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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픔픔 Jan 10. 2021

오늘도 샤넬백을 메고, 편의점으로 향한다.

마스크를 쓴 채 명품관을 드나드는 이유


취향의 상향 평준화, 신(新)소비 양극화 시대가 도래했다.

코로나19도 막지 못한 명품관 인기(출처: 연합뉴스)


소비의 양극화는 통상적으로 소비 수준의 양극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일수록 고급 제품이나 외제품의 소비가 크고, 반대로 저소득층일수록 저가 제품의 소비를 주로 하면서 소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소비 양극화 형태에 변화가 생겼다.


'신(新)소비양극화 시대'.

금수저가 벤츠를 타고 다니지만 흙수저도 벤츠를 타는 시대. 소득이 적은 사람도 월급을 몇 달 치 모아 사치재를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다. 편의점 김밥으로 식사를 하며 샤넬백을 사는 사람들. 왜 그럴까?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마스크를 쓴 채 명품관을 드나들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3월 15일까지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매출은 모두 감소(각 17.1%, 8.4%, 15%)했으나 명품관의 경우 각 4.5%, 14%, 5.6%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눈에 띄는 특징은 이러한 명품을 사는 주요층에 20~30대가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SNS가 삶 속에 침투하면서 가진 것은 없어도 취향만큼은 고급스럽게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즉, 취향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눈에 띄는 명품관 매출 성장세(출처: 머니투데이)



적당한 건 싫어!

모두에게 나타나는

소비의 양극화 현상


'1코노미'의 저자 이준영 교수는 불황이 깊어질수록 개인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이전에는 높은 가격을 지향하는 소비자 집단과 낮은 가격을 지향하는 소비자 집단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이 소비의 양극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향하는 가격대에 따라 소비자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아래 그림을 보면 과거에는 사람들이 적당한 가격대에 적당한 품질을 가진 제품을 주로 찾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중간한 가격대 및 품질의 소비를 지양하고, 아예 낮은 가격과 아예 높은 가격의 제품을 상반되게 추구하게 된 것이다.


저성장기에 더욱 심해지는 소비의 양극화(출처: 1코노미)


이처럼 ‘신소비양극화’는 소비시장을 초저가와 최고가, 혹은 가성비와 가심비(또는 나심비)로 나누면서 중저가 제품 시장의 성장을 둔화시켰다. 소위 명품백은 이제 직장인 여성으로서 누구나 하나쯤 드는 가방으로 대중화되었고, 명품백이 아닌 어중간한 브랜드의 가방을 들 바에야 에코백을 들면서 개념 있어 보이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게 낫다는 흐름이 대세가 된 것이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나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와 동시에 남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것도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 가성비, 가심비, 나심비: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비, 가심비는 가격 대비 심리적인 만족감, 나심비는 나를 위한 소비에 초점을 두는 것을 의미



실버 서퍼

(Silver Surfer)의 등장


언택트(Untact) 소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온라인 소비가 눈에 띄게 확대되었다. 특히 기존에 온라인 쇼핑을 즐기던 젊은층 뿐 아니라 중장년층의 온라인 소비도 늘었는데, 고령층 내에서 상대적으로 IT기기와 인터넷 사용에 능숙한 ‘실버 서퍼(Silver Surfer)’가 주요 전자상거래 고객층으로 부상했다.


노년층을 의미하는 실버(Silver)와 인터넷 서핑을 즐기는 사람을 의미하는 서퍼(Surfer)의 합성어(출처: IBK 기업은행)


온라인 식품업체 마켓컬리에 따르면 2020년 2월 19일부터 3월 18일까지 약 한 달간 50대 이상 신규 가입 고객은 작년 동기간 대비 58% 증가했다. 50대 이상 고객의 매출은 55%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업체 11번가의 경우 동일 기간 구매 고객 기준으로 50대 고객이 전년 동기 대비 16%, 60대는 17%, 70대는 10% 증가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서울시민의 온라인 소비 증가액인 1.2조 원의 절반 이상은 ‘40대 이상’이 차지했다. 이처럼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소비시장 내 양극화는 약해진 측면이 있다.




소비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큰 위기 속에서도 성공하는 시장이 있다는 것은 오늘도 잘 살아가기(live) 위해 사는(Buy) 소비층이 분명 존재한다는 의미와 같다. 더불어 시니어 세대는 이제 트렌드를 선도하는 새로운 경제 주체가 되었다. 우리가 오늘도 소비하는 것은 생계유지를 위한 필연적인 선택도 있겠지만,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또 다른 욕망도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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