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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픔픔 Jan 26. 2021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코로나19에 주는 교훈

2008년이 2021년에게 쓰는 편지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단이 되었다.

(출처: R.J. MATSON blog)


2007년 4월, 미국의 대형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신청을 했다. 당시 환매요구가 들어왔던 84억 달러를 갚을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며 사실상 파산을 선언한 것이다. 이 선언으로 뉴센추리 파이낸셜의 주가는 90% 이상 폭락해 1달러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다른 모기지 대출 회사뿐 아니라 은행, 보험사로 손실이 이어졌고 정부와 각 연구기관에서 위험을 알리는 보고서들이 쏟아졌다.


*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대출이란,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에게 높은 금리로 주택담보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다. 2001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전체 모기지의 5%였으나 금융위기 직전에는 20%대까지 비중이 급증했다.


그러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2008년 9월 파산 신청을 했다. 당시 리먼 브라더스는 158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4위 투자은행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소식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는 짐작해볼 수 있다. 리먼 브라더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부실과 파생상품 손실이 커지면서 6,130억 달러(약 660조원) 규모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다. 월가는 발칵 뒤집혔고, 금융당국은 구제금융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출처: WSJ)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한 우리나라


영국,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뉴욕발 금융위기는 유럽과 신흥국 등 전 세계로 퍼졌고, 우리나라도 물론 그 영향을 받았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CDS프리미엄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환율도 폭등했다. 당시 신흥국의 CDS프리미엄이 상승했었는데, 우리나라의 상승폭이 유난히 컸다.


* CDS프리미엄이란, Credit Default Swap의 약자이며 국가나 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수치(수수료)이다. 해당 채권의 부도 확률이 높으면 CDS프리미엄이 비싸지고, 낮으면 싸지는데 이렇게 CDS프리미엄의 수치를 보고 부도 확률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가 부도 위험'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급증했던 CDS프리미엄(출처: 한국경제매거진)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2008년 10월 미국 중앙은행 FRB와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하고 12월에는 중국 인민은행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또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여섯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대출한도 증액, 채권시장안정펀드 대출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취약한 부문에 자금을 지원했다. 정부도 경기침체를 막고자 재정지출을 대규모로 확대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정책 실시로 2009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KDI 나라경제, '글로벌 금융위기 2년, 이제 우리는?').



코로나19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영화 빅쇼트의 한 장면(출처: FEE)


초저금리, 금융상품의 복잡성, 금융사기의 증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빅쇼트(Big short)'에 등장하는 마이클 버리는 역사적으로 금융위기를 알리는 공통점에는 늘 이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경제위기를 우려하고 있는 2021년 지금, 이 세 가지는 더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국내 기준금리는 2020년 3월 1.25%에서 0.75%로, 2020년 5월에는 역사상 최저치인 0.5%로 낮아졌다. 스마트폰 등 비대면 거래를 통한 금융상품 투자가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편리성이 높아진 반면, 상품의 형태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금융사기는 어떠할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큰 요즘 투자자에게 허위정보를 제공하거나, 다단계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활동하는 유사투자자문업자는 1월 25일 기준 2,171개로 2019년말 대비 38%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일부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공정거래를 유의할 것을 강조하며 집중적으로 감시 및 단속하고 있다.


* 유사투자자문업자란? 자본시장법 제101조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일정 대가를 받고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판단,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업을 의미하고 해당 업에 종사하는 자를 유사투자자문업자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증시…2008년 금융위기 '데자뷰'?(출처: 매일경제TV)


코로나19로 인한 현재의 위기는 2008년과 다르다.

물론 위기 발생의 배경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도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금융시장에서 발발한 경제위기이지만 이번 코로나19는 자연재해에서 비롯된 실물경기 위축으로 인한 경제위기라고 볼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2008년 금융위기에 발생했던 시스템 위험(Systemic Risk)은 이번에는 존재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 금융시장이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소비 활동의 위축, 실업률 증가 등이 장기화되면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반등했던 주가의 기억에 힘입어 2020년에도 동학개미운동이 이어졌지만, 금융당국은 이번 주식시장 변동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며 향후 시장에 대한 예측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처: Shutterstock.com)


한국은행은 최근 2021년 경제성장률을 2.8%에서 3.0%로 수정했다(2020년 11월 경제전망보고서). 코로나19가 진정될 경우 성장률이 3.8%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반대로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2.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고용상황의 악화로 사람들의 소득과 소비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소득계층 간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경기회복이 더뎌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에도 격차가 커지면서 불균형한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




2020년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인 -1% 성장률을 기록했다. 마이너스 성장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008년 금융위기를 무사히 극복했던 것처럼 좀 더 적극적인 정책 마련과 신속한 집행이 필요한 때다. 그리고 코로나19의 위협으로 하락한 사회 안전과 신뢰도를 하루빨리 높여야 하겠다. 영화 빅쇼트 첫 장면에 나오는 문구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It ain't what you don't know that gets you into trouble.
It's what you know for sure that just ain't so.
- Mark Twain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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