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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픔픔 May 11. 2021

그 많은 가계부채는 어디에서 왔을까?

빛의 속도로 늘어난 빚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2020년말 1,700조원을 초과했다.

출처: Dreamstime.com


1,700조원이라는 규모가 사실 잘 와 닿지 않지만 국내총생산을 의미하는 GDP와 비교해보면 좀 더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20년 3분기 기준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를 초과해 101.1%를 기록했으며,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생산물의 가치보다 가계가 진 빚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가계부채는 2020년말 1,726조원을 기록했는데,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1분기 이후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져 4분기에는 전년 동분기 대비 7.9%나 증가했다. 이렇게 가계빚은 정말 빛의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 명목GDP(Gross Domestic Product)란 일정 기간 한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의 시장 가치를 합한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기간

유독 빨리 늘어난

신용대출


가계대출을 유형별로 나누면 크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로 구분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아파트 등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돈을 의미하고, 신용대출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개인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빌리는 돈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가계부채가 증가한 배경에는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도 영향이 있었으나, 특히 신용대출이 빠르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10월중 신용대출 증가율은 16.6%로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 7.8%를 크게 앞섰다.


신용대출이 증가한 주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대출을 받아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난 점,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신청이 많아진 점,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덩달아 높아진 전세금을 내기 위한 자금수요가 확대된 점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대출을 받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일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가계부채가

위험한 이유


가계부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부채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빚을 내 자산을 늘리거나, 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 잠시 빌려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늘어나게 된다면 경제·사회에 잠재적인 위험요인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금융시장에 전파되는 경로는 원리금 상환 부담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가계의 빚이 많아지면 이 빚을 갚기 위한 부담도 커질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가계의 소비와 저축을 감소시킬 것이다. 그래도 빚 감당이 안된다면 가계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팔게 될 것이다. 자산의 가격이 떨어지면 담보 보유권자인 금융기관에 부실화가 생길 것이며, 나아가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빚도

능력이 있어야

가질 수 있는 시대?


가계부채가 많아지면서 작년 말 은행 등 금융기관은 신용대출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가계대출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마이너스통장 등 대출의 잔고 변동성이 높은 상품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대출 한도를 축소한 것이다. 올해 초에도 이러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고, 돈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들은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제3금융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주택담보대출도 마찬가지이다.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가 이어지면서 최근 제2금융권의 부동산 담보대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집값의 20~40%까지만 은행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출 자체가 막히니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이들을 위한 제도는 더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출처: 한국경제신문


정부는 다가오는 7월 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이루어졌으나, 현실에서는 다수의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줄어들게 되면 대출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할 것이고, 저신용자는 대출을 거절당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기존 대부업 이용자 중 약 30%가 탈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이 중 3~4만명이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최근 티끌 모아 내 집 마련이 어렵다 보니 일확천금을 노리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오히려 돈을 다 날려 빚더미에 올라앉아 심적인 어려움으로 진료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내 것이 아닌데 마치 내 것처럼 보이는 즉, 빚을 두려워하지 않는 빚 중독 시대를 많은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를 안정화할 수 있는 관리체계는 물론, 생계자금이 급하지만 제도권에서 벗어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위한 방안이 빠르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빚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도 한번 더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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