미를 담아 이름을 붙여줄 테지. 이름이 지혜를 뜻하는 단어를 품고 있는 아이는 지혜를 그리워할 것이고, 이름이 용기를 품고 있다면 용기를, 장수를 기원하고 있다면 단명을 피할 방법을 찾아 평생 헤맬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 치면 누군가 애정을 담아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는 내가 당신의 결핍을 이해하니, 서로를 채우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는 뜻이 아닐까. "너는 이름과 반대되는 삶을 사는 것 같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어쩌면 핵심을 간파한 말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호명할 때마다 무의식 속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누구든 광활한 우주 속에서도 외롭지 않은 존재가 된다. 수많은 별들이 사라지던 밤, 애틋하고 애달픈 이들의 이름을 가늠해 본다. 어디서든 안녕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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