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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영 Jan 13. 2019

아름다운 러시아 중세도시 여행 (1)

빛나는 러시아의 황금 고리, Золотое кольцо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유럽을 기준으로 하든 아시아를 기준으로 하든, 어딘가 저 멀찍이 떨어져 있는 변방의 나라였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러시아의 ‘시작’도 다른 나라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다. 고려가 한반도에서 한창 전성기를 이룰 때쯤, 동유럽 평원의 드네프르 강 유역(현재의 우크라이나)에서 ‘키예프 루시’가 생겨나 처음으로 국가다운 국가(?)가 만들어졌다.

키예프 공국이 번성하면서 그 영향력이 전 동슬라브 지역으로 확대되기 시작했고, 러시아 중부 지역에서도 작은 도시국가들이 꾸물꾸물 생기기 시작했다.

그 흔적들은 현재도 중부 러시아 곳곳에 잘 보존이 되어있기 때문에 모스크바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고대/중세 러시아의 모습들을 쉽게 구경할 수 있다!


‘황금 고리’의 도시들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아름다운 작은 중세 도시들을 가리키는 ‘황금 고리’(Золотое кольцо)는 러시아에 뿌려진 아기자기한 보석같은 장소들이자, 유럽에서 가장 거대한 메가폴리스인 모스크바를 잠시 벗어나 평화로운 숲 속을 거닐며 들판에 흐르는 강가 주변에서 쉬다가 중세 시대 수도원에 들러 구경하는, 시쳇말로 진정한 ‘힐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1. 수즈달 / Суздаль

수즈달 크레믈 (Суздальский кремль)


수즈달은 황금 고리의 도시들 중에서 보존이 가장 잘 되어있는 도시로, 중세 러시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조용하고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다.

들판을 흐르는 깨끗한 강물과 그 주변에 늘어서 있는 수도원과 교회들,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들의 모습은 천 년 전의 시간으로 여행자들을 이끈다.

현재까지도 깔끔하게 잘 운영되는 수도원과 수녀원들도 있고, 방치되어 폐허가 된 교회들도 있다. 그 사이사이로 아기자기하게 나 있는 러시아식 가옥들 주변을 산책하다보면 영혼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다만 수즈달은 ‘황금 고리’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도시인지라 오후에는 패키지 관광객들로 붐비니 산책은 오전에 하는 것이 좋다. 고요한 아침이 수즈달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기도 하다.

수즈달에 가기 위해서는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로 기차를 타고 간 후, 블라디미르 기차역 맞은 편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수시로 있는 버스를 타고 한 시간 가량 가면 된다.





2. 블라디미르 / Владимир (+보골류보보)

네를 강의 성모제 교회 (Церковь Покрова на Нерль)


‘세계를 정복하라’는 뜻의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르 대공의 이름에서 따온 도시이다. 역시 수즈달과 함께 황금 고리를 대표하는,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지만,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지나가면서 교통의 중심지가 되었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옛날 러시아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현재는 러시아의 평범한 공업 도시.


여러 유적과 교회들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과 일정이 맞지 않아 다 둘러볼 수 없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40분 가량 동북쪽으로 이동하면 나오는 외곽마을 ‘보골류보보’(Боголюбово)에 가면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교회 중 하나를 볼 수 있다.

‘중세 러시아 건축의 백조’라고 불리는 ‘네를 강의 성모제 교회’(Церковь Покрова на Нерль)는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도 걸어서 40분 가량을 들판을 가로질러 걸어가야 닿을 수 있다.

네를 강가에 서서 천 년동안 고고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던 교회다. (tmi: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사람들이 열기구를 날리던 교회가 바로 이 곳이다!)



3. 이스트라 / Истра

신예루살렘 수도원

이스트라는 모스크바에서도 가까워서 시외 전철(엘렉트리치카)로 한 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작은 마을이다.

이스트라에 있는 ‘신예루살렘 수도원’(Новоиерусалимский монастырь)은 배스킨라빈스가 생각나는 민트색 꾸뽈(큐폴라)에 내부는 푸른 세라믹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있다. 이름에서 뚝뚝 묻어나오듯이 러시아에서 가장 보수적인 수도원 중 하나라고 한다!





4. 세르기예프-포사드 / Сергиев-Посад

성 삼위일체 수도원

수즈달과 함께 ‘황금 고리’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소로 성 세르기우스 라도네쥐스키가 ‘성 삼위일체 수도원’(-> 무려 유네스코 세계유산!) 을 세우면서 번성하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에서 수시로 버스와 전차가 다니면서 접근성이 좋고 예전에 대화재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기 때문에 항상 사람들이 북적대는 유명 관광지이기도 하다!

수도원에서 지내는 수도승들이 관광객들을 이끌고 투어를 진행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원칙적으로 여성들은 머리에 스카프를 쓰고 들어가야 한다.




5. 야로슬라블 / Ярославль



야로슬라블 역시 ‘황금 고리’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로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천년고도이다. 이 지역의 지배자였던 ‘현자 야로슬라프’(Ярослав мудрый)가 세운 도시이며 볼가 강에 인접해있어, 예로부터 상공업이 발달했다고 한다.

모스크바의 ‘야로슬라블 역’에서 기차를 타고 세 시간을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다. 다만 ‘기차를 타고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말은 그 도시가 거의 공업도시라는 뜻이라, 옛날 중세 도시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다만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도시였기 때문에 현재까지 걸쳐 유서깊은 장소들이 많고, 중심부의 ‘소비에트 광장’을 중심으로 많은 수도원과 교회가 퍼져 있어 볼 거리가 많다. 또한, 1000루블짜리 지폐의 테마가 야로슬라블의 모습들이기 때문에 그 곳에 나온 곳들을 따라 여행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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